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치 1번지' 워싱턴 방문

20년 전 한국전 참전비 제막 취재
지난 주 워싱턴 D.C.를 다녀왔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교육을 위해 두어 번 들렀고, 1984년 레이건 대통령이 전국 소수민족 발행인과 편집인을 초청, 백악관의 스테이트 다이닝 룸에서 오찬을 한 후 기자회견을 했을 때, 워싱턴을 방문했다. 그 때 나는 시카고 중앙일보 편집인 겸 편집국장으로, “마르코스 대통령을 응징하기 위해 필리핀 방문을 취소했는데, 왜? 전두환 대통령이 집권한 한국 방문을 강행하는가?”라는 질문을 ‘용감하게’ 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 때가 기자로서 나의 생에 전성기였던 것 같다. 그 후 워싱턴 타임스 초청으로 신문사를 견학하느라고 D.C.를 방문했다. 또 통일문제 세미나에 참석, 폴란드에서 외롭게 살던 어느 독립 유공자의 강의를 듣고, 내 옆에 앉았던 두페이지 대학 이병숙 교수와 함께 울던 곳이 바로 워싱턴이다. 마지막으로 워싱턴에 간 것은 1995년 시카고 한국일보 편집국장으로 클린턴과 김영삼 대통령이 참석한 한국전 참전 기념비 제막식 취재를 위해서였다. 시카고 재향군인 회원들과 동행했으며, 백선엽, 유재흥 장군 등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올해 방문까지 합쳐 워싱턴을 7차례나 찾아간 셈이다.
나는 지난 4월30일부터 5월3일까지 제5회 세계 한민족여성재단 국제 컨벤션에 참석하기 위해 오랜만에 워싱턴을 방문했다. 벚꽃은 이미 지고 없었지만, 5월의 포토맥 강변(Potomac River)은 찬란한 태양과 신록이 영웅들의 기념관, 박물관과 어울려 무척 아름다웠다. 전원도시의 느낌을 주는 워싱턴의 풍광은 여행객의 마음을 한껏 상기시켰다. 프랑스의 건축가 피에르 랑팡이 1791년 설계한 육중하고 고풍스런 유럽풍의 D.C.는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세계의 수도다운 면모에 손색이 없었다. 다만 아베 일본총리를 환영하는 일장기가 도심에 펄럭이고 있어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코윈’과 ‘코위너’ 합동 컨퍼런스
코윈(KOWIN;세계 한민족 여성 네트워크)과 코위너(KOWINNER; 세계 한민족 여성 재단)은 뿌리가 같은 두 자매 단체다. 코윈은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국계 여성 지도자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국제무대에서 그들의 도약을 지원하며, 젊은 여성 지도자를 육성하기 위해 2001년 설립됐다. 현재 전 세계130개 이상의 지회가 구축되어 있으며, 2,000명의 회원을 갖고 있다. 코위너는 여성가족부 주관으로 개최되고 있는 코윈 행사 중 전문 여성 인력들의 재능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공유하기 위해서는 특화된 소통의 공간이 절실하다는 인식에 따라 자생적으로 조직된 비영리단체다. 2007년 발족하여 제1회 2009년 호주 시드니, 제2회 2011년 홍콩, 제3회 2012년 루마니아 부카레스트, 제4회 2013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제5회 2015년 올해 미국 워싱턴에서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나에겐 2012년 루마니아 여행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한편 미 동부지역 챕터는 해마다 컨퍼런스를 개최하는데, 그동안 시카고, 뉴욕, 달러스, 워싱턴 등지에서 열렸으며, 내년에는 아틀란타에서 열린다.
“함께 가요 우린 바꿀 수 있어요” 라는 케치프레이스를 걸고 개최된 워싱턴 미국 컨퍼런스는 코윈과 코위너의 국제 대회가 동일장소에서 열릴 계획이라, 따로 행사를 피하고 공동으로 소집하게 되어 규모가 커졌다. 이번 행사에 시카고에서는 무려 16명이나 참석했다. 그 중에는 코위너 부이사장이며 평생 및 운영이사 서진화 씨가 2부 순서인 저녁만찬에서 사회를 보았다. 평생이사이자 운영이사로 소그룹 분과별 토의의 미디아 멘토인 육원자 공인재정 상담가, 패널토론 진행자이며 소그룹 비즈니스 멘토 최재경 변호사, 소그룹 법률 멘토 김원선 변호사, 세종문화회 사무총장이며
대사관저 환영만찬서 특별 음악회를 제공했고, 소그룹에서 예술 멘토를 맡은 닥터 루시박 등이 맹활약을 하면서 시카고를 빛냈다.
일본 나고야에서 재일동포 2세 6명이 참가했다. 한국 말도 모르고 영어도 몰라,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눈과 제스처로 사랑을 느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한국 말을 좀 했는데, 우리에게 “일본에 재일동포 60만 명이 살고 있다는 것을 잊지말아 달라. 우리들을 위해서 일본과 한국이 서로 대화하고 관계를 개선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국정원 ‘코리아 벨 가든’ 답사
이번 워싱턴 컨퍼런스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전야제 행사였다. 워싱턴 한국문화원과 워싱턴 코위너 주최로 미술가 회원들이 작품을 내놓은 여성작가 특별전은 미국 주류사회에 큰 호응을 받았다. 대회 첫날 환영만찬은 한국대사관(안호영 대사) 관저에서 열렸는데, 예상 인원보다 훨씬 많은 회원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마침 워싱턴을 방문 중인 나경원 국회의원(외교분과 위원장)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나는 그날 대절 버스 좌석이 모자라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다음날 관저에 갔다. 나의 대자인 서병혁 씨(안 대사와 동서지간)와 함께 가족같은 분위기 속에서 안 대사 내외분과 아침식사를 했다. 무슨 이야기 끝에 내가 시카고의 보타닉 가든에 한국정원을 짓기 위한 일에 관여하고 있다는 말이 나와 이곳 메도우락(MEADOWLARK)에 새워진 한국 정원인 ‘코리안 벨 가든’을 답사할 수 있는 행운까지 얻었다. 이 한국공원의 설립자인 이정화씨도 만나고 싶었으나 부재 중이라 보지 못하고 왔다. 언젠가는 시카고에 초청해 자문을 듣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본 회의 기조연설자 오종남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은 ‘세계 한민족 여성리더의 시대적 소명’ 이라는 제목의 강연으로 많은 호응을 받았다.

