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과 반대방향의 박 대통령 기자회견

기자회견 싫어하는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1년에 겨우 한 번하는 회견이다. 국민이 궁금해 하는 현안이나 이슈에 대해 수시로 기자들을 만나 격의 없는 회견과 대화를 나누는 오바마 대통령 이나 선진국 국가 원수에 비해 박 대통령은 기자들을 통한 국민과의 대화에 무척 인색하다. 인색한 이유가 국무위원과도 대면을 꺼릴 정도의 박 대통령의 생리나 스타일 때문일 수도 있겠고, 권위적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학습효과일 수도 있겠고 그 문하생인 김기춘 비서실장의 코치인지 모르겠 으나,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는 자신이 없고 기피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어 ‘억지춘향’ 같아서 모양세가 좋지않다.

비판이 사명인 기자를 좋아할 정치가는 동서고금을 통해서도 없다. 그러나, 무릇 대통령 쯤 되면, 솔직하고 자신있게 자주 기자회견을 해야한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서다. 불통이 장기화되면 국정은 동맥경화증에 걸리기로 돼있기 때문이다. 역대 한국대통령 중에 박 대통령 만큼 기자회견을 안한 분도 없을 것이다.

작년 이맘 때 취임 이후 첫 공식 기자회견은 기자들이 사전에 질문서를 제출하고 각본에 의해서 모범 답안지를 보면서 대답을 하는 형식이었다. 올해는 그래도 진 일보해서 홍보수석이 “질문 있는 기자는 손을 드십시요’ 라는 형식을 밟고, 제비를 뽑아 선택됐건 운이 좋았던지 16명 이나 순서대로 일어나서 중복되는 질문이 없이 일사불란하게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결코 쉬운 자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기자들의 예리한 질문을 피하거나 잘 받아 넘겨 전문가들로부터 10점 만점에 약 7점 정도를 받아냈다.
덧 붙이자면 분위기가 너무 딱딱했다. 회견장에 앉아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 많은 신하를 거느린 제왕처럼 권위적이고 관료적이다. 군사문화 냄새가 물씬 풍긴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쇼업이 아니다. 미국처럼 대통령과 기자들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배워야할 대목이 아닌가 생각한다.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은 없었다

이번 기자회견은 형식이야 어찌됐던지 국민을 위해서도 박근헤 대통령을 위해서도 참으로 중요한 기회였다. 임기 초부터 김용준 안대희 문창극 등 잘못된 총리를 3번씩 이나 반복해서 임명해 줄줄이 낙마하고, 윤창준 등 수 많은 함량 미달의 망국적 ‘수첩인사’로 원성을 샀다. 인사 탕평책을 약속했으나 말 뿐이고 실천을 안 했다. 민족 최대의 참사 중 하나인 ‘세월호’ 구조와 수습과정에서 ‘관피아’의 실상이 드러났는데도 책임지는 공직자는 하나도 없었다. 유족들이 70일 동안 농성하며 대통령 면담을 요구 했으나, 국회 법안 논의를 핑계로 거부했다. 특별히 지난해 연말 국민을 혼란에 빠트리고 분노케한 청와대 내부의 권력 암투와 농단, 소위 ‘정윤회 문건사건’에 대해서 진정한 사과와 성찰도 없이, 말단 경찰의 자살과 구속 만으로 사태를 끝내려고 했다.

이상의 언급한 현안에 대해 국민은 박 대통령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진정성이 깃든 사과도 없었고, 국민이 기대하던 일대 쇄신의 모습과는 너무 거리가 먼 변명과 아집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 대통령의 청와대 기자회견은 “나는 열심히 하는 데, 국민은 왜 나를 따르지 않는가?” 국민에 대한 섭섭함이 담겨있다. 국민은 박 대통령이 정윤회 파문을 마무리 짓고 정상적인 나라로 돌아가자는 희망의 메시지가 나올 것을 기대했다. 따라서 국민 역시 신뢰를 상실한 대통령에 대한 섭섭함이 많다. 국민은 ‘사심 없는’ 대통령이 국정을 잘 수행하기를 바라지만, 어쩌면 이룰수 없는 짝 사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민과 정부 건너지 못하는 강

이번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실패작이다. 국민과 대통령 사이에 건너지 못할 강이 놓여 있음을 나타낸 서글픈 정경이다. 아무리 여론이 빗발치고 국민이 원해도 대통령 께서는 ‘마이 웨이’의 불통으로 치달리고 있으니 답답하게도 나라의 장래가 걱정된다. 국민 여론이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갤럽 여론 조사는 국민 60%가 정윤회 문건 관련 검찰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하는데, 박 대통령은 “검찰의 과학적 수사 결과 모든게 허위이고 조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국민과 엇박자를 냈다.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것은 문건 작성자와 유출자를 색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은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 비선 실세 논란이 왜 일어났는가? 허위로 조작한 하수인의 웃 선은 누구인가? ‘찌라시’의 원인 제공자는 누구인가? “나는 감시견이다. 내게 짖지 말라고 할 사람은 대통령 뿐이다”라고 스스로 주구임을 인정한 이런 한심한 비서들하고 계속 국정을 월활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왜 떳떳치 못하게 특검을 반대하는가?

인사쇄신-특검-개헌 경청해야

개헌에 대해서는 당 대표까지 입에 자갈을 물려 입도 벙긋 못하게 하고있다. 대통령 께서는 정말 ‘사심없는 실장’과 국정을 논의 하는가? 국민은 폐쇄적 통치방식의 중심에는 유신의 앞잡이였고 부산 ‘복국집 사건’의 주역이며 공안통치의 명수인 김기춘 비서실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를 감싸는 이유는 무엇인가?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일년 전보다 20%나 하락한 이유가 어디 있다고 생각하는가?

국정운영은 ‘조직’이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공직 봉사자는 정직하고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있는 사람을 시대는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께서는 주요부문의 특보단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국민은 그런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적쇄신이 먼저라는 점을 인식해야할 것이다. 주위에 환관들을 정리하라고 국민은 외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임기 중 자신이 하고 싶은 사명에 대해서, 경제부흥과 평화통일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임기 중 이 뜻이 꼭 성공하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열심도 중요하지만 당장의 정권 안보를 도모하기 위한 탐욕은 금물이다. 보다도 긴 역사적인 비전을 갖고 특검도 개헌 논의도 수용하고, 인적쇄신도 신속하고 과감하게 단행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것이야 말로 대통령의 소통이며 참다운 용기이다. 국민은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강단과 추진력 못지 않게,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따듯함과 부드러움을 갈망하고 있다.

본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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