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압승, 야당의 참패

박근혜 정부의 중간 평가이며 15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미니총선’이라고 할 수 있는 7.30 재보선은 그렇게 끝났다. 특별법을 요구하며 단식하던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병원 응급실로 줄줄이 옮겨지는 여당이 불리한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11대4라는 압승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다. 선거 소식을 전하는 언론은 사상 최대의 초박빙, 안개 판세 운운하며 10대5, 9대6, 8대7을 예상 했으나, 누구도 11대4의 새누리당 압승을 점치지 못했다. 정치평론가 마저 이와 같은 결과를 맞춘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야당 거물들 수도권서 전멸

소위 ‘거물’을 투입한 야당은 수도권에서 전멸했다. 두 달전 6.4 지방선거에서 석권했던 충청권에서도 1석도 못 얻었다. 모름지기 선거는 ‘민심’이기도 하지만, ‘바람’이기도 하다. 이번 재보선 민심의 바람은 막판에 여당 쪽으로 불었다. 불과 한달 전 박 대통령의 연이은 인사정책 실패, 유병언 도피 장기화와 세월호 수습 부실 등 악재로 박 대통령의 인기가 40% 이하로 떨어졌을 때만 하더라도 새누리당의 참패와 새정치민주연합의 압승이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런데 야당은 자만과 자중지난으로 지난번 대선과 총선에서 이길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2번의 과오를 이번 재보선에서도 반복하는 우를 범했다.
야당이 야당답지 못하면, 여당이 아무리 잘못을 해도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새민주 연합은 이번 참패로 뼈아프게 배웠어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야당이 야당다워야 한다”는 점은 “적어도 너만은 원칙을 따르고 ‘정도’를 걸어라” 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꼼수를 쓰지 말라는 요구이다. 싸우더라도 대안을 마련하라는 바람이다. 전투에는 지더라도 전쟁에는 승리를 한다는 비전을 지녀야 한다. 이렇게 되려면 겸손하면서도 강력한 리더십과 당원들의 단결과 혼연일체의 정신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는 급조된 김한길과 안철수의 리더십의 부재를 여실이 보여주었다. 이번 선거에서 야당 참패 원인으로는 구태정치, 즉 원칙 없는 ‘전략 공천’과 정의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지적한다

참신감 주는 여당신인 당선

후보자의 면면을 보자. 여당의 경우 비서실장 출신 임태희와 나경원, 이정현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가 잘 알려지지않은 참신함을 보여주는 인물이였다. 대부분 지역 주민들과 평소 열심히 스킨십을 한 그 지방의 토박이들다. 야당을 보자, 손학규, 김두관, 노회찬 같은 대선의 꿈을 지닌 인물들이 이번에 낙선한 것은 개인적으로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들의 좌절은 인물이 부족한 나라의 손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자. 주민은 봉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역을 대표해 의정단상에 나가서 자신들을 대변해 주는 국회의원이 연고도 없는 분당에 나타났다 도중 하차하고 수원에 나타나서 표를 요구하고, 부산에서 김포로 날아와 그동안 터를 닦아 놓은 토박이들을 밀어내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전략은 정도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유권자를 무시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투표율이 32%에 불과 했다. 한국의 민주주의도 한 단계 올라가야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경쟁이 치열했던 지역은 50%대에 육박했고, 심지어 ‘보상공천’이라고 물의를 일으킨 권은희 의원이 출마한 광주시 광산을구 지역은 20%대에 머물렀다. 선거가 진정 민의의 반영인지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 10명의 유권자 중 8명이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정치가 뿐만 아니라 언론을 비롯해 온 국민이 반성할 부분이다. 권은희 의원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 경찰 수뇌부의 외압의혹을 폭로한 내부 고발자다. 김용판 전 서울청장이 1,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동작을의 경우를 보자. 나경원 의원은 노회찬에게 불과 1200여표(1.2%) 차로 승리했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100명 중 98명 이상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한 두 명이 결과를 좌우했다는 숫자상의 결론이 나온다. 대의 민주주의의 단점이기도 하지만 선거제도의 개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여당 호남 당선은 역사적 혁명

이번 선거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순천-곡성에서 전략공천을 받은 서갑원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다. 그는 ‘박근혜의 남자’ 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대통령의 측근이다. 대통령이 부르기만하면 어디고 달려갈 사람이다. 그런 그가 이번 선거에서 ‘당당히’ 당선되었다. ‘이변’ 이라기보다 가이 ‘혁명적’인 사건이다. 그가 당선 후 언급한 ‘지역주의 타파의 시작’ 이라는 관점에 앞서, 선거기간 중 그가 마치 국가 예산을 자신의 쌈짓돈 처럼 쓰겠다는 ‘예산폭탄’ 공약을 떠올리면 지역감정의 변화라는 긍정적인 면보다는 이를 우려하는 부정적인 관점이 앞서게 된다. ‘적진’에서의 그의 당선은 지역개발을 위해 순천에 의과대학을 유치하고 국가공원을 짓는데 예산을 퍼붓겠다는 공약에 솔깃한 유권자들이 몰표를 주지 않았는가? 나는 그렇게 해석한다. 이 또한 우리 정치가 지양해야할 후진적 민주주의의 모습이다. 힘센 사람의 ‘실세’이기 때문에 ‘특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으로부터 총선, 지방선거와 이번 재보선을 끝으로 이제 2016년 총선까지 이렇다할 선거행사는 없다. 승리감에 도취한 여당이나 참패로 패닉상태인 야당이나,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라 모두 다시 시작한다는 ‘초심’이 요구되는 때이다.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 일본의 우경화와 아베정권의 역사왜곡, 우크라이나 사태와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과 막대한 인명피해, 지금 세계는 평화를 위협하는 ‘국가주의’가 팽배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세월호 후유증, 특별법 제정, 민생경제 등 등 해결해야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국민은 이번에 ‘심판’보다 ‘안정’을 선택했다.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자. 선거후면 겪게되는 반목과 불신의 후유증을 최소화 시키는데 정치가를 비롯한 국민들의 자각과 헌신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매번 간절하게 바라는 바이지만, 박 대통령은 참신한 인사를 발굴하는 탕평정책과 소통의 정치, 경제살리기에 매진하기를 기원한다.

본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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