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세월호’ 야만적 병영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은 경악을 넘어 비분과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21세기 국민 행복을 지향하겠다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그런 인면수심의 야만적 만행이 병영에서 다반사로 일어날 수 있는지?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완수한 나로서 윤 일병 폭행사망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참담한 사건이다. 수 많은 부모들이 어떻게 정부를 믿고 자식을 군대에 보내겠느냐 말이다. 일각에서는 군대판 세월호에 비유하며 입영거부 운동 설이 횡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월호의 시련을 혹독하게 겪은 박근혜 대통령도 폐쇄적인 군대 환경에서 벌어진 윤 일병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모든 가해자와 방조자들을 철저하게 조사해 잘못 있는 사람들은 일벌백계로 다스리겠다. 있어서는 안될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 것 역시 과거부터 지속되 온 뿌리깊은 ‘적폐’다. 국가혁신 차원에서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국무회의에서 추상같은 질책을 했다.

대통령은 군 최고 통수권자다. 그가 ‘적폐’라고 지적했듯이 군대에서 가혹행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늘 있었던 야만적인 악행이다. 외부와 단절된 장막 속에 고립된 피해자는 야비한 가해자에 의해 자행된 동물적인 관행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온 것이 기압이라는 이름의 망국적인 가혹행위다. 극한 상황에 이르면 "너 죽고 나 죽자" 식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다. 창군 이래 일제 만행의 잔재를 이어 받아 왔고, 미군의 영향을 받아 그래도 ‘인권’을 의식하고 특별히 문민정부 들어서 군사문화의 개혁이 논의되기 시작했으나 의식의 결여와 기득권의 타성으로 MB 정권 때 병영의 잔혹상은 고질병을 넘어 불치병으로 치달렸다. 매년 150여 명의 귀한 인재가 이렇게 해서 사망하고 있다. 작년 군 검찰에서 다룬 군인 범죄 사건은 7,530건으로, 지난 5년 이래 최다를 기록했다.

2011년 김포에서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4명이 숨졌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가 1년간 실태조사를 벌여 인권법 제정과 병영생활협의체 구성을 권고 했으나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병영문화 선진화 제도들이 군 고위층의 입김으로 유명무실해진 경우는 많다. 군인대상 인권교육을 도입해 간부를 상대로 점수까지 매겼으나 이명박 정부들어 강군 육성을 내세우며 다 빼버렸다는 것이다. 역사와 인권의식이 없는 지도자는 이렇게 국민을 도탄에 빠트린다. 이를 긴급하고 심각한 문제로 다루지 않은 우리 사회가 22사단 총기사건, 윤 일병사건과 같은 참사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를 시정하지 못한 이유는 군 지휘관들의 조직적인 은폐와 사건 축소, 개선하려는 문제 의식과 의지의 박약, 가혹행위에 대한 처벌의 관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의 변화와 함께 따라가야 하는 의식의 전근대성이 문제다. 쉽게 말하자면, 작전수행과 군기 강화라는 명목으로 언어 폭력과 육체적 기압이 정당화 되는 빗나간 군사문화 때문이다.

뿌리를 깊이 파고 들어가면 분단과 전쟁, 2번에 걸친 군사 쿠데타와 광주학살, 독재정권의 어두운 긴 터널 등등의 역사적인 과오가 빚은 ‘인권’에 대한 경시 풍조가 초래한 ‘적폐’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국군양주병원장인 이재혁 대령은 최근 장병 대상인권교육에서 강연자로 나서 월남전에서 해병대가 양민학살을 해서 우리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학살을 정당화했다. 그리고 윤 일병 사건을 7.30 재보선 패배 세력의 음모로 매도하는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자기 자식이 윤 일병 처럼 당했어도 이런 말을 했을까? 이런 지휘관 및에 과연 가혹행위가 근절될지 의문이 간다.

