우리시대 ‘교황’의 의미

프란치스코 교황 미국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여름 한국을 방문했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그는 당시 가슴에 노란 세월호 리본을 달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겸손과 검소가 몸에 밴 사람이다. 가난하고 힘없고, 어려움에 처한 소수자의 편에 선 교황이다. 어떤 기자가 교황을 향해 가슴에 리본을 떼라고 했다. 그러나 교황은 가슴에 세월호를 품고 한국을 떠났다. “어떤 사회가 훌륭한가를 판단하려면 그 사회가 가장 어려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믿음을 주는 분이다. 도움을 간청하는 이들을 밀쳐내지 말라며, 시리아 난민 중에 비록 테러리스트가 좀 섞였더라도 받아들이라고 권고한다. 미국에서는 우리 모두가 이민자이기 때문에 불법체류자라고해서 차별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팔레스타인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교황이다. 폭력을 배격하지만 어머니를 욕되게 하는 자에게는 “온 몸으로 폭력대항을 해도 정당하다”고 가르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을 방문해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정치가들을 경각시키고,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듬뿍 뿌리고 돌아갔다.

높은 사람만 만나고 고급 레스토랑을 가는 분이 아니라, “바나나와 물 한 컵이면 한 끼 족하다”는 분이다. 어디에 가나 거지나 노숙자, 교도소 죄수는 그의 친구다. 프란시스코 교황! 이라고 하면 언뜻 떠오르는 것이 있다. 작음이다. 그는 작은 사람이다. 워싱턴 공항에서 백악관을 향해 가는 데 제일 작은 차를 탄 사람이 바로 프란치스코다. 한국에서 소형차 ‘쏘울’을 탓 듯이, 이번 미국서는 이탈리아산 1400cc 피아트를 탔다. 그럼에도 그는 제일 커 보였다. 교황은 임금과 황제를 포함하는 군주적 의미의 냄새가 난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택한 분의 복음적 영혼과 인간적인 삶을 드러내는데 있어서 ‘교황’이라는 이름은 차라리 부적합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세계역사 변화에 중요한 요소
교황의 존재와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카톨릭에서는 베드로를 최초의 교황이라고 설명한다. 제1대 교황 베드로, 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 이런 순서다. 하지만 개신교는 이를 부정한다. 교황(pope)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직책이다. 그는 로마교구의 주교이며, 12억 신자를 보유한 세계 카톨릭 교구의 수장이고, 바티간 시국의 국가 원수이다. 하느님 다음으로 존경해야 할 대상으로 ‘성하’(Yoor Holiness)라 칭한다. 세계 역사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리이다. 초기 교황은 신앙을 전파하고 교리논쟁 해결에 주력했다. 중세 암흑기에 들어와서는 종교뿐만 아니라 세속문제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현대에 와서는 종교간 대화, 교회 일치운동, 인권수호에 매진하고 있다. 가톨릭이 내부적으로 부패하고 권력화하여 유럽 왕들과 정치적 충돌이 잦아지자 종교개혁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제2차 바티간 공의회’ 이후 교황들은 교회가 권력의 족쇄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결과 다시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제 264대 교황으로 1978년부터 2005년 까지 27년간 재위하면서 아버지 같은 인자함을 보였던 요한 바오로 2세는 폴란드 출신으로 솔리다리티의 바웬사를 지원했으며, 동유럽의 민주화에 공헌했다. 동유럽의 민주화 물결은 백림장벽 붕괴와 독일 통일을 가져왔다. 이는 볼세비키 혁명 70년 만에 소련연방공산국가의 해체를 불러오고야 말았다. 그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로마 교황청이 터놓은 것이다.

