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과열 한인회장 선거

예상밖의 서진화 후보 도중하차

예년 같았으면 지금 쯤 새 한인회장이 탄생 되었으련만, 아직도 법정기일을 어기면서 선거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32대 한인회장 선거 바람잘 날 없다”고 한 어느 신문의 타이틀 처럼, 한인회칙, 회장선거법, 선거 시행세칙, 서약서를 둘러싸고 끝까지 오락가락 우여곡절을 겪다가, 결국은 서진화 예비 후보의 도중하차 라는 ‘불상사’를 초래했다. 서씨는 싸움도 해보지 못하고 ‘전사자’가 되었다. 선관위의 표현은 ‘사퇴’이지만, 서씨는 보이콧(거부)이라고 강조했다.

쓸 때 없는 소모전에 시간을 허비한 한인회와 선관위는 막판에 시간에 쫓겨서 특정 후보자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인상을 주었고, 서진화 예비 후보자에게 ‘180도 달라진 내용의 서약서’에 재서명을 받겠다는 것은 공평치 못했다. 시카고 한인회장 선거 사상 초유의 ‘서약서 사퇴’ 사건은 우리 이민사에 깊은 상처로 오래 남을 것이다.

‘이사역임’ 삭제하니 ‘서약서’ 말썽

이렇게 예상치 못한 사태 발생의 1차적인 책임은 물론 서정일 한인회장에게 있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31대 한인회 측은 작년 8.15 광복절 행사에서 어설프게 한인회장 간선제와 피선거권자의 자격 제한 등 한인회 정관 수정을 시도한 데서부터 시작된다. ‘이현령 비현령’ 처럼 그날 저녁 정관 수정이 통과되었는지? 부결되었는지? 명확한 선언이 없었다. 그리고 이 수정안은 특정인의 회장 출마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악법이라고 역대 한인회장을 비롯한 반대측의 거센 항의에 부딛쳐, 서 회장은 단 아래서 분명히 이를 보류한다고 말했지, 통과되었다고 ‘방망이 3번’을 두드리지 않았다. 한편 사회자인 단상의 김종휘 부회장은 적법절차에 의해 성원이 되었으며 다수의 찬성으로 “한인회 피선거권자의 자격은 한인회 이사를 1회 이상 역임한 자에 부여한다”는 정관수정안은 통과되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인회 측은 ‘통과’로 간주했고, 그 자리에 참석했던 나같은 일반인은 ‘부결’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9개월이 지나 회장선거 철이 오자, 한인회 측은 수정정관과 32대 회장 선거일정을 발표하면서 수정정관대로 선거를 실시한다고 공고를 했다. 그런데 다른 입후보자가 없어 서정일 회장 단독 출마로, 선관위에서는 서정일 32대 한인회장 당선증을 만들었다. 그러나 서 회장은 또 거센 반발에 직면하게 돼 당선증을 받기로 된 날 아침 돌연 후보사퇴를 하고야 만다. 일이 크게 꼬인 것이다.

소신 없는 선관위, 이리 저리 휘둘려

이 와중에 선거관리위원회는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와 동포사회 화합과 평화를 위해 노력했다. 김종덕 선관위원장은5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인회장 출마 자격으로 규정된 한인회 이사 역임조항을 이번 선거에 한해 적용하지 않겠으며 후보 등록금도 5만 달러에서 2만달러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이는 물론 선관위가 한인회 상임이사회의 요청을 받아 내린 결단이다. 김 위원장은 “ 현재 상황에서 한인사회가 분란과 갈등을 막고 화합으로 가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었다”고 실토했다. 그리고 6월5일 문화회관서 2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인회 임시총회에서 개정을 시도했던 적법성이 불분명한 ‘이사 역임’ 정관은 원상으로 복귀가 됐다. 다시 말하면, 선관위 측이 제의한 ‘이사 역임 조항’ 폐기와 ‘등록금 2만 달러’ 축소 조항이 인준을 받았다. 결국은 돌고 돌아 제 자리로 다시 왔다. 그동안의 반목과 쓸 때 없는 시행착오를 보면서, 자승자박이기도 하지만 서정일 회장의 리더십은 추락했고 재선의 꿈은 사라졌다.