한국은 그동안 고도성장의 결과 ‘경제대국’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는지는 몰라도, 정치 군사 사회 문화 윤리 도덕 면에서 너무나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세월호’와 ‘윤일병’ 한테서 배우지 못하면 참담한 역사는 또 반복될 것이다. 대통령의 국가개조 차원의 운동이 불같이 번져야할 때이다. 세상은 이제 지도자 한 사람의 채찍 만으로는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민이 깨어있어 분노하고 행동해야할 때이다. 봐라, 이번에도 인권위원회의 폭로가 없었으면 윤일병은 없었을 것이다.

심심하다는 이유로 정신교육 시간에 후임병의 발바닥을 라이터 불로 지진 고참에게 간단한 벌금형을 내리고, 이등병이 혼자 매점에 갔다고 침상에 눕혀 손바닥과 팔꿈치로 성기를 때린 선임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행동이 느리다는 등 갖가지 트집을 잡아 바로 가슴과 복부를 때리는 마구잡이 폭행에서부터 앉았다 일어서기 400회 등 부당한 얼차려를 강요했는데도 집행유예라니 말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 군대에서 가혹행위는 제대후 사회에 나와서도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있게 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윤 일병을 죽음으로 내몬 ‘악마의 집단 구타’를 육군 수뇌 측은 석달 전에 알았는 데도, 세월호 때문에 은폐했다. 거기다 22사단 총기난사 사건까지 겹쳐 조사내용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사안일에 빠진 군 고위층에게는 인간의 생명보다는 자신의 정치생명이 더 중요했다는 어처구니 없는 결론에 이른다.

지난 해 12월에 입대한 윤 일병은 4월 6일 7시간 30분 동안 가혹행위를 받았으며, 다음날 병원에서 사망했다. 윤 일병이 근무하던 병영은 어떤 곳이기에 힘 없고 선량한 졸병이 7시간 이상을 뭇매를 맞는데, 아무도 제재를 할 수 없는 치외법권 지대였단 말인가? 군 당국은 그동안 병영내부의 가혹행위가 없어졌다며 군의 민주화와 현대화를 강조해 왔다. 그런데 어떻해 인간이 인간을 7시간 이상 폭행을 해 죽이는 비인간적 잔혹한 가혹행위가 병영에 엄존한단 말인가? 선실에 가만히 있으라는 선장의 말만 믿다가 한 명도 구조를 받지 못하고 수장된 불쌍한 학생들과 윤 일병의 처지가 꼭 닮지 않았는가? 너무 가슴이 아프다. 7월 31일 군인권센터의 폭로로 실상이 만천하에 공개되지 않았으면, 윤 일병 역시 군대생활에 적응을 못해 ‘자살’을 했다고 처리하거나 아니면 시간을 끌어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랐던 것이 군수뇌들의 파렴치한 의도였을 것이다. 세월이 가면 그들은 사단장이 되고 군단장이 되고 참모총장이 될 것이니까.

사람의 탈을 쓰고 그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인간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악마들에게는 준엄한 법의 심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들의 엽기적인 가혹행위는 비록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가 아니더라도 치를 떨게 한다.

최초 28사단수사보고서에는 선임병들이 한달 이상 지속한 폭행및 가혹행위와 윤 일병에게 치약을 먹이고, 가래침을 핥게 하는가 하면 링거를 놓고 폭행을 했다는 엽기적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군은 윗선의 누치만 보면서 시간을 끌었다. 사건을 은페하고 조작하고 축소했다.

이제 대한민국의 군은 강군이 아니다. 안에서 적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휘관은 신뢰를 잃었고, 병사들 끼리의 전우애는 사라지고, 적개심만 부풀고 있다. 군대만으로는 해결 안 된다. 대통령도 해결할 수 없다. 신성한 병영을 악의 소굴로 만든 폭력자들을 소탕하는 데는 전국민의 힘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도 들고 일어나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지키기 위한 국가적 혁신운동에 해외 동포도 열외가 아니다.

본보 주필

Content on this page requires a newer version of Adobe Flash Player.

Get Adobe Flash player

Content on this page requires a newer version of Adobe Flash Player.

Get Adobe Flash play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