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대 한인회장 선거의 허와 실

차세대 철저히 외면했다

이번에 홍역을 치른 제32대 시카고 한인회장 선거는 젊음과 경륜의 대결, 패기와 재력의 대결이었다고 흔히 말한다. 이 말은 두 후보자를 좋게 봐서 한 이야기다. 하지만 까놓고 얘기하자면, ‘젊은 세대’는 간곳이 없고 ‘돈의 위력을 말한’ 선거였다.
선거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힌 진안순 당선자도 김학동 낙선자도 ‘차세대의 외면’을 지적했다.

진 회장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선거에 참여한 유권자 중, 10대 부터 40대 까지의 젊은 층의 관심이 적었다. 40대 까지의 연령 층을 한인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많은 이벤트를 열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김학동 낙선자는 “나의 패배는 50대 미만의 젊은 층을 투표소로 이끌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것이었다. 20대 40대의 투표 참여율이 예상했던 것 보다 너무 낮았다. 그 부분이 아쉽기도 하지만 내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상일 총영사도 “동포사회 경제활성화와 차세대 육성을 위해 노력해 주기 바란다’라고 차세대 문제를 강조 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는 젊은이들에게 과연 무엇을 보여주었는지 생각해 보자. 공허한 허상이였는가? 충실한 실상이었는가? 거짓이었나? 참이었는가? 투표 개표 과정을 사상 유례없이 깔끔하게 처리하고, 동포사회 화합과 단결,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를 위해 갖은 노력을 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선거관리 위원회의 노고를 치하한다. 초장부터 선거 공영제를 외쳤지만 선거기간중에 선거세칙 변경이나 어느 한쪽으로 휘둘리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에는 실망을 안겨주기도했다. 투개표장 위치를 한인 인구가 가장 많이 몰려사는 우리마을 샤핑 몰을 선택한 것은 잘 한 일이다. 오랜만에 수 천명이 모였다. 소풍가는 심정으로, 장날 장터에 가는 마음으로, 운동회 날처럼 한여름 태양 아래 투표장 밖에서 빨간 티셔츠나 노란 티셔츠를 입고 지지를 호소하는 젊은이들의 외침과 몸짓은 발랄했다. 물론 기호 2번의 빨간색이 압도 했다.

40대 미만 다 합쳐도 겨우 천 여표

참고로 총투표자 5364명 (선관위 전산 시스템 자료)을 연령 층별로 분류해 살펴보면, 10대가 겨우 80명(1%) 투표, 20대 216명(4%), 30대 234명(4%), 40대 637명(12%), 50대 1237명(23%), 60대 1411명(26%), 70대 1214명 (23%), 80대 313명(6%), 90대 이상 22명(0%)을 기록 했다. 선관위가 실시간으로 몇 명이 투표했는지 보여주는 TV를 보고있던 어떤 사람은 “상록회장 뽑나?’라고 가시돋힌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60대가 가장 많이 투표를 했고, 2등이 50대, 3등이 70년대 순으로 투표를 했다. 60대 이상 노인층2,960명(55%)이 당선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 했다.

특이한 현상은 10대부터 40대 까지의 표를 다 합쳐도 70대 한 세대 만큼도 표를 얻지 못 했다는 점이다. 또 놀라운 것은 30대가 불과 234 명이 투표를 했는데, 80대는313명 이나 투표를 했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투표한 젊은이들은 자원 봉사자 이거나 일당을 받고 나와 일한 도우미가 고작이었다. 기동력이 가장 약한 세대가 투표에 가장 많이 동원 됐으며, 그 표가 당락을 좌우 했다는 것을 쉽게 알수 있다. 한인회장 선거에 차세대의 냉담은 미래 한인사회 발전과 주류사회 진출 문제와 더불어 심각한 성찰이 있어야할 것이다. 나도 선관위 TV를 보면서 “선거 보나마나 다 끝났군”이라고 한 마디 내뱉었다.

시카고 최초의 여성 한인회장

선거가 끝난 후 동포사회의 반응은 거의가 화합과 단결을 호소했다. 그만큼 싸움이 치열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상처가 깊기 때문에 후유증을 걱정하고 한 말일 수 있다.

이번 선거는 서진화씨 중도하차, 후보자 양측 캠프의 상호 불신, 후보자와 선관위의 갈등, 숱한 성명서와 기자회견, 한인회 공금 처리에 대한 구설, 정도를 벗어난 언론에 대한 독자들의 불만, 특히 진 후보 지지 선언을 한 한미뉴스 특집판이 반대 측으로부터 ‘찌라시’라고 성토를 당한 해프닝 등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이와 같이 여러 요인이 뒤엉켜 사상 유례없는 과열선거와 혼탁한 양상을 보인 32대 시카고 한인회장 선거가 끝났다. 보도된 대로 시카고 한인 이민사상 최초로 여성으로서 한인회장이 된 진안순 당선자는 3065표(56.3%)를 얻어 2347표 (43%)를 획득한 김학동 후보를 718표 차로 누르고 승리 했다. 양측은 당초 8,000 명 내지 1만 명 까지 추산 했으나, 6,321명을 기록한 2007년(28대) 때 보다 훨씬 적은 5367명이 투표를 했다.

유권자의 무관심과 실망이 초래한 경고성 결과다. 그래도 재력 조직 인지도에서 열세로 시작한 김학동 후보는 선전한 셈이다. 진안순 당선자는 21일 한인회관에서 선관위로 부터 당선증을 받았다. 그리고 약속한 공약을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멋있는 ‘코리아센터’ 마련하자

선거기간 동안 진안순 후보는 분야별로 많은 공약을 발표 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구체적인 확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공청회를 통해 확인한 바와 같이 불편한 장소, 15만 동포사회의 위상에 맞지 않는 규모인 현 한인회관은 이전 할 때가 됐다고 본다. 마침 서정일 전임 회장의 숙원 사업으로 이미 시작을 했기 때문에, 이를 연속 사업으로 수행 한다는 점에서도 적기라고 생각 한다.

역사의식 지니고 멀리 보기를

이야기가 나온 김에 진안순 당선자에 몇 가지 부탁을 드리려고 한다.

한인회장 자리는 평통회장이나 회사 CEO(대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자리다. 선거 중에 리더십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만, 한인회장은 ‘안보단체’와 같은 어느 한쪽 만을 대변하는 자리가 아니라 이념이나 생각이 다른 사람, 심지어 반대하는 사람까지 이끌고 가야하는 자리이다. 세대와 지역간의 벽을 헐고, 보수와 진보의 담을 헐기 위해서 한인회장이 앞장서야 한다. 모국 지향적인 발상이나 당장의 이해관계를 넘어 멀리내다 보는 역사의식을 지니기를 간곡히 부탁 한다. 남북 분단도 원통하고, 남남갈등도 안타가운데, 미주에서 마저 통일과 화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 좌우 대결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 한다.
진안순회장의 당선을 축하 하며,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일을 많이한 훌륭한 한인회장으로 역사에 남기를 바란다.

 

본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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