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죽지 않고 쇠퇴했을 뿐

해리 왕자 ‘세기의 결혼’ 과거 영광 과시



성공한 역사와 전통의 나라 왕실에 새바람 불러 일으켜

적폐 청산,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 남북정상회담, 북한의 비핵화, 판문점 합의를 지키지 않는 북한의 고질병 재발, 삐그덕 거리는 북미정상회담의 전망, 댓글조작 ‘드루킹’ 특검, 6.13 지방선거 등 등 굵직 굵직한 시사문제에 신경을 써오다, 지난 주말 영국의 왕자 해리와 미국 여배우 메건 마클(Meghan Markel)의 세기의 결혼 이벤트는 기분전환의 훌륭한 구경거리였으며 내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었다.

우선 두 사람의 결혼은, 1693년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가 쓴 책인 신데렐라(Cinderella)를 떠올리게 한다. 한 소녀가 친어머니 영혼의 도움을 받아 유리구두가 인연이 되어 어느 왕자와 결혼하게 된다는 이야기 말이다. 자고로 무명의 신세에서 스타가 된 사람의 설화는 동서고금을 통해 널리 퍼졌다.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콩쥐팥쥐’는 콩쥐가 계모와 그의 소생 팥쥐에게 온갖 구박을 받다가, 선녀의 도움으로 고난을 이겨내고 환생하여 ‘갑질’의 원수를 갚고 권선징악을 했다는 신데렐라 형의 설화다.

해리는 태어날 때부터 다이아몬드 수저를 갖고 나온 ‘해가 지지않는 나라’ ‘성공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대영제국의 왕자다. 해리 왕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손자이자 찰스 왕세자의 차남으로 영국 왕위계승 서열은 6위다. 권력과 명예와 부를 소유한 사람이다. 무엇보다 천년 왕실의 전통과 권위는 감히 누가 범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자리다.

이런 지고한 위치의 총각 신랑을 평범한 미국의 여배우 메건이 차지했다. 36살 먹은 3년 연상의 이혼녀다. 메건은 순수혈통을 지닌 노란머리 백인도 아니고, 백작이나 공작집 딸도 아니다.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 LA에서 태어나 그곳서 자랐다. 가톨릭 스쿨을 다녔고 노스웨스턴 대학을 졸업, 시카고와 인연이 있다.

학교서는 연극과 국제 정치를 전공했다. 의붓 자매끼리는 사이도 좋지 않아 친척 중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눈물젖은 어머니’ 도리아 래글랜드뿐이었다. 해리와 메건은 어떻게 만나 동화같은 결혼을 하게 되었는가? 해리는 어머니 다이애나 빈의 영향을 받아 자선 구호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메건 역시 아프리카에서 여성 평등과 권리 신장을 위해 활동하다 둘이는 운명처럼 만났다. 2016년 7월에 처음 만나 2년간 연애 끝에 작년 11월에 약혼을 하고 올해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전세계 축복 속에 ‘로열 웨딩’ 순혈 백인 우월주의를 타파

해리와 메건은 지난 19일 정오 윈저성 왕실 전용 예배당 세인트 조지 채플에서 영국 성공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이 열린 예배당은 1984년 해리 왕자가 어머니 다이애나 비의 품에 안겨 세례를 받은 곳이다.

이날 신부는 아버지가 파파라치 사진판매 논란과 건강문제로 불참하는 바람에 시아버지인 찰스 왕세자의 팔장을 낀 채 입장했다. 설교는 성공회 최초 흑인 주교인 마이클 커리 목사가 맡았다. 14분간 진행된 커리 주교의 혼배 미사 설교는 무척 감동적이었다.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을 인용한 설교는 흑인 노예 제도를 언급하며 다양성을 강조했다. 또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즉, “사랑에는 죽음 만큼이나 강력한 힘이 있다.” 처음 사랑에 빠졌던 순간을 기억하면 알 것이라고 했다. “사심없고 희생적이며 구원하는 사랑을 하라” “예수님은 죽음으로 명예박사 학위를 받지 않았다” ‘불같은 사랑을 하라’고 강조했다. 이번 결혼식은 순혈과 백인 남성 우월주의를 타파하고 전통과 격식을 깨는 파격적인 왕실 결혼식이었다. 설교뿐만 아니라 음악도 흑인의 노래를 했다.

