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사회에 접근한 라우너 주지사

지난해 11월4일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원래 다수당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연방 하원은 물론이고, 상원을 비롯해 모두 과반 수를 넘었으며, 지방의 주지사 선거도 승리하여 다수당이 되었다.

일리노이 주에서는 현직인 민주당의 팻퀸 지사가, 무명의 억만장자 재력가인 브루스 라우너에게 선거 초반에는 강세였다. 그러나 선거종반 막대한 선서자금 투입과 다양한 홍보전략, 주정부의 재정적자를 개혁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공약 등이 주효, 공화당의 라우너 후보가 민주당의 팻퀸을 누르고 일리노이 주지사에 당선되었다.

이번 일리노이 주지사 선거는 두 후보가 선거비 1억 달라를 쓸 만큼 현직 정치가와 부자 사업가의 한판 치열한 대결로 박빙을 예상했다. 80년대 민주당의 애들레이 스티븐슨과 공화당의 탐슨 간의 주지사 선거는 5,000표 차로 탐슨이 당선되었다.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의 보팅 파워가 주지사 선거에 케스팅 보트(당락 결정) 역할을 할 만큼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팻퀸과 라우너의 대결에서는 라우너가 예상을 초월한 17만 표 차이로 이겨, 사실상 마이너리티 표가 당락에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었다. 통계가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리노이 한인들의 경우 다수가 민주당을 지지해 왔다.
그런데 3월1일 한국의 독립기념일에 라우너 지사는 자신의 선거에 도움을 준 한인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한인커뮤니티를 방문 했다. 그는 그동안 당선 인사 치례, 취임 준비, 조각, 내년 예산안 편성 등등 으로 무척 바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임 후 두 달 만에 한인사회를 찾아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며, 한인사회에 대한 그의 관심과 선의에 대해서 고마운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러지 않아도 새 예산안에 이민자 관련 기금과 각종 복지 그랜트를 대폭 삭감하거나 폐지해, 유관된 한인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불안한 상태에 있었던 중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지적 했듯이 미국의 경제 구조가 점차 ‘빈익빈 부익부’로 양분화가 심화되고 있고. 미국경제 사회의 중추신경인 중산층이 계속 감소되고 있는 심각한 지경에 이른 판국에, 보수당이 집권한 일리노이 주에도 새 예산안과 관련, 복지관련 부분이 된서리를 맞아 실망하고 있는 시점에서, 주지사와 한인 동포들의 간담회는 시의 적절한 행사였다.

정종하 회장이 이끄는 KA 보이스 주최로 언약장로교회에서 3.1절 행사에 앞서 열린 주지사 간담회에는 많은 한인들이 미리 자리에 대기하면서 주지사의 내방을 진심으로 환영했다. 키가 유난히 큰 우리 주지사는 시종 미소를 띠고 때론 진지한 자세로 인사말을 하고 질의에 응답해 좋은 인상을 주었다. 그는 자신을 주지사로 뽑아준 데 대해 우선 감사의 표시를 했다. “안녕하십니까?’와 ‘삼일절’을 한국 말로 했고, 한국의 3월1일과 미국의 7월4일은 모두 자유와 독립의 가치를 외친 같은 의미를 갖는 날이다”라고 말해 친근감을 위한 준비를 했음을 보였다. 한인사회의 주요이슈도 이미 숙지하고 있는 듯 “나는 친 이민주의자이다. 미국의 시민권을 쉽게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강조해 참석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이날 간담회는 한인사회 복지회 최인철 사무총장을 비롯해 4명의 질문자가 나와서, 예산 삭감에 따른 복지혜택의 위기, 한국 운전면허증 승인, 한국 기업체 일리노이주 진출, 중소기업 지원 방안, 주정부에 아시안 고용 증대 등 다양한 질문 이어졌다.

답변에 나선 주지사는 긍정적이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선 그의 최대 과제는 균형예산이 급선무이며, 복지 등 다른 문제는 그 후 우선순위를 정하겠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한국 기업체의 미국 진출에 대해 세금 부담금 감소 혜택과 각종 규제 완화로 대처하겠다고 했으며, 한국과 운전면허 상호인정도 적극 검토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은 경제대국이기 때문에 앞으로 경제를 비롯한 문화, 예술, 무역, 투자, 이민, 관광 등 여러분야에서 파트너로 활발한 교류를 하자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자신이 직접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앞으로 이곳 총영사관과 무역진흥공사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싶다.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길에 시카고를 꼭 들리도록 했으면 좋겠다. 총영사관과 KA 보이스, 한인회 등이 적극 나서, 박 대통령과 라우너 주지사가 파트너가 되도록 우리 동포사회가 가교역할을 맡아야 겠다. 주정부의 아시안 고용증진에 대해서는, 현재 한국인 3명이 스탭으로 있으며 좋은 인재가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까지 구체적인 답변을 했다.

한인 사회는 라우너 주지사와의 첫 만남인 간담회를 통해, 고무적이며 앞으로 희망을 걸 수 있는 좋은 통로를 마련해 놓았다.
그런데 예산 삭감과 균형 예산이 한인 커뮤니티에 미치는 영향이 자못 심대하고 그 대책에 대해 논의가 시급하기 때문에 여론을 환기하고 싶다. 무분별한 예산을 과감히 줄이겠다고 호소한 주지사는 살림규모를 맞춘다는 뜻에서 ‘전환점의 예산안’(Turnaround budget)이란 표현을 했다. 그가 2월18일 의회에 제출한 새 회계년도 예산안(2015년7월1일부터 시작)은 315억 달러 규모이며, 전 회계년도예산 보다 41억 달러를 감소시켰으나, 그래고 적자 폭이 60억 달러나 난다. 심각한 문제다.

설상가상으로 현 회게년도가 아직도 4개월(3, 4, 5, 6월) 남았는데 이를 집행하는데 16억 달러가 모자란다. 따라서 남은 기간 주정부와 계약을 맺고 있는 기금의 집행도 불투명한 상태이다. 오로라 같은 지역의 봉사단체는 벌써 폐문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시카고 사우스의 데이케어센터 앞에서는 데모가 일어났다. 물론 시카고 한인사회의 봉사단체인 한인사회 복지회, 한울종합복지관, 노인센터, 한인교육마당집도 각종 그랜트가 짤려 큰 위기에 봉착했다. 최인철 복지회 사무총장은 지역 주의원들에게 복지 예산 삭감 반대 전화걸기 운동을 전개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최 사무총장은 “춘 3월 봄은 왔건만, 한인 커뮤니티는 깊은 겨울이다”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공무원 연금예산에 비해 소수민족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복지 예산은 새발의 피다.

의회에서 사회복지 예산을 부분적으로 지켜낼 것이지만, 앞으로 한인사회를 자주 찾고 한인들과 함께 ‘베스트 주지사’가 되겠다는 라우너 주지사의 Compassion(동정)에도 호소하는 한인사회의 단결된 결집이 시급한 상황이다.


본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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