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가도 선수 치고 나온 힐러리

당초 올 하반기 7월 쯤 ‘2016년 대통령’ 출마 선언을 할 것 처럼 보이던 힐러리 클린턴이 지난 12일 전격 출사표를 던졌다. 전략적으로 7월 선언 예정은 민주당 내에 이렇다할 경쟁자도 없는데, 구지 서둘러 언론에 오르내리며 정치적 공격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 워싱턴 DC의 정치 전문가들은 힐러리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일과 어차피 대면해야 하는데, 그에 대응할 준비가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예정을 앞당겨 출마선언을 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힐러리가 처음으로 대권에 도전할 때인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뉴욕주 연방 상원의원인 힐러리는 2007년 1월 20일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나는 대선에 승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I am in to win). 만일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라크 전쟁의 올바른 종결과 천문학적인 재정적자 축소, 그리고 의료보험 개혁에 힘 쓸 것이다” 라고 출마의 변을 쏟아냈다. 재정적자 해결은 남편인 빌 클린턴의 공적을 이어 간다는 공약이다. 이라크 종전과 의료보헙 개혁은 그녀의 정적이었던 오바마 대통령이 이룩한 업적이지만,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고 공화당의 반대가 거센 실정이다.

국무장관 경험은 대통령 수업

그 때도 지금처럼 힐러리는 당당하고 무적의 강력한 입지에서 출발했다. 당시 여론 조사는 힐러리 상원의원이 40%라는 압도적 지지로 돌풍을 일으키며 달리고, 오바마가 21%, 존 에드워즈가 11%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민주당 경선 결과는 무명의 오바마가 막강한 클린턴 가문을 격파하고 민주당 후보자가 되었으며, 11월 본선에서 공화당의 존 매케인을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변을 낳았다.
그 때 큰 소리를 치다가 오바마에 패한 후, 그 밑에서 국무장관을 역임하면서 국제정치를 익힌 것도 그녀의 재기를 위한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힐러리의 쓰라린 패배는 충격적이었으며, 그는 그 때의 뼈아픈 교훈을 마음에 새기고 이번에는 출발부터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거만한 엘리트인 힐러리는 8년만에 대선 재수생으로 등장해, 겸소히 중산층 경제와 가족을 화두로 삼았다.

“미국인의 챔피언이 되고 싶다”

“나는 대통령에 출마한다. 미국인들이 그동안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지만, 아직도 상황은 상위층에 유리하게 짜여있다. 미국인들은 챔피언을 필요로하고 있고 내가 그 챔피언이 되고싶다. (Everyday Americans need a Champion and I want to be that champion). 가족이 강해질 때 미국도 강해진다. 여러분의 표를 얻기 위해 대장정에 나선다. 이제 여러분이 선택할 시간이고, 여러분이 나의 이 여정에 동참해 주기를 희망 한다” 라고 몰락해 가는 중산층의 경제안정과 기회창출에 역점을 둔 국정철학을 역설했다.

