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청량제 뜨거운 빙판

첫 사랑 야구로 부터 하키로 배신
나는 젊어서 ‘야구광’이었다. 5살 때 아버지 손을 잡고 인천 공설운동장에 갔던 기억이 난다. 어려서부터 투수나 일루수로 뛰기도 하고, 프로 선수들의 경기를 관전하는 것이 나의 최대의 취미였다. 중고등학교 때는 시험 기간 중에도 야구장에 갔다. 내가 판검사가 되지 못하고 기자가 된 것은 ‘야구’ 때문인지도 모른다. 야구가 내 인생을 바꾸었다. 체육부 기자도 아니면서 서울운동장을 내집처럼 드나들었다. 백과사전 처럼 한국의 야구사를 꾀뚫었다. 초창기 김영조, 박현식, 박영길,김응룡 등 전설적인 홈런타자, 육해공군 3군만이 야구부가 있었던 50년대 당시 한국 대표 투수 한태동, 김양중, 서동준은 지금도 친구처럼 기억 속에 새롭다. 그런데, 미국에 이민온 후 18년 만에야 야구장(컴미스키팍: 옛날 화이트삭스 구장)에 갔을 정도로 생존에 여유가 없었다.

야구 이야기로 서두가 길어진 이유는, 부전자전이라고 할까? 우리 아들이 나를 닮아 학교 때는 야구선수(투수)로 활약을 했고 훗볼, 농구, 아이스하키 등 손 대지않은 스포츠가 없었다.럭키하게도 취미가 직업이 된 우리 아들은 현재 NFL TV의 익세큐티브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근년에 내가 즐기는 스포츠는 야구도 훗볼도 아니고 단연 아이스하키로 변했다. 엄청난 배신이다. 아들 덕에 컵스 야구장이나 베어스 훗볼장인 숄져필드에 가끔 가기도 한다. 하지만 요즈음은 주로 유나이티드 센터의 혹스 아이스하키 구장을 자주 간다. 올해 스텐리컵 결승 1,2차전은 탬파에서 열리고 3차전은 시카고에서 열리는데, 우리 식구들은 이미 표를 구해놓았다.

속전속결과 변화무쌍에 매료
미국에 살면서 언제부터 인가 나는 아이스하키에 매료되었다. 아이스하키를 사랑하면서부터 다른 경기는 시시해졌다. 우선 속도가 느리고 아이스하키와 비교해 역동적이거나 격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위 아는 사람들 중엔 너무 잔인하다고 권투를 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으나, 권투에 비해 아이스하키는 젊잖은 편이다. 아이스하키에서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 모습은 잔인하거나 매너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도 경기의 일부라고 생각한 후 부터는 싸움이나 격렬함이 오히려 흥미를 더 증폭시켜 선수들과 일체가 된다. 못되게 구는 선수는 좀 때려주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심판도 처음에는 흥행을 위해 싸움을 말리지 않는다.

아이스하키가 또 재미있는 이유가 있다. 여타 경기는 강자와 약자가 확연히 구분되어 어느 팀이 이길 것 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하키는 약팀이 강팀을 쉽게 이기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당일 선수들의 컨디션과 운수에 좌우되기도 하겠지만, 각 팀의 선수 실력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야구는 돈 많은 구단이 좋은 선수를 많이 사면 팀이 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뉴욕 양키 팀이 늘 우승후보로 맴돌고, 시카고 컵스 같은 팀은 100년이 돼도 우승 한번 못하는 것은 결국 돈(선수 투자) 때문이다. 그렇지만 프로 아이스하키 리그는 각 팀의 전체선수 계약금 총액에 상한선을 정하고 동일하게 규제한다. 따라서 선수들의 평균 실력이 비슷하게 분포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에 플레이어프에 진출한 16개 팀은 실력이 거의 비등비등 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서부와 동부의 컨퍼런스 결승전서 각각 7차전 까지 가서 탈락한 LA 애나하임이나 뉴욕 레인저스 같은 팀은 전력이 막강한 팀이다. 전통적으로 하키의 명문 팀이라고 하면 최근 5년만에 3번 째 스텐리컵에 도전하는 시카고 팀, 최다 우승팀 디트로이트 레드윙스, LA의 킹스와 애나하임, 캐나다의 몬트리얼, 오타와, 위니펙, 밴쿠버, 캘거리, 에드먼턴 중에 몇 팀을 꼽을 수 있겠다.

