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동아시아 기적 직전 상황”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접견하고, 그 회담 결과를 알리기 위해 일본을 방문한 서훈 국정원장에게 ‘고노’ 일본 외상은 “지금은 동아시아가 기적 직전의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장기집권의 개헌을 단행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중국을 찾아온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에게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대화를 적극 지지한다. 한국의 노력으로 한반도 정세 전반에 큰 진전이 이뤄지고 북미간 긴밀한 대화가 이뤄지게 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상호 불신과 싸움이 이해와 평화의 길로

얼마전 까지만 해도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트럼프를 향해 온갖 욕을 퍼부었다. “망신 당하지 않으려면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해야 한다. 당신은 정치인이 아니라 불망나니 깡패임에 틀림없다.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불로 다스리겠다.

핵단추가 내 책상위에 항상 놓여있다”고 막말을 쏟아부었다.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미국 위협하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 ‘로켓맨’아, 북한을 완전 파괴할 것이다.

나는 당신이 가진 것 보다 더 크고 강력한 핵 단추가 있다. 내 버튼은 작동한다”라고 맞받았다. 펜스 부통령은 올림픽 개막식 때 김여정과 악수는 커녕 눈도 맞추지 않았으며, 그의 입에서는 “김여정은 악의 가족 패거리다”라고 매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딸인 이방카도 수 많은 사람을 죽인 남자(김영철)와 대하기 편치 않았다고 적의를 표시했다.

이 정도 이야기라면 다시는 안 볼 사람한테나 할 소리다. 펜스 부통령은 귀국길 비행기에서 기자들에게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을 180도 바꾸었다. 백악관 에서도 그의 대북 강경 자세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고 한다.

미국의 펜스 부통령은 개막식에, 트럼프 딸 이방카 백악관 상임 보좌관은 폐막식에 참가 했다. 북한은 개막식에 김경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의장과 김정남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제1부부장, 그리고 폐막식에 김영철 통일선전부장과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내려 왔지만, 미국 대표와 북한대표 간의 만남이나 직접교류는 없었다.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부부장과의 약속된 면담은 2시간 전 북측의 거부로 아쉽게 무산됐다. 다만 3각관계의 중재자인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북한은 불가역적(CVID=뒤집을 수 없는 합의)이었던 비핵화의 의지와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제안하고 갔을 뿐이다. 그리고 우려했던 평창올림픽은 남북화해의 길을 터놓고 사상 최고 대회의 하나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비핵화도 논의할 수 있어 방북 특사단 예상밖 성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끈 방북 특사단은 한반도 평화정착 내용이 담긴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조선 노동당 본관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친서를 받은 김 위원장은 북한에 대한 군사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되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음을 명백히 밝혔다. 또 북미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할 용의가 있다. 남북은 4월말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 남북정상간 핫 라인(직통전화)설치. 또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핵과 미사일 실험 유예(Moratorium), 그리고 4월 실시되는 한미연합군사훈련도 ‘이해’한다는 6개항을 발표했다. 방북 특사단은 이와같은 예상외의 큰 성과와 김정은의 별도 친서(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

김정은 북미정상회담 제의 ‘통큰’ 두 사람 즉각 찬성

8일 오후TV 방송국들은 북핵 문제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 발표가 백악관에서 있을 것이라는 뉴스 예보를 계속 내보냈다. 예정시간보다 20분 쯤 지나서야, ‘엉뚱하게’ 나타난 사람은 정의용 실장이었다. 나는깜짝 놀랬다. 트럼프가 정 실장에게 대신 나가서 영어로 북미대화 5월 개최 합의를 발표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주객이 전도된, 트럼프다운 돌출 행동이다. 단상에 오른 정 실장은 격무 외교에도 피곤한 기색이 없이 침착하게 ‘역사적’순간을 영예롭게 잘 대처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운전자석’을 능숙하고 노련하게 잘 대변했다. 브리핑 내용을 요약하면 “김정은 위원장은 핵실험을 안 하겠다는 등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 미사일 실험도 자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조기에 직접 만나고 싶다(시기 5월, 장소 미정) 대한민국은 미국, 일본 그리고 우방국들과 공조하면서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북한이 그들의 언사(약속)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줄 때까지 압박이 지속될 것임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25년 동안 북한에 속아 향후 새로운 게임 시작

트럼프는 비즈니스맨이다. 그는 자신을 최고의 협상가라고 자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대화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왜 북한 지도자와 협상을 못하겠는가? 3명의 전임 대통령이 해결하지 못하고 악화시켜온 북핵 문제를 자신이 해결할 것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김 위원장 역시 핵을 포기하면서 안보와 경제에서 양보를 얻어내는 ‘통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인물같다. 유엔 제재와 미국의 압박으로 1995년부터 1997까지 발생했던 고통과 죽음의 ‘고난의 행군’이 재현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는 현실이다. 국민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도 있고, 베트남식 개혁 개방도 있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인가? 상호 불신이다.

