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해를 보내며


2013년이 저물었다. 달력에 빽빽이 적어놓았던 모임 약속을 지키다 보니 12월이 훌쩍 지나갔다.일 년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달은 계절의 여왕 5월과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이다.

곧 다가올 5월은 접어두고, 방금 지나간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좀 하자. 솔직히 말해 나는 예수님 탄생의 의미를 성찰하기 보다는 어린애 처럼, 크리스마스 계절 때면 찾아오는 캐롤, 카드, 트리, 파티를 상당히 좋아하기 때문에 혹한에도 12월을 사랑한다.

이 계절 풍경 중 우리의 일상에 중요하고 큰 몫을 하는 것은 연말 파티라고 나는 생각한다. 망년회라고 부르든 송년회라고 부르든, 해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동포사회 기관 단체, 동창회 몇 군데는 꼭 참석한다. 장황한 연설도 있고, 장학금이나 성금 전달, 무슨 공로패 등 좋은 일을 한다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고, 끼리끼리 모여 밥 먹고 경품도 뽑고, 라인댄스에 노래자랑도 한다. 옛날에는 거의가 소셜 댄스가 주종이었다. 어떤 형태든 파티에 참석하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철저히 재미있게 놀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 부부의 지론이다. 놀러와서 내빈이라고 장 자리 소개하고, 축사시키고, 상석이나 예약석 만들고 하는 행위는 지양했으면 좋겠다.

미국인들의 파티와 너무 대조적이다. 칵테일 시간을 길게 가져 담소를 많이 했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리 인터넷 시대지만, 12월은 크리스마스 카드가 있어 향수를 달래준다. 마음 속에는 가까이 있으면서도, 이런 저런 사정으로 적조했던 사람들과 교류하는 데는 카드가 최고라고 아직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구닥다리다.

성격 급한 사람은 12월이 되자마자 카드를 보내고, 어떤 분은 크리스마스가 훨씬 지난 후에도 보낸다. 한 때는 100장도 넘게 받은 해도 있었고, 해가 갈 수록 60장 -50장으로 줄더니 금년에는 한 30장 온 것 같다. 그래도 반갑기는 마찬가지다. 첫 카드는 항상 ‘이반 나빗트’로 부터다. 지난 30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연중행사로 꼭 카드를 보낸다. 이민 초기 내가 비타민 가게를 할 때 손님이었으며, 3년 쯤 가게를 맡겨놓고 매니저로 일했던 독일계 여자다. 그녀가 이혼 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때 우리와 맺은 인연이다.

지금은 할머니가 되었겠지만, 당시는 젊은 금발미녀에 멋진 바이올리니스트였다. 가게를 그만 둔 후 어느 서버브의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어 우리를 연주회에 초대했었다. 지금도 그 모습 눈에 선하지만 그 후 한번도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이 계절, 즐거움은 역시 캐롤을 듣는 일이다. 빙크로스비, 앤디 윌리엄스, 페리 쿠머, 로즈머리 쿠루니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12월의 축복이다. 그들의 감미로운 미성을 우리 집사람은 무척 좋아한다. 캐롤은 수명이 단명하다. 추수감사절로부터 성탄절까지 딱 한 달만 울려퍼지고, 그 후로는 매정하게 절교한다. 인간은 간사한 동물이다. 한 여름에 카드를 꺼내서 읽는 사람은 있다지만, 한여름에 캐롤을 듣는 사람은 없다.

크리스마스 트리도 우리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귀한 선물이다. 꽁꽁 언 생나무를 낑낑대고 끌고 와서 집안에다 세운다. 은은한 솔 향기는 이맘 때만 즐길 수 있는 맛이다.

부자나라 미국에서 부지런한 동심의 소유자들만이 즐길 수 있는 특권이다. 25일이 지나면 쓰레기로 변할 천덕꾸러기가 되기는 하지만, 트리 역시 우리에게 계절의 전령으로 다가와 행복을 전달하는 크리스마스 심벌이다.

자, 이제 들뜨고 즐거웠던 크리스마스 꿈에서 깨어 현실에 직면해 보자. 1월은 ‘야누스’의 달이다. 12월을 보내고 1월을 맞이하는 두 얼굴의 달이라는 말이다. 지난 해 세상의 얼굴은 너무 험했다. 싸우고 미워하고, 갈등으로 점철된 한 해였다.

새해를 맞기 직전 ‘최장기 철도 노조파업 철회 합의’ 뉴스는 참으로 다행한 소식이다. 비 구름이 또 언제 닥칠지 모르지만, 올 한해의 얼굴이 이렇게 화사했으면 좋겠다.

갑오년 새해, 미국의 의료개혁도, 이민법도, 한국의 이념대결로 인한 남남 갈등도, 북한의 개혁 개방과 남북 통일의 길도, 이렇게 극적으로 해결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세계 경제도 회복된다니 이 또한 즐거운 뉴스가 아닌가. 올해는 더 찬란한 5월과 더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맞기 위하여 우리 모두 힘차게 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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