37초에 3골 넣고도 연장전 승부
시카고 혹스가 스탠리컵 결승까지 올라오면서 파란곡절이 많았다. 서부 컨퍼런스 준준 결승전 내쉬빌 프레더터스와 1차전은 두 번 연장전, 4차전은 세 번 연장전 끝에 새벽이 되서야 승패가 갈렸다. 에나하임과 서부조 컨퍼런스 시리즈 5, 6, 7차전은 기가막힌 명승부를 연출했다. 블랙혹스 팀은 5차전에서 선전했으나 5대4로 패해 시리즈 전적이 3대2로, 탈락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애나하임 덕스는 초반 무서운 공격력으로 37초 사이에 무려 3골을 넣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시카고 혹스도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 3 피리어드에 4대2로 지고있는 상황, 시간은 2분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코치는 주장 조나단 테이스 카드를 꺼냈다. 혹스는 엠프티 넷(골리 비우고 공격 가담) 상태에서 6명이 필사의 공격을 펴 2점을 추가했다. 게임은 순식간에 4대4 동점, 연장전에 돌입. 혹스가 승기를 잡았다. 그런대 수비수 픽클이 선수교대 시에 패스를 잘못하는 실수로 말미암아 애나하임이 골을 넣었다. 스코어는 5대4로 에나하임 승리. 시리즈 3대2로 애나하임이 1번만 이기면 결승에 진출하는 일대위기 였으나. 저력을지닌 사카고는 6차전 5대2, 7차전 5대3으로 애나하임에 연승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시카고 블랙혹스팀은 동부 컨퍼런스 우승 팀인 탬파베이 라이트닝과 올 시즌 최강을 가리는 스탠리컵을 놓고 3일부터 맞붙었다.

젊은 패기와 노련한 경험의 대결
우리는 이달 중순까지 빙판에서 펼처질 젊은이들의 열기와 일희일비에 손에 땀을 쥘 것이다. 혹스와 애나하임의 컨퍼런스 결승전은 전국 320만 가구가 시청했다고 한다. 스탠리컵 결승전은 더 많은 사람들이 TV 앞에 앉아 열광할 것이다.

탬파는 리그 공격력 1위 답게 팀 이름처럼 번개같은 속공을 감행할 것이다. 페트릭 케인, 조나단 테이스, 메리안 호사, 패트릭 샤프, 던킨 키스 등 현란한 스타파워를 지닌 시카고는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리그 최고다. 혹스는 승부 뒤집기에 명수다. 이번에도 탈락 위기에서 살아났다. 2010년 결승서도 필라와 2승2패에서 연속 2게임을 따내 우승했다. 2013년 보스톤 불루인스를 6게임 만에 누르고 챔피언이 된 저력을 지닌 팀이다.

시카고, 탬파에 2대1 역전승
3일 (수) 탬파베이 아말리아레나에서 열린 스탠리컵 결승 1차전에서 탬파베이는 1피리어드 부터 거세게 공격을 가해 1점을 선취한 후, 3피리어드 13분 28초 까지 1대0을 유지했다. 혹스팀은 뒤집기의 명수답게 경기 종료 6분 32초 남겨놓고 루키선수 트보 테라바이넨(Teubo Teravainen)이 한 골을 넣어 탬파와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서 4분 14초 남겨놓고 안토니 버멧(Antoine Vermette)이 두 번째 골에 성공, 시카고가 2대1로 역전, 첫 게임을 승리로 장식하는 짜릿함을 맛보았다. 혹스는 뱃장이 센 팀이다. 당황하지 않는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뒤집기(Turn over)의 명수다. 인생 실전에서도 배워야할 교훈이다.


본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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