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처없이 표류하는 '한국호'

대한민국 민주국가인가?

한국 정정이 불안하다. 특별히 생때같은 귀한 어린생명을 ‘수장’한 미증유의 세월호 참사를 당한 후, 그 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준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응에 국민은 분노를 했다. 대형사건의 밑바닥에 깔린 무법과 부조리, 황금만능의 썩은 냄새가 세상을 진동시키고 있다.

현장 책임자인 선장은 ‘나만 살면 된다’고 달아나 버렸다. 구조작업을 서둘러야 할 해경은 분초를 다투어야 될 시간을 허송했다. 배가 침몰한 뒤에도 기회는 있었건만 안타깝게 한 사람도 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 했다. 희생자 수 조차 파악하지 못한 정부는 윗사람 눈치 보기에만 바빴다. 유가족들은 청와대로 시위하러 가겠다고 난리였다. 왕조시대도 아닌 21세기, 매사를 맨 윗사람 눈치만 살피는 대한민국의 권력구조는 실질적으로 민주국가 라고할 수가 있겠는가?
'세월호' 에서 무엇을 배웠나

9.11 사태를 겪은 미국은 그 이전과 그 이후가 달라졌다. 희생자들이 마지막 전한 메시지는 인간의 존엄과 사랑이었다. 지켜야할 것은 가정의 가치였다. 무엇보다 국가 공동체를 형성하는 국민의 안보의식이 강화됐다. 공항 검열이 무섭게 엄해졌다. 일반 사무실 화장실에 열쇠를 채웠다. 비록 개인은 불편해도 모두의 안전을 위해 인내로 받아드렸다. 알카에다의 만행으로 당시 불타는 100층 빌딩에서 너도 나도 살겠다고 모두가 뛰어 내려오고있는 판에, 500여명의 소방수들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아래층에서 윗층으로 올라갔다. 그들은 거의 다 순직 했다. 이 위대한 인간승리의 정신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얼마 전 뉴욕의 쌍둥이 건물 자리에는 기념관이 섰다.

세월호는 우리에게 큰 아픔을 주었지만, 새로운 교훈을 주었다. 대한민국의 나아갈 미래를 보게 했다. 국민들은 세월호는 우리의 ‘자화상’이라고 반성하고 거듭나야 된다고 다짐했다. 대통령도 총체적 부조리에 대한 국가개조 차원의 개혁을 하겠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지도자는 큰 그림을 그려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와 정부 요직에 대대적인 물갈이를 약속했다. 현재 박 대통령 2기 내각이 국회 청문회가 진행 중 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무총리 등용과, 원성이 자자한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박 대통령의 태도가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관예우 문제로 국회 인사 청문회 조차 갖지 못하고 낙마한 안대희 까지는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기자 출신인 문창극의 깜짝 후보 지명과 코드인사, 정홍원 총리의 유임은 청와대 인사 시스템의 불만에 앞서 박 대통령의 시국관과 난국 타개의 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행여나 대통령과 여당이 참패할 줄 알았던 6.4 지방선거에서 예상외의 선전에 다시 자만해진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세월호 이후의 국무총리라면 일단은 검증이 된 인사, 국민의 존경을 받는 사람, 덕망이 있는 분,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소유자 이어야 한다. 그래야 개혁을 할 수 있고 국민 통합을 이룰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더 이상 종파이익이나 대변하고 말 잘 듣는 편한 사람만 고르지 말고, 국민의 존경을 받는 인물을 선택했으면 좋겠다. 찾으면 훌륭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야당의 의견도 좀 받아들이고 그쪽 사람들도 등용하고, 취임사에서 밝힌 탕평책으로 인재를 발굴한다면 인사참사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당과 일부 극우파 인사들이, 문창극을 제일 먼저 보도한 KBS를 매도하고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불신하면서 문창극에게 소명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특별히 NLL 발언을 왜곡하여 전직 대통령을 역적으로 몰아 부관참시하던 일부 언론이 이제와서 저널리즘의 원칙, 신문의 사명, 정의 추구 등 등 낯선 소리를 하고 있어 가소롭다. 그러나, KBS는 오랜만에 언론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했을 뿐이다, KBS의 뉴스가치 판단은 국민의 눈 높이를 너무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점과, 국민 정서와 동 떨어진 인사 등용에 대한 경고였다. 따라서 공격의 대상은 KBS를 비롯한 언론과 국회가 아니라, 인사참사를 빚은 박 대통령이다. 만약에 지난 5월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이 청와대 외압을 폭로하지 않았다면, 청와대 지시를 받아 편집권을 침해한 길영환 사장이 쫓겨나지 않았다면, KBS가 문 후보의 과거를 제대로 보도하지도 못했을 것이며, 자진사퇴 까지 가지는 않았을 지도 모른다.

문창극 자진사퇴 잘된 일이다.

문창극의 후보 지명에서부터 사퇴 기자회견까지를 잘 관찰해 보면, 자진사퇴는 잘된 일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주필로 있던 신문사에서 DJ와 노무현 전직 대통령을 그렇게 비난하던 그가, 이번에 ‘존경하는’ 김대중 대통령 운운 하는데 놀랐다. 정신대 문제와 관련, “일본의 사과는 불필요하다” 라든지 민족의 아픔인 “제주 4.3 사건은 공산당 소행이다” 라는 발언은 안중근과 안창호를 존경하고, 함석헌과 김대중을 종교적으로 자기와 동일시 하려는 그의 태도와 맞지 않는 발언이다.

“일제 식민지배는 하느님의 뜻이다”라는 언급이 그가 의도한 본 뜻이 아닐 수도 있다고 이해하고 싶다. 하지만 할아버지로 ‘추정’되는 분이 독립운동가 였다는 보훈처의 갑작스런 발표도 속 들여다 보인다. 조부가 애국자라고 해서 그를 절대 반대하는 민심을 잡지는 못했다. 그를 취재했던 많은 ‘후배’ 기자들은 “그가 기자출신이어서 창피하다”는 말까지 했다.

문 후보가 ‘그분’에 뜻에 의해 자진사퇴한 것은 그를 위해서도, 국민을 위해서도, 인기40%대로 뚝 떨어진 박 대통령을 위해서도, 정처없이 표류하는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본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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