출마선언 형식도 전통적인 방법인 대중 앞에서 연설형태를 취하지 않고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출마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2016년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90초 짜리 동영상에서 힐라리는 자신의 모습은 등장시키지 않고, 자식을 홀로 키우는 싱글맘, 진학을 꿈꾸는 여대생,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 2세를 기다리는 부부, 은퇴 노년층, 장애인, 동성애자 등 여러 인종의 서민층을 부각시켜 올렸다. 그리고 미니밴을 타고 아이오와로 갔다. 아이오와주는 전통적으로 대선의 향방을 좌우할 첫 코커스(Caucus;당원대회)가 제일 먼저 열리는 전략적인 주이다. 8년 전 힐러리는 여기서 혜성처럼 나타나 젊은 유권자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은 오바마에 참패를 당한 곳이다. 이처럼 대통령 선거에서 인기몰이와 예비선거에서의 표 결과는 별개의 것이다. 당시 초반 강세를 보이던 힐러리는 아이오와 다음에 치러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Primary;예비선거)를 거치고, 슈퍼 튜스데이를 거치며 패색이 짖자 2008년 6월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오바마 지지선언을 했다. 그러나 2016년 선거는 그 때 와는 다르다.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힐러리를 누를 사람은 현재로서는 아무도 없다. 문제는 본선에서 공화당과 맞 대결을 할 때, 공화당에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여러가지 변수가 생긴다. 현재 공화당에서 줄줄이 출마 선언을 했거나 출마 예정자들의 면면을 볼 때, 힐러리를 꺾을 만한 후보자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이들 ‘난쟁이’ 후보들은 내년 1월 아이오와 코커스로 부터 시작되는 대장정의 예비선거를 거치면서 하나씩 둘씩 퇴장할 것이다. 공화당 후보는 테드 크루즈 택사스 상원의원, 랜드 폴 켄터키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의원과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주지사 등이 명단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현재 관점으로는 어느 누구도 힐러리와 본선 대결에서 크게 열세이며 젭 주시가 그 중 가장 강력한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힐러리는 여야 정치권을 통틀어 15명 중에서 줄곳 지지도에서 1위를 지켜오고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할까?

힐러리는 과연 초반의 대세론을 굳히고 미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될지? 앞으로 전당대회 까지 전개될 마라톤 선거전은 스포츠 경기만큼이나 흥미진진하고 박진감을 자아낼 것이다.

이 달 힐러리의 대통령 공식 출마 선언으로 이제 미국의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내년 투표일 까지는 아직 19개월이 남았으나, 내년 1월부터 대의원을 선출하는 아이오와 코커스 까지는 9개월이 남아있다.
힐러리의 장점만을 살펴보면, 그녀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즉 경험과 경륜, 카리스마, 백 그라운드, 단호함과 일에대한 열정은 현재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가 없다. 그리고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는 ‘똑똑함’ 이다. 어려서부터 똑똑했다고 한다. 학교 때부터 무슨 수를 써서라도 1등을 해야하며, 어떤 경쟁에서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하는 철의 여인이다. 힐러리는 태어날 때부터 ‘어른’이었고 ‘야누스의 두 얼굴을 끊임없이 보여준다는 평을 받아 왔다. 1947년 시카고 서버브 파크리지에서 태어나 명문 웨슬리와 예일대 법대를 나왔으며, 미국 100대 변호사 멤버, 주지사와 대통령의 부인, 상원의원, 국무장관 등 화려한 경력을 쌓은 것은 그녀의 큰 자산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도 힐러리의 발목을 잡을 일들이 만만치 않게 많다. 우선 도덕성의 문제다. 국무장관 재직시 시리아 미국 대사관이 공격을 받아 대사 등 4명이 사망한 벵가지 사태, 이메일 사용 문제, 클린턴 재단 기부금 논란, 퍼스트 레디 시절 스캔들인 화이트 워터, 트래블 게이트 등도 다시 살아나 힐러리를 괴롭힐 것이다. 남편이 국회서 탄핵까지 받은 르윈스키 성추문도 힐러리에게는 불리하다. 그 때 힐러리는 르윈스키 성추행 사건은 “우파들의 음모다” (Right Wing’s Conspiracy)라고 남편을 두둔했다. 떳떳치 못했다. 또 단점이 있다면 내년이면 69세다. 역사상 레이건과 함께 최고령 입후보자가 된다. 공화당의 젊은 후보와 싸우게 되면 무척 불리한 입장이다.

역대 대통령 중 케네디는 이상주의자다. 닉슨은 현실주의자다. 힐러리 자신의 정의를 따르면 그녀는 이상주의적 현실주의자(Idealistlc Realist)라는 것이다. 나는 그녀가 너무 ‘정치적’이고 머니퓰레이션(조작)을 잘하는 것 같아 좋아하지 않지만,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환영할 것이다. 시카고(일리노이)가 낳은 위대한 대통령인 링컨, 오버마에 이어 새 역사를 창조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 이상 시카고를 빛낼 아이콘(Icon;명물)이 어디 있겠는가.

본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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