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컵 2 연패' 가슴아픈 좌절

근래에 가장 재미있게 보는 경기는 아이스하키다. 실은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축구를 좋아한다. 어릴 적 동네 축구는 일상 생활 이었다. 한국 축구가 2002년 ‘4강 신화’를 창조한 이래 월드컵 축구는 올림픽과 함께 4년마다 기다려 지는 경기다. 그런데 지구촌을 뜨겁게 달굴 브라질 월드컵 축구가 다음주로 임박했다.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풋볼이나 야구, 농구도 재미있는 운동이다.

그런데 시카고 아이스하키 팀인 블랙혹스가 지난 해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의 최고 정상인 스텐리컵을 쟁취한 후, 우리 4명의 식구들이 열광하는 경기는 단연 아이스하키다. 스피디한 박진감은 어느 운동도 아이스하키를 따라갈 수가 없다. 눈 깜짝할 사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요, 종횡무진 이다. 눈이 퍽(공)을 따라가기가 힘들다. 고게 한번 숙인 사이 ‘한골’이 들어간다. 이렇게 빠른 경기를 구경하다가 축구나 야구, 농구를 구경하면 너무 느려서 시시하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집에서 TV를 통해 관전 하지만, 큰 경기는 직접 구장에 가서 구경한다. 지난 일요일(6월 1일)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서부 컨퍼런스 7차전 마지막 경기에 온 식구가 함께 게임을 만끽하고 왔다, 만끽의 끝판은 아쉬운 패배로 인해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이었고 슬펐지만 말이다. 이날 입석 마저 300 달러를 주어도 표를 구할 수 없었다. NFL 채널의 프로듀서로 일하는 아들 덕에 표를 구할 수 있어 자주 내려간다. 작년에도 스텐리컵 파이널 경기를 관전할 수있는 행운을 얻었다. 이런 날은 티켓 값이 몇 천 달러로 호가해도 표를 구할 수 없는 지경이다. 돈 있는 미국인들의 씀씀이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시카고 블랙혹스 팀은 올해 비록 스텐리컵 결승전까지는 불운하게도 진출하지 못 했으나, 우승을 했던 작년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잘 싸웠다. 레귤러 경기에서는 성적이 부진해 플레이오프에 와일드카드로 겨우 진출 했지만, 서부 컨퍼런스 쿼터파이널(준준 결승)에서 조 1위인 막강한 센루이스를 꺽고, 세미 파이널 준결승에 진출해 미네소타 팀을 누르고 서부 컨퍼런스 결승까지 올라왔던 것이다.

7판 4선승제의 경기는 너무 극적이어서 손에 땀을 쥘 정도가 아니라, 관전자로 하여금 마치 미친 사람처럼 열광하게 만들었다. 지난 18일 블랙혹스의 홈 구장인 유나이티드 센터서 열린 서부 컨퍼런스 결승 1차전은 공수에 우위를 보인 블랙혹스 팀이 LA 킹스를 3대1로 손쉽게 물리쳤다. 서막이 좋았다. 그러나, 2차전에서 2대6으로 대패했다. 불운이 시작됐다. 3차전에서 3대4로 역전패 당했다. 26일 4차전에서도 2대 5로 대패했다. 블랙혹스는 한때 ㅇ대4로 뒤지는 무기력한 경기를 보여, 추락 일보전에 직면했었다.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킹스는 한 게임만 이기면 결승 진출이지만, 블랙혹스는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겨야하는 절대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
블랙혹스와 LA 킹스의 5차전은 28일 시카고 유나이티드에서 열렸다. 디펜딩 챔피언 다운 블랙 혹스의 저력이 드디어 발동하기 시작했다. 이날 양 팀은 4대4 동점에서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은퇴를 앞둔 블랙혹스의 최고령 노장 마이클 한주스(Handzus)의 통쾌한 슛으로 스코어 5대4로 승리, 기사회생하는 감동을 안겨 주었다. 게임 내용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만큼 익사이팅 했다. 블랙 혹스는 2차 연장 2분 쯤 킹스 진영 중앙지점에서 패스를 건네받은 한주스가 페인트 동작으로 상대방을 교란한 후 멋있는 백핸드 샷으로 골문을 적중했다. 6차전은 30일 저녁 LA 킹스의 홈구장인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렸다. 혹스는 적진에서 선전했다. 일진일퇴 손에 땀을 쥐게하다가 3피리어드에 3대3 동점에서 작년 MVP인 페트릭 케인의 절묘한 슛이 들어가 4대 3으로 킹스를 제압했다. 이로써 블랙혹스 팀은 시리즈 3승3패로 7차전까지 가게되는 ‘기적’을 만들었다. 5차전과 6차전은 아이스하키 역사에 길이 남을 멋진 승부였다. 5차전 한주수의 샷과 6차전 케인의 샷은 지금도 내 뇌리에 생생하다. 드디어 죽느냐 사느냐 결단의 7차전이 지난 일요일(6월1일) 시카고 유나이티드 경기장에서 하오 7시부터 시작했다. 4시 반에 집에서 출발했다. 다운타운 메디슨 거리의 스포츠바는 축제무드의 젊은이들로 넘쳤다. 장내는 군중의 환호성으로 흥분의 도가니였다.우리식구들도 목이 터저라 응원을 했다. 블랙혹스는 응원에 보답하듯이 1피리어드에 2개의 선제 골을 넣어 스탠리컵 2연패의 청신호를 보냈다. 블랙혹스는 게임을 시종 리드했으나, 끈질기게 추격하는 킹스의 반격을 뿌리치지 못하고 연장전에 들어갔다. 연장전에 들어간지 5분 만에 킹스의 수비수 마르티네즈가 때린 볼이 블랙혹스 선수의 어깨를 맞고 튀어들어가 스텐리컵의 운명을 갈랐다.

나는 골이 어떻게 들어갔는지 목격하지 못했다. 알고보니 블랙혹스 선수의 어깨를 맞는 자살골로 킹스 팀은 몬트리얼을 꺾고 올라온 뉴욕과 최종 스텐리컵 쟁탈전을 벌리게 된 것이다. 순간 장내는 물을 끼언진듯이 조용했다. 모두가 킹스의 퍽을 맞고 쓰러진 것 같았다. 다 이겨논 경기를 어이 없이 빼았겨 할 말을 잃었다. 허무했다. 그리고 하나같이 멍해졌다. 다음날 시카고 트리뷴의 1면 탑 타이틀은 “Heartbreaking” 이었고, 선타임은 “So Long, Stanley”였다. 그리고 두 신문 모두 골텐더(goaltender) 코리 크러호드(Corey Crawford)가 비운의 퍽이 놓여있는 골문 앞에 엎드려 있는 사진을 실었다. 빙판에 머리숙여 무릎 꿇은 골텐더(축구의 골키퍼)와 퍼크, 그리고 기억자(트리뷴) 와 디긋자 모양의 골대(선타임스) 가 이날의 ‘참사’를 웅변해주었다.

진정 ‘가슴 아픈 게임’이었고, 우승일보직전의 ‘스텐리컵이여 안녕’이 아쉬웠다. 열광으로부터 담담해진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시카고 ‘블랙혹스 건아’들을 위해 힘찬 박수를 보냈다. “So Long Blackhawks” 당신들이 있어 우리는 내년을 다짐하고, 다시 일어설 것이다.



본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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