영국 왕실 합창단이 흑인 민권가수 벤저민 얼 킹의 ‘스탠드 바이 미’(Stand by me)를 부른 장면은 압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 여론은 “메건 결혼식이 영국의 이미지 개선, 인종 차별 타파의 밑거름이 됐다”고 호평했다. 신부는 식장서 전통적인 복종 서약을 해야 한다. 하지만, 메건은 서약을 하지 않았다. 대신 짧은 스피치를 했다. 결혼식장에는 신랑 신부와 직접 친분이 있는 사람 위주로 600여 명이 초청됐다.

그 중에는 세계적 축구스타 베컴 부부, 토크쇼 여왕 오프라 윈프리, 영화 배우 조지 클루니 부부,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 가수 제임스 블런트 등이 참석했으며, 남성은 제복이나 정장, 여성은 영국의 관습인 모자와 드레스를 차려 입었다. 결혼식 후 신랑 신부는 백마가 이끄는 지붕 없는 ‘황금마차’를 타고 윈저성에서 부터 시내를 한 바퀴 돌면서 관중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4마리의 말이 이끄는 마차는 영국 왕실이 전통적으로 매년 개최하는 경마대회에 나가는 Ascot Landaus(애스콧 사륜마차) 5대 중 하나가 동원된 것이다. 이 마차 행렬을 보기 위해 며칠 전부터 수백 여명이 노숙을 했다고 한다. 이날 윈저성 주변에는 영국 국기인 유니온잭과 신부 나라인 미국의 성조기가 펄럭이는 가운데 약 10만 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영국의 결혼식 비용은 통상 신부측 가족이 부담하게 되는데, 이번 결혼식 경비는 성공회 켄싱턴 궁이 맡았다. 신부가 낸 돈은 43억원 짜리 웨딩 드레스뿐이라고 한다. 전체 비용 470억원 중에 경호비용이 제일 많다. 왕실은 경비를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왕실 결혼에는 천문학적 돈이 드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번 결혼에서 식사, 웨딩케이크, 연회 의상, 신혼 여행에 200만 파운드(약 30억원). 청첩장과 선물에 약 3억원. 연회 때 최고급 샴페인, 와인 등 식음료비 7억 1천만원. 가수 라이브 연주, 성가대, 파이프 오르간, 실버 트럼펫에 4억 4천만원을 썼다. 그러나, 1981년 해리의 부모인 찰스와 다이애나 결혼식에 쓴 돈 8천 400만 파운드(약 1천 258억원)에 비하면 새발의 피인 셈이다.

해리와 메건 결혼식의 경제효과는 엄청나다. 관광 수익 등 영국 경제의 파급효과, 왕실 홍보 효과, 패션산업과 소매상, 식당수익 등 영국 경제에 10억5천만 파운드(1조 5천억원)의 경제 수익 효과를 냈다고 추산했다.

여왕, 의회(정당), 노조 영국은 누가 움직이는가?

많은 영국 사람들은 “여왕이야말로 우리의 자유를 지키는 구심점이요 마지막 보루다”라고 스스럼 없이 말한다. 이렇게 보면 영국을 움직이는 힘은 왕한테서 나오는 것인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사회보장이 철저하게 이루어진 영국의 실상을 파헤쳐 보면 노조만큼 센 곳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1985년 아르헨티나 포클랜드 전쟁을 승리로 이끈 대처 수상은, 여세를 몰아 역대 어느 수상도 해내지 못했던 노조 파업을 진정시켜 침체 경제를 회생시켰다. ’철의 여인’ 마거리트 대처 수상같은 인물을 떠올리면, 영국을 움직이는 것은 역시 ‘다우닝가 10번지’(수상관저)의 주인(의회)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대전의 위기 속에서 영국을 구해낸 윈스턴 처칠도 20세기 가장 위대한 정치가로 손꼽을 수 있는 인물이다. 로마 제국이 멸망한 이래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지구상의 4분의 1의 영토를 다스리던 영국이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제는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로 고립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2천년 문화 속에 온고지신의 지혜로 ‘대헌장’(Magna carta)을 채택하고 피를 흘리지 않고 ‘명예혁명’을 통해 세계 민주주의의 길을 열어준 종주국이 바로 ‘대영제국’이다. 한국은 민주주의의 저력을 지닌 영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왕실의 결혼을 보고 느낀 생각이다. 영국의 미래에 영광 있으라. 시카고 타임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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