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웠던 한달 브라질 월드컵 축구

지난 한달 축구를 벗 삼아 즐거운 시간을 많이 가졌다. 월드컵 축구는 역시 세계 ‘만국어’라는 생각이 든다. 북한에서 까지 이번 대회를 중계했으니 말이다.
그 많은 경기를 다 구경 할 수는 없고, 나는 우선 ‘8강 진출’을 목표로한 한국 경기는 다 보았고, 16강까지 진출한 미국이 하는 경기도 2개는 보았다. 그리고 우승 후보팀인 독일, 프랑스, 네덜랜드, 벨기에, 스페인, 포루투갈, 이탈리아,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출전한 경기를 몇개 보았다.

한국 기술부족 투지도 약해
우선 한국팀 경기부터 이야기를 해보자. 한국팀이 H조에 속한 것은 사실 행운이었다. 다 알다시피 H조는 벨기에를 빼놓고 러시아, 알제리는 그렇게 두려운 상대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 3팀은 그동안 평가전에서 무패를 기록한 무서운 팀들이다. 미국이 속한 ‘죽음의 조’인 G조의 독일, 포루투갈, 가나에 비하면 한국은 운이 좋았다는 이야기다.
제일 쉽게 꺽을 줄 알았던 알제리와의 경기는 너무 실망스러웠다. 비록 한국이 후반에 2골을 넣기는 했지만, 전반에 알제리가 3골을 넣는 것을 보고, 한 5대 빵 쯤 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자 솔직히 게임을 보고싶지가 않아 왔다갔다 하면서 건성건성 관전 했다. 그래도 한국 선수들이 후반에 선전해서 4대2로 막았으니 독일한테 7대1로 패한 브라질 같은 참패는 아니다. 한국 수준에서 볼 때 있을 수 있는 스코어다. 축구 전문가는 아니지만, 평가전에서 가나에 4대0으로 졌을 때 나는 이미 불길함을 예상했다. 한국 팀의 실력은 그 정도다. 꿈은 크게 먹어야 한다지만, 한국팀의 8강 진출 목표는 세계 축구 수준을 얏잡아 본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기적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2002년 4강신화의 창조가 그랬듯이 기술과 경험이 뒤지더라도 특유의 투지와 근면으로 이를 극복해야 하는데, 2014년 세계에서 뛰고있는 한국 선수들을 끌어 모아 선발한 태극전사들은 기술도 투지도 상대보다 뒤떨어 진 것이 사실이다. 패스 부정확으로 볼을 자주 빼았겼다. 어딘가 무척 허술했다. 수비도 불안했다. 헝그리 정신도 없었고 해외파 팀을 조율할 리더가 없었다. 2002년 4강신화 의 1등 공신은 물론 홈구라운드의 잇점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헝그리정신과 투지였다. 이영표나 황선홍 같은 앵커나 왕년에 차범근이나 박지성 같은 공격수가 없었다. 홍명보 감독의 황태자인 박주영 선수는 존재감 마저 상실할 정도로 부진한 경기를 보였다. 양쪽 날개에서 센터링(패스)해 주는 공이 없다보니 2게임 출전해 골문을 향해 슛 1 번 한것이 고작이다. 2차전인 러시아와는 선전했다. 비록 1대1의 무승부였지만, 한국 팀의 하이라이트였다. 박주영 대신 투입된 이근호 병장의 통쾌한 중거리 슛 성공은 일시적이나마 한국 16강 진출의 서광을 비춰 주었다. 세계의 한인들은 기사회생 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안고 ‘대한민국’을 외쳤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우승후보팀 벨기에를 맞은 한국 팀은 장신의 국내파를 투입해 전반전을 0대0으로 잘 버텼다. 후반에 들어가 32분에 1골을 내주기는 했으나, 한국은 벨기에 선수 1명의 퇴장으로 유리한 조건에서 싸웠다. 하지만,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없는 한국은 끝내 골을 넣지 못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삼세번이라고 이때 박주영을 기용했으면 한 방 터지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자력에 운 까지 따라야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국이 벨기에를 2대0으로 꺾고, 러시아가 알제리를1대0으로 이겼다면 한국은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와같은 시나리오는 기적에 가까운 비현실적인 것이었다.
벨기에는 16강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미국을 2대1로 제압하고 28년 만에 8강에 진출하게 됐다.
이렇게 돼서 한국은 16강은 고사하고 사상 최초로 조별리그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참패했다. 한국 축구는 이제 새 출발을 해야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리더십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홍명보가 보인 외고집 리더십이 아니라 히딩스 같은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브라질 월드컵 축구에 진출한 아시아 국가는 4개국, 이들은 16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하는 무승행렬을 기록했다. 하지만 8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한 태극전사들은 우리들의 긍지였으며, 세계의 한겨레를 하나로 묶은 큰 일을 했다는 데 위로를 받는다. 그래서 공항에 입국한 선수들을 향해 엿 먹으라고 ‘엿을 던진 반응’은 씁쓸하기만 하다.

미국서도 축구열기 고조
미국의 축구 열기가 브라질 월드컵대회를 계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야구, 풋볼, 농구, 아이스하키에 밀려 변방의 스포츠로 서자 취급을 받던 미국의 축구가 메이저 스포츠로 급부상하고 있다. 브라질과 크로아티아가 펼친 개막전을 400만 명이 시청했고 지난 22일 열린 미국과 포르투갈 전은 전국에서 무려2500만 명이 시청, 월드시리즈나 NBA (농구) 시청자 수준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시카고를 비롯한 미국의 대도시의 광장과 공원은 미국 경기가 있을 때마다 수 만명이 모여 뜨거운 응원 열기를 뿜어댔다. 죽음의 조에 속한 미국은 아프리카의 축구 강국 가나를 2대1로 이기고, 포르투갈을 제치고 같은조 독일과 함께 16강에 진출했다. 미국이 독일에 1대2로 패하기는 했지만, 미국의 투지는 볼만했다. 독일 ‘전차군단’의 파죽지세의 38번 슛을 골키퍼 하워드가 거의다 막아냈다. 관전자의 입장에서도 든든했다. 그를 대통령으로 뽑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언론은 엄청나게 달라진 미국의 축구열기를 크게 보도했다. 한국은 벌써 지는 해가 되었고, 미국은 이제 떠오르는 태양 같다.

함께 웃고 운 인류의 제전 폐막
이제 대장정은 끝났다. 2014년 여름, 우리는 ‘둥근공’에 일상을 맡기고 함께 웃고 함께 울었다. 축구가 뭐길래? 승패에 따라 즐거워 축제를 열고, 영웅이 탄생하는가 하면, 돈으로 논공행상이 이루어지고, 폭동이 일어나고, 정권이 왔다갔다하고, 국민을 실망과 비탄에 빠뜨리기도 한다. 나는 꼬마들의 동네 축구로 부터 월드컵에 이르기까지 축구는 단순한 경기가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며 문명의 에너지라는데 동의한다. 지난 한달간 우리들은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스트레스도 풀고 카타르시스도 많이했다. 강인한 기량과 투지에 열광하고 미쳤다. 이제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 차분히 4년 후의 변화를 지켜볼 때이다.
본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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