말하고 행동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5년 동안 핵 개발과 관련, 북은 합의된 약속을 5차례나 파기했다. 1991년 남북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한다. 김일성 주석은 “핵개발 능력도 의지도 없다” 고 이른바 ‘유훈’을 남겼다. 1993년 IAEA (국제원자력기구)가 플루토늄 양의 의문을 제기하고 북에 특별사찰을 요구하자, 그해 3월 북한은 NPT(핵확산금지조항) 탈퇴선언을 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북핵시설 타격을 검토했다. 1차 북핵 위기를 맞은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의 반대로 협상론이 힘입어, 1994년 10월 ‘제네바 회담’에서 북핵 동결과 중유 지원을 받고 다시NPT 잔류를 결정했다. 북은 2003년 사찰요구를 받게되자 재차 NPT를 탈퇴. 2차 북핵위기를 맞는다. 북한은 2005년 핵무기 포기 ‘9.19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핵무기 포기와 NPT 복구조건으로 전력 등을 북한에 지원했다. 이 약속 역시 북한이 깨고, 2006년 10월 드디어 1차 핵실험을 단행 했다. 미국과 북한의 마지막 거래는 2012년 북에 식량지원 을 약속하고 핵과 미사일 실험 ‘모라토니엄’(중단)을 하겠다는데 합의한 ‘2.29합의’였다.

이 또한 북의 로켓발사로 파기됐다. 1994년과 2005년 각 각 핵폐기 합의가 결렬 되었던 것은, 북은 정권 전복을 꾀할 것이라는 미국 공포 때문에, 미국은 북이 핵을 개발할 의심 때문에 25년 동안 실마리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양측으로부터 신뢰를 얻어 중재인으로서 성공했다. 문 대통령은 국내외적으로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안 된다며 일관되게 북핵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노심초사 해온 점은 높이 사야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미사일 때문에 새벽잠을 안 설쳐도 되겠다”고 언급할 만큼 신뢰를 쌓았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더 이상 ‘사기극’은 없다

이제는 더 이상 속을 수 없다. 실수도 반복할 여지가 없다. 이번은 좀 다르다. 새 게임이 시작됐다. 북한은 완성된 핵무기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체제 보장을 조건으로 핵을 폐기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이 기회다. 가상하고 싶지 않지만, 남과 북이, 미국과 북한이 만약 협상에 실패한다면, 남은 선택은 전쟁밖에 없다.

가난을 실토 하고 구조의 손길을 내밀면서 김정은이 도망갈 벼랑끝은 없다. 시간 벌기와 위장전술로 민족과 세계를 속인다면, 그는 이 지구상에 존재해서는 않되는 ‘악의 축’일 뿐이다. 이 기회에 핵사찰 뿐만 아니라 ‘김씨 3대 왕정’이 자행했던 폭정,학살, 인권위반, 특히 수용소의 노예생활의 실태도 사찰할 것을 못박자. 트럼프도 크게 신뢰할 인물은 아니다.

한국과 혈맹이라면서 철강 수입에 ‘관세폭탄’을 과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중대한 협상을 앞두고, 대북 대화파인 틸러슨 국무장관을 무례하게 트위터로 전격 경질하는 그의 스타일도 탐탁치는 않다. 남남갈등도 문제다.

‘구악’의 잔재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 이성을 잃은 핏대에 촛불민심은 꺼지지 않는다. 때는 바야흐로 동북아의 기적이 일어날 상황이다. 그러니, 이념논쟁과 안보 장사의 좌판을 거둘 때다. 일부 타락한 언론과 정치꾼들은 자유, 민주, 평화, 정의의 시대정신을 망각하지말고, 도도한 역사의 강물에 낙오자가 되지 않게 힘을 보탰으면 좋겠다.

어떻든, “X는 짖어도 열차는 떠난다” 올 봄 장미꽃 필 때면 삼천리 금수강산에도 평화의 꽃이 만발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시카고 타임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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