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와 한인사회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11월 4일 선거일이 열흘 남짓 남았다. 주류 미디어 매체는 두둑한 광고 수입이 메뚜기 한철이다. 후보 선전 광고가 넘쳐난다. 선거 양상은 한국과 별로 다름이 없다. 선거가 막바지에 들어 서면서 후보들의 선거 비용은 물 쓰듯 아깝지 않게 천문학적으로 올라가고, 인신 공격의 강도 역시 “아니면 말고” 식으로 치달리고 있다.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후보들일수록 그 강도는 더하다. 일리노이 주지사 선거가 백중세다. 경선 사상 최대의 접전 양상을 보이고, 제일 추하고, 엄청난 선거비를 쓰면서 쌍방의 후보자들은 후끈 달았다. 민주당 후보 팻퀸을 지원하기 위한 거물급 행렬이 시카고에 줄을 이루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와서 열변을 토하고, 조 바이든 부통령이 들르고 클린턴과 힐러리가 나타난다. 몇 몇 연방하원 의원 선거도 치열한 난타전이다. 특별히 2012년 선거에서 불과 3천 여표 차이로 당락이 판가름 났던 10지구의 슈나이더(민주) 현역과 도전자 돌드(공화)의 리턴 매치는 손에 땀을 쥐게한다. 한인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요구된다.

인기 바닥을 치고 있어 민주당 후보자들이 반갑지 않은 손님으로 여길만도한 오바마 대통령은 6천 여명이 모인 시카고 남부 흑인 유세장에서 팻퀸의 재선을 위해 혼신의 열변을 토해냈다.

우리가 관심없는 우리 문제

선거를 앞두고 한인사회연구원은 지난 주말 포럼을 열었다. 시의 적절한 모임이었고, 수준 높은 내용이 무척 좋았다. 한인사회 이슈를 쫓아 다니는 기자의 입장에서 늘 아쉬운 것은, 청중이 별로 없다는 야박함이다. 서울에서 ‘높은’ 사람이 오면 좋은 호텔 빌려 수 백명이 모여 별로 영양가 없는 ‘이바구’나 떨구고 가고, 부흥회 강사를 비롯한 말 잘 하는 인사가 오면 성황을 이루는 모임에 비해 그렇다는 이야기다. 약 20명이나 모였을까? 정작 민주시민으로서 우리들의 생사가 달리고, 권리와 의무의 행사, 세금 등 가계부에 직결된 세수분야, 일상생활을 좌우할 빵 문제를 다루는 데는 관심이 없다. 한인 언론 매체를 통해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한인사회의 선거 참여와 2014년 중간선거의 의미’에 대해서 두 기조연설자가 지적한 공통점을 뽑아보면 이민 초기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주류사회 정치를 향한 우리들의 의식은 제자리 걸음이고, 발전이 없다는 것이다. 이민 1세대들이 모이는 곳에 가보면 한국의 정치현황은 꿰뚫고 있으면서도, 이곳 정치문제에 대해서는 무지하다는 점이다. 비관적인 전망이다.

“우리는 아쉽게도 우리의 정체성과 이슈가 무엇인지 정리가 되어있지 않다. 주류정치 참여의 전략과 리더십도 없다. 한인커뮤니티라고 할 때, 이는 교회를 말하는데, 사회문제에 대한 교회의 태도는 배타적이다. 문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이민사가 ‘실패한 성공’이라는데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패의 요인으로 이민교회와 동포신문, 모국 지향의 단체들이라는데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코페르니크스적인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KA 보이스의 두 페널리스트의 의견은 약간 다르다. 한국 사람 뿐만 아니라 어느 민족이나 같다는 것이다. “ 코리안 커뮤니티가 닫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풀뿌리 합동투표를 통해 미 주류정치에 영향줬다. 정치인들을 수시로 만난다. 이 운동이 첫걸음으로 후세들에게 작은 틈을 열어준데 불과하다. 하지만 주류정치인들과 접촉하면서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게되었다”고 이들은 말했다.

코리안 보다 아시안으로

KA 보이스의 역할은 개인이나 단체 차원이 아니라 커뮤니티와 연결되어야하며, 마지막 단계는 코리안이 아니라 아시안으로 가야한다고 결론을 지었다. KA 보이스는 11월1일 한인들의 대규모 합동 투표를 실시한다. 많은 동참을 호소하고 싶다. 별도로 마당집은 25일과 1일 이틀간 투표소에서 통역 안내 등 자원봉사를 한다.

그래도 현재 우리는 30년 전 갖지 못했던 정치인들과의 유대를 맺고 친구처럼 그들을 후원하고 있다. 일찌기 한인들과 인연을 맺은 딕 더빈 민주당 연방상원의원, 한국계 여동생을 두고 있는 공화당 마크 커크 연방상원의원, 팻퀸 주지사, 한국인 변애숙씨가 부인인 11지구 연방하원의원 빌 포스터, 한인 공화당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제10지구의 로버트 돌드 후보, 일리노이주 6선의 하원의원으로 작년에 주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을 발의해서 이를 통과시키는데 공을 세운 일레인 네크리츠 등 등 이들은 모두 친한파로 우리 커뮤니티와 끈끈한 유대를 갖고 있다. 연방하원 6지구에 출마한 공화당의 로스캄 후보를 위한 한인후원회도 열렸다. 또 이번에 특기할 만한 인물은 역시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의 하나인 팔라타인을 중심으로한 제54지구 주하원 의원에 도전한 민주당의 라디 싱(LADDI SINGH) 인도계 후보다. 그녀는 맥도널드에서 청소부로 시작해 맨주먹으로 회사 CEO가 된 아메리칸 드림의 성취자이다. 싱 후보는 선거 초반부터 한인 표를 의식하고 시카고 타임스 본지와 인터뷰를 했으며, 지난 6월부터 본지에 매주 전면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싱 후보의 선거 구호는 “중소기업 육성해서 경제성장을 이룩하자”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는 싱과 같은 후보가 꼭 당선되도록 한인 유권자들이 많이 투표장에 나가기를 기대한다.

이번 선거에도 한인 출마자가 전무하다. 한인사회가 위에 열거한 네트워크를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커뮤니티 차원에서 활용할 때가 왔다. 메인 타운십의 이진 교육위원이나 공화당의 전 부주지 후보 스티브 김과 같은 인물을 전략적으로 서포트 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한인들이 적어도 시의원이나 주 하원의원 정도는 탄생하리라고 내다본다.

투표는 이미 시작됐다

11월 4일 실시되는 이번 선거의 투표는 벌써 지난 20일부터 시작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기투표 첫 날 자신의 정치적인 고향인 시카고에 와서 신성한 한표를 행사하고 돌아갔다. 선거관리 위원회 할머니에게 신분 확인을 위해 자동차 면허증을 내보이면서 “사진에는 흰 머리가 없다”라고 농담을 하는 그의 모습이 정겨워 보였다.
조기 투표는 오는 11월 2일까지 계속된다. 시카고 한인들은 오는 1일 작심하고 글렌뷰에 대거 몰려가 조기 투표를 행사하고 한인유권자의 파워를 과시하자. 투표 후에 한인타운에 들러 친지들과 점심을 나누고 깊어가는 가을의 하늘과 단풍을 즐기자.


본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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