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와 로키 마운틴 여행

입추(8일), 말복(12일), 처서(23일)가 다 지나고 보니 가을이 일찍 찾아오는 이곳 북반구는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해졌다. 90도를 오르내리는 인디안 섬머가 가는 여름을 달래는 듯 기승을 부리기도 하지만, 마켓에서는 벌써 가을의 상징인 국화꽃을 팔기시작하는 계절이 왔다. 아이들은 긴 여름방학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가고, 미국인들이 미치게 좋아하는 풋볼과 캐나다인의 국기인 아이스하키 프리게임이 바야흐로 기지개를 켜고있다.

얼마전 휴가를 갔다왔다. 봄에는 미국 수도 워싱턴D.C.를 다녀왔고, 가을에는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도시인 캐나다의 밴쿠버와 인근 로키 마운틴을 관광 했다. 밴쿠버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 3등 안에 든다. 두 곳 다 초행이 아니지만, 나이들어서 여행은 또 다른 감회를 안겨주었다.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은 자연에 대한 경외와 사랑, 인간에 대한 겸손과 연민, 깊은 성찰과 고요한 평화, 나이가 들어도 영혼의 나이는 채찍하며 살아야겠다. 등 등의 다짐-- 뭐 그런것 말이다. 캐나다는 미국과 북미주라는 이름으로 맞붙은 형제 같은 이웃이다. 양국은 언어,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등 동일 생활권이다. 하지만 서로 땅덩어리가 크다보니, 내왕이 그리 쉽지 않다. 미주 동포들이 캐나다를 방문하는 것은, 한국 국민들이 동남아를 가는 것보다 내왕이 뜸한 편이다. 캐나다 서부의 관문인 밴쿠버는 동부의 몬트리얼, 토론토와 함께 이 나라 3대 도시의 하나로 수려한 산과 바다를 함께 지닌 미항으로 널리 알려졌다. 집사람 대학 동창 재상봉 행사가 그곳서 열려, 그러지 않아도 다시 가보고 싶던 곳이라 얼른 따라 나섰다.
세계 제일의 광활한 영토를 소유한 캐나다는 축복받은 나라이다. 한국 땅의 45배나 되는데 ,인구는 3600만 밖에 안된다. 무한한 지하자원이 매장돼 있으며 석유도 생산한다. 언젠가 US 뉴스 앤 월드 리포트지는 캐나다를 “인종차별과 범죄가 없는 곳, 국민의료제 등 사회복지 시스템이 잘된 곳, 침략을 받을 일도 없고 전쟁에 나설 일도 없는 곳, 한마디로 한가롭고 평화로운 곳”이라고 보도를 한 적이 있다. 영국의 한 연구소가 ‘2015년 살기 좋은 도시’를 발표했는데, 10위 안에 캐나다가 3개나 차지 했다,
1. 멜버른(호주), 2. 비엔나(오스트리아), 3. 밴쿠버(캐나다), 4. 토론토(캐나다), 5. 에들레이드(호주), 6. 캘거리(캐나다), 7. 시드니(호주), 8. 헬싱키(핀란드), 9. 퍼스(호주), 10. 오클랜드(뉴질랜드) 순서로 대양주도 4개나 10위안에 올라있다. 미국 도시중에는 호놀루루가 27위, 시카고는 37위, 시애틀은 41위, LA는 42위, 아시아는 동경이 15위, 홍콩 46위, 싱가포르49위, 서울은 58위, 북경은 69위를 기록했다.

내가 이번에 다녀온 밴쿠버 도시 이름은 영국인 탐험대장인 ‘조지 밴쿠버’에서 유래한다. 자고로 로마가 인간문명의 극치를 보여주는 도시라면, 밴쿠버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완벽히 조화된 도시 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유럽국가들은 ‘역사’가 복잡하지만, 캐나다는 ‘지리’가 복잡하다는 말이있다. 1867년 캐나다연방이 결성됐으니, 국가로서의 역사는 150년이 채 안 된다. 반만년 유구한 역사에 빛나는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된다. 밴쿠버 시내관광 첫 코스는 차이나타운이었다. 북미주에서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2번 째로 큰 밴쿠버 차이아타운은 다운타운 요지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19세기 골드러시 때 캘리포니아에서 온 사람의 후손이거나, 캐나다 철도공사의 대륙횡단 공사에 동원됐던 중국인 노무자의 자손들이다. 캐나다 정부가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한 야심작으로 시작한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장장 8000킬로미터의 동서 대륙횡단 공사는 중국 노무자들의 슬픈 역사가 담겨있다. 로키 마운틴 암벽을 뚫는 험난한 공사에 투입된 중국 노무자 가운데 만여 명 이상이 사망 했다고 한다. 그래서 드디어 1886년 캐너디언 퍼시픽 철도가 개통되었다. 뉴욕에는 센트럴팍이 있고, 밴쿠버에는 스탠리팍이있다. 1850년 영국의 해군기지로 사용했던 곳이다. 1000에이커의 땅은 수명 천년 이상의 고목들이 즐비한 천연 원시림으로 이루어졌다. 스탠리 공원 입구에는 귀신을 쫓는다는 토속 원시 신앙의 발로인 ‘토템’이 있다. 옛날 한국의 장승 같은 것이다. 10년 전 시카고에 사는고등학교 동창생 4명이 부인들과 함께 로키를 관광 했는데, 토템 앞에서 8명이 쭉 서서 사진을 찍은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중에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를 생각하며 가슴이 아팠다. 브리티시콜럼비아 주도인 토리아에서 나는 그 친구와 단 둘이서 호텔을 빠져나와 어느 카페에서 밤 늦게 까지 맥주를 마시며 인생과 종교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지.

이번에 밴쿠버 여행에서는 그밖에 유명한 데 3곳을 더 보았다. 다운타운의 워터프론트 역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캐나다플레이스’가 나온다.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1986년 캐나다 박람회 때 세워진 밴쿠버의 역사적 상징물이다. 양 옆에는 수심이 깊어 대형 크루즈 선박이 정박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밴쿠버에서는 2010년 평창을 제치고 동계올림픽이 열린 곳이다. 이 때 ‘피겨여왕’ 김연아, ‘한국 돌풍’을 일으킨 빙속의 이상화, 모태범이 금메달의 신화를 창조, 스포츠 강국의 면모를 세계에 과시한 바 있다. 또 다운타운 개스타운의 명물인 스팀시계도 구경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중국사람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띈 곳이다. 이 시계는 세계서 유일하게 스팀엔진에 의해서 작동이 되는데, 15분 마다 한번 씩 연기를 뿜으며 차임벨이 울려 관광객을 놀라게 한다. 시간에 쫓겨 예쁜 가게에 한번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커피 한 잔도 못 사먹었다. 밴쿠버 마지막 코스로 전나무가 우거진 가필드캐년 공원에 들러 1889년 만들어진 137미터의 ‘흔들다리’를 건너는 재미도 맛 보았다. 이 공원에서 밴쿠버 시민들의 식수원인 호수와 클리블랜드 댐을 구경했다. 밴쿠버의 수도물은 병물 보다도 훨씬 깨끗하고 맛 있기로 정평이 나있다. (다음호에 계속)


본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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