프란치스코 메시지 희망과 사랑
‘파격적’이라는 면에서 두 교황은 많이 닮았다. 1984년 한국을 방문한 요한 바오로 2세는 예고도 없이 광주로 내려가 5.18 진실규명과 화해를 촉구했다. 카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전세계인의 존경을 받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방신학의 발원지인 최초의 남미 출신 교황이다. 그는 미국이 세계의 경찰 국가 노릇을 하는 ‘팍스 아메리카나’ (Pax Americana)를 공공연히 비판한다. 그렇다면 그가 공산주의자 인가? 골수 크리스천이 복지사회 민주주의를 강조하고, 새 형태의 가난을 만드는 미국과 자본주의를 비판했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을 공산주의자라고 의심하고 욕하는 것은 소도 웃을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의 주장은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경시하는 이기적 물질주의에 대한 준엄한 경고일 뿐이다. 이런 교황의 메시지는 남미의 ‘해방신학’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휴머니티이며, 그리스도의 사랑이라고 학자들은 설명한다. 그는 낙태, 동성애, 사형제도 등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진보적이지만 신학적으로는 보수주의자라고 뉴욕 타임스는 평했다.

껌팔이 소년 가수 최성봉이 시카고에 초청되어 감동의 음악회를 가졌다. 최씨는 “죽고싶을 정도로 어려운 사람을 위해 노래를 통해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방문 당시 가수 ‘보아’를 만난 교황은 “노래로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하라”고 말했다. 솔선수범해서 말을 행위로 반드시 옮기는 심성이 고운 사람들의 일맥상통에 나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인간적 너무나 인간적인 교황
나는 지난 22일 오바마 대통령의 극진한 환대를 받고 앤드루 공군기지(메릴랜드)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백악관 환영 행사에서부터, 독립선언문이 낭독되고 제헌의회가 열렸던 필라델피아 독립기념관 행사까지 일주일 동안 관심을 갖고 거의 매일 TV를 통해 중계방송을 시청했다. 한 장면 한 장면이 감동스럽고 즐거웠다. 감동스러웠던 것은 그는 분명 이 시대 우리들의 영혼의 스승이며, 삶의 인도자라는 점이다. 백악관에서는 기후변화, 이민, 종교자유를 거론했다. 역사적인 의사당 양원합동 연설에서는 ‘나도 이민가정의 아들’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이민에 대한 적대감을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종교적 극단주의를 배격하자고 말했다. 카톨릭 신자인 베이너 의장은 교황을 영접할 때부터 정서적으로 무척 긴장된 모습을 보이더니,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그의 사임이 ‘티파티’ 때문이라고 하지만, 교황으로부터 받은 종교적 영감의 영향일지도 모른다. 필라델피아에서는 “불평등이 팽배할 때 미국의 민주주의 이상이 약해진다”고 경고했다.

서민 배려하는 따듯한 마음
교황의 서민적 행보는 남을 배려하는 그의 따듯함의 소산이다. 퍼레이드 중 어린 아이가 뛰어들자 경호원이 이를 번쩍 들어 막았다. 이것을 본 교황이 막지 말라고 손짓을 했다. 경호원이 다시 아이를 번쩍 들어 교황한테 안기게 했다. 교황은 아이에 뺨을 맞추고 축복했다. 얼마나 정겨운 장면인가.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한 필라델피아에서 교황은 지난 3월 폭스바겐을 타고 아르헨티나를 떠나 미국까지 장장 1만3000마일을 달려온 교황의 고국에서 온 젊은 부부 가족(아이들까지 5식구)을 만났다. 교황님은 처음 이 소식을 듣고 ‘크레이지 가족’이라고 웃었다. 5식구의 정성을 배려하지 않을 교황이 아니지 않는가. 교황은 이 가족을 불러 기념사진을 찍고 포옹을 한 후 와줘서 고맙다며 이들을 배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런 분이다. 격식보다는 인간이 먼저다. 만인의 애인이며 친구인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더 많은 사람을 사랑과 위로로 해방시키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Viva Pope! 프란치스코 만세!


본보 주필

Content on this page requires a newer version of Adobe Flash Player.

Get Adobe Flash player

Content on this page requires a newer version of Adobe Flash Player.

Get Adobe Flash play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