아름다운 역사와 정치 도시
D.C. 투어는 여러 번 했지만, 나는 옛날을 회상하며, 30여 명의 일행과 함께 아침부터 한나절 까지 백악관과 의사당 등 유서 깊은 명소를 탐방했다. 비록 미국의 역사가 유럽의 파리나 런던에 비해 일천하지만, 기념관과 유물의 양이나 질적인 면에서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규모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 관광객들은 하나 같이 놀랬다.
우리가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스미소니안 박물관, 실은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다음은 펜실베이니아 길에 위치한 대통령 집무실 겸 관저인 백악관 건물, 1,700년대 건축가 제임스 허반(James Hoban)이 지었다. 1817년 개조할 때 외벽을 희게 칠해 화이트 하우스(White House)라고 이름이 유래됐다. 요즈음 테러 위협 때문에 전 보다 경호가 엄해졌다. 이어서 국회의사당 건물을 찾았다. 건물 외관을 수리 중이며, 진입로를 차단해 멀리 호숫가에서 사진만 찍었다.
워싱턴 시내 국립공원 안의 대통령 공원에 가면 좌청룡 우백호를 연상시킨다. 대통령 공원 앞쪽(북쪽)에 백악관이 있고, 뒷쪽(남쪽)에 연필 모양의 탑인 워싱턴 모뉴먼트가 우뚝 서 있다. 워싱턴 모뉴먼트를 기준으로 좌측은 링컨 기념관, 우측은 국회 의사당이 자리잡고 있다. 남쪽은 토마스 제퍼슨 기념관이 있다. 이들을 동서, 남북으로 연결하면 십자가가 된다.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미국은 역사를 귀중히 여기고, 또 역사를 창조한 인물을 존경하고 기린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비해 존경할 만한 대통령 하나 가지지 못한 한국은 부끄러운 나라다. 독재, 유신, 무능, 부정부패, 불통, 거짓과 허위에 빠진 대통령을 어떻게 따르고 존경한단 말인가? 이제라도 국민이 존경하는 인물을 창조해야겠다. 한민족 여성 네트워크와 재단도 이 시대적 사명에 앞장 서기를 바란다. 나는 이 단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도전을 받았다. 2년 후 2017년 해외 컨퍼런스는 민족의 한이 서린 러시아의 사하린에서 열린다.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컨퍼런스가 끝난 후 상트 페테르 부르크(레닌그라드)까지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가난한 나라 러시아 대표들은 이번 대회에 3,000 달러나 성금을 냈다. 일본 대표들은 선물로 수건을 200장이나 가지고 왔다. 코윈과 코위너는 사랑이 넘치는 단체다. “모두 함께 가요. 우린 바꿀 수 있어요” 이번 컨퍼런스의 주제가 실감난다.

본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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