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공화당 압승의 의미

9월 노동절 이후 본격화 되기 시작한 중간선거가 4일 막을 내렸다. 우리의 현 주소는 전국적으로 한국계 후보자가 거의 전무한 상태로 초라했다. 하지만 그런대로 뜻있는 동포단체들이 앞장서서 계몽 세미나도 열었고, 유권자 등록을 추진했다. 우리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특정 지역에 같은 날 함께 나가 투표를 행사하기도 했다. 모두 합쳐야 몇 천 표 밖에 되지않는 우리 동포들의 한표 한표가 후보자 당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가늠할 수 없으나, 이와 같은 풀뿌리 운동은 우리의 후손들을 위한 투자로서 큰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선거를 끝낸 마당에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이 바로 그런 점이었다. 개인적인 이야기 이지만 ‘친한파’ 후보를 적극 지원하고 도와준 것도 장래를 위한 설계라는 점에서 큰 보람이었다. 팰러타인에서 주 하원의원에 도전했던 인도계 여성 ‘라디 싱’ 후보(Laddi K. Singh)의 낙마는 무척 아쉬움을 안겨주었다. 다음을 기약한다. 11지구 3선에 성공한 한국인 아내를 둔 민주당 빌 포스터(Bill Foster) 의원, 주 하원 7선에 당선된 일레인 네크리츠 (Elaine Nekritz)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전국적으로 코리아코커스 소속 지한파 의원들이 여야 구분 없이 대부분 당선되어 다행이다. 우선 위안부 결의안을 주도했던 마이크 혼다, 시카고 공화당 한인 지지자들이 후원한 피터 로스캠, 애덤 킨징어, 찰스랭글, 제임스 인호프 등을 꼽을 수 있다.

주지사 선거비용 1억 달러
예상대로 연방이나 지방이나 공화당 바람이 한바탕 거세게 휩쓸고 지나간 선거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일리노이주의 각종 선거 중, 주지사 선거는 두 후보가 선거비 약 1억 달러 내외를 쓸만큼 치열한 접전이었다. 민주주의의 최선진국 미국의 정치자금법도 개선의 여지가 많은 것 같다. 특별히 부자들이 ‘수퍼팩’(PAC-정치활동위원회) 등을 통해 은밀하게 지원하는 ‘검은 돈’(Dark Money) 등을 포함하면 선거비 액수는 더 많았을 것이다.
선거 결과는 공화당의 억만장자 브루스 라우너가 민주당 팻 퀸 현 지사를 약17만 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되었다. 팻퀸은 개표 초반 저녁 8시에서 9시 까지 3%나 앞섰으나 10시 이후부터 역전, 결국 출구조사와 같은 51대 46 (5% 차)로 낙선했다. 12년 동안 민주당이 장악했던 주지사 자리가 무명의 공화당 부자 한테 넘어간 것이다. 제 10지구 연방하원의원 선거는 공화당의 밥 돌이 민주당 슈나이더에게 2년 전 내주었던 자리를 52대 48로 다시 탈환했다. 이곳서도 “돈으로 표를 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 백만 달러의 선거비를 물쓰듯했다. TV 등 언론 매체에 상대방을 비방하는 흑색선전이 난무했다. 한국에서 많이 보던 풍경이다. 정치 선진국 미국이나 후진국 한국이나 이기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기는 대동소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우너 당선자는 팻퀸이 “게임이 완전히 끝날 때 까지는 타월을 던질 수 없다‘’고 미련을 갖고 패배를 선언하지 않은 상태인 밤 11시가 지나서 다운타운 힐튼-타워호텔 볼룸을 꽉 메운 연단에 부인과 6남매와 함께 양손의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고 올라가 정치인 주지사로서 첫발인 감격적인 수락연설을 했다. 단상단하(무대 위와 무대 아래)는 감동의 도가니로 변했다. 무대 위는 흑인 아시안 등 다인종이 섞여 서 있었지만 미국의 손꼽히는 부촌인 위네카 출신답게 라우너 가족이 풍기는 분위기는 WASP(귀족)을 연상케했다.

“오늘의 승리는 여러분의 승리다. 민주당의 매디간 하원 의장, 쿨러튼 상원의장과 조금 전에 전화 통화를 했다. 앞으로 의회와 초당적으로 함께 일을 풀어나가겠다. 경제를 살리고, 세금을 삭감하고, 직업을 창출하겠다. 또 우리 후세들이 미국서 최고의 교육을 받도록 하겠다. 부패를 척결하고 희망의 미래를 향해 전진할 것이다.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by the people for the people) 민주주의를 겸허하게 실천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경제와 외교에 실망
투표용지 어디에도 ‘바락 오바마’ 이름은 없었다, 하지만 미국의 유권자들은 오바마를 심판했다. 아무리 중간선거가 정권을 심판하는 투표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결과는 너무 준엄하고 가혹했다. 당선자를 알려 주는 미국 지도는 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간 색으로 물들여졌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은 동서부 일부 해안지역으로 후퇴했다.

‘담대한 희망’을 안고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신화처럼 출범한 ‘오바마 호’는 ‘햄랫의 고민’으로 침몰하고 만 것인가?

미국 경제가 2분기 4.6%, 3분기3.5% 성장하고, 주가는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실업률은 5.9%로 하락할 만큼 경제가 회복되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춥기만 했다. 경제가 회복되면 집권당이 유리하다는 속설이 이번엔 맞지 않았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는 유권자에게 경제가 나아졌다는 민주당의 전략은 공염불이 되었다.

향후 정국 대선 국면으로
오바마의 외교정책은 실패했다. 전쟁은 끝났다는데, 이슬람국가(IS) 테러 세력이 발호, 무고한 미국인들이 참수를 당하는 치욕을 겪는가 하면,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질질 끌려다니며 무능하고 허약함을 보였다. 유권자들은 이번에 오락가락하며 미국의 위상을 실추시킨 오바마를 단죄한 것이다. 광주에서 여당인 이정현 의원이 당선되듯,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 흑인 촌에서 20%가 라우너를 지지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오바마는 국민을 이끌 생각이 없는 철학자 같다”라는 표현은 정곡을 찌른 말이다.

이제 임기 2년을 남겨 놓은 오마마 대통령 앞에는 국민건강보험 정착, 이민개혁법안, 중동정책, 여기에 의회를 장악한 야당과의 원만한 국정 운영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이미 몇년전 부터 등장한 공화당의 극우 강경파인 ‘티파티’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민들이 정치불신에 빠졌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선거에 압승한 공화당은 자만에 빠져서는 안될 것이다. 오바마 지지율이 40%의 바닥이라고 하지만, 의회 지지율은 19%에 불과 하다는 사실도 의원들은 염두에 두고 자중자애하기 바란다.
의회는 오는 10일부터 2015년 새해 예산안을 심의한다. 아울러 선거가 끝났으므로 앞으로 정국은 대선국면으로 급격히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본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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