공명선거 위해 선거 공영제 바람직

이번에 제 32대 시카고 한인회장을 뽑는 선거에는 당초에 서진화, 김학동, 진안순씨(선거 등록 순서) 등 3명이 출마했다. 8년 만에 경선인데, 그것도 3파전이었다. 어떤 지역에서는 서로 회장 안 하겠다고 하는데, 시카고는 3명씩이나 후보자가 나와 피 터지는 ‘싸움’을 할 판이었다. 선거 운동 시작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더니, 후보 등록을 하면서도 혼란스러웠다. 후보자들이 입후보 등록 시 제출하는 서류의 종류는 등록 신청서, 이력서, 사진, 당해년도 한인회비 납부 영수증, 거주기간 증명서류, 추천서, 선관위 명단, 2만 달러 등록금, 선관위 소정 양식의 서약서 등 9가지가 선거공고에 분명히 명시돼있다. 그 중 서약서 내용이 문제가 되었다. 선거 홍보 광고 회수 제한, 노인 아파트 개별 선거운동 금지, 기부금 조항, 버스 동원 사항이 또다시 갈등을 빚었다. 김학동 후보 측은 선관위가 선거관리 시행세칙에 의거해 만든 서약서이기 때문에 선관위의 권위를 인정하고 받아들여 서명했다고 밝혔다. 서진화 후보측도 약간의 구체적인 명시를 요구했을 뿐, 선관위가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기 위해 만든 서약서 이기 때문에 이를 동의하고 따랐다. 그러나 진 후보측은 노인아파트 유세와 대형 차량 라이드 제공 등에 이의를 제기하고 서약서에 서명을 유보했으며, 수정안을 보고 나서 최종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선관위를 규탄하는 성명서가 일간 신문에 실려 당혹스러움을 자아냈다. 선거를 집행하는 관리 위원회 측의 의도는 깨끗하고 공명정대한 선거를 치루기 위해서 서약서를 만든 것이다. 연장자들의 교통편의를 선관위가 제공하기 위해, 또 행여 과거 한국 선거나 시카고 선거에서 있었던 부정선거를 막기 위해 서약서에 약속을 하라는 것이니 크게 잘못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를 “노인 차별이다” “노인의 투표권 제한이다” “선관위원장 사퇴하라” “서약서 즉각 폐지하라”는 요구는 지나친 반응이 아니었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첫 번째 서약서에 서명했던 서진화 예비후보가 고쳐진 서약서 때문에 사퇴를 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칼 하다.

언론은 후세에 떳떳한 역사 기록을

끝으로 첨예하게 대립된 한인회장 선거를 보도하는 언론매체에 대해 언급을 하고싶다. 3자 경선이 무산되기는 했으나, 2자 대결 역시 선거가 과열될 수록 언론의 역할이 강조된다. 신문이 당락을 결정하는데 큰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누가봐도 특정인을 지지하는 인상을 주는 ‘노인 폄하’ 성명서 광고만 해도 그렇다. 축제 분위기 속에 공정한 선거에 의한 한인회장 선택이 핵심 이슈인데, 이를 엉뚱한 이슈로 침소봉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 자세도 문제다. 신문사 마다 내걸고 있는 사시인 춘추정론, 불편부당, 정의추구, 사실보도는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신문기자는 직원의 역할보다 사초를 기록하는 사관으로서 독자에 충성하는 임무가 더 강조되는 이유이다. 모름지기 언론인은 개인 스스로가 하나의 기관(Institute)이라는 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오랜 세월 신문에 종사해온 기자로서 늘 하는 이야기가있다.“신문은 아무렇게나 만들기에는 너무 소중한 것이다” 사회의 공기로서 “신문은 누구도 이용할수 없다. 그래서 신문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역설적 명언을 우리 공동체의 언론들이 32대 한인회장 선거를 보도하면서 명심하자고 제언하는 바이다. 언론은 후세에 떳떳한 기록을 역사에 남기도록 하자.



본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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