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과 한반도 평화

 

지구촌 축제, 화합의 광장

2018년 2월 9일, 대망의 역사적 평창 올림픽이 열려, 25일까지 17일간 열전이 진행 중이다. 한국은 2번 실패하고 삼수만에 제 23회 동계올림픽의 개최국이 되었다. 1988년 하계올림픽 개최 이래 30년만의 경사다.

이렇게 여름과 겨울 올림픽 두 개를 함께 개최한 나라는 세계에서 8개 국가밖에 없다. 한국은 자긍심을 가질 만큼 스포츠 강국이다. 극동의 작은 구석 모퉁이 한반도, 전쟁과 가난, 분단과 독재, 혁명과 부패의 개발도상국가에서 1988년 제25회 하계올림픽을 개최했다. 올림픽을 개최한 세계 16개 국가의 하나가 된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이다. 대단한 민족의 저력이다. 비록 군사정부가 주도한 대회이기는 했으나, 88올림픽을 통해 국민들은 우리도 하면 된다는 용기와 희망을 심었으며 선진국을 향한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올해 겨울, 조그만 강원도 산골 마을, 진부령, 대관령, 철의 삼각지 우편의 동부전선 등 6.25 동족 상잔의 포연이 쓸고 간 산하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의 원혼이 잠든 그 땅에서, 지금 총 92개국 약 3천 명(2,920명)의 선수들이 악명 높은 추위와 시베리아 칼바람을 맞아 싸우면서 5대양 6대주를 향해 젊음의 약동과 평화의 팡파르를 울리고 있다. 어찌 감격스럽지 아니한가.

환상의 개막식, 세계가 놀라 평창 어린이 5명이 열어

평생 잊지못할 지구촌 축제의 개막식은 평화를 찾아 모험에 나선 평창 어린이 5명이 입장하면서 시작됐다. 88올림픽 때 굴렁쇠를 굴린 소년이 담백한 여백의 미를 보였다면, 평창은 다이나믹한 춤과 노래가 추가돼 더욱 멋졌다. 어린이는 미래의 희망이다. 이들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들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5명의 꼬마들이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비둘기에 싣고 하늘로 날려보냈다.

이번 개막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인텔사가 제작한 1,218개 드론이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마크를 평창의 하늘 위에 은빛 찬란히 수놓은 것이다. 이 환상적인 장면에 관중석에서는 우뢰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그 많은 드론이 하나의 충돌도 없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이자 탄성과 호평이 이어졌다. 한국은 이날 개회식을 통해 정보통신 기술력을 만방에 과시한 셈이다. 마지막 성화 점화 행사도 개막식의 극치를 장식했다.

한국을 빛낸 세계적 스포츠 스타들이 등장했다. 출발은 전이경(쇼트트랙 3관왕)이 맡았다. 바톤을 골프여제 박인비에 전했다. 박인비에 이어 안정환(월드컵 4강 주역)이 스타디움을 천천히 돈 후 성화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남북 주장(남;박종아, 북;정수현)에게 전달했다. 점화대까지 계단을 함께 오른 두 선수의 불꽃은 점화대 꼭대기에서 대기 중이던 평창홍보대사 김연아(피겨여왕)에게 넘겨져 불꽃은 30개의 원이 차례대로 솟아오르며 점화됐다. 김연아는 좁은 점화대 꼭대기에서 잠깐 왕년의 피겨 실력을 선보였다. 김연아는 “실수할까봐 긴장했다. 두 달 전 개회식의 꽃인 최종 주자로 통고 받고 비밀에 붙였으며, 이틀간 연습을 했다”고 밝혔다.

동계올림픽 대중화 멀다 한국 등 점차 ‘다국적화’

올림픽이 열리는 해는 즐거운 해이다. 전 세계인이 기다리는 축제다.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다. 그 나라의 국력과 문화를 보여주는 개막식과 폐막식은 스케일이 크다. 올림픽의 웅장함과 화려함은 4년마다 한번씩 접할 수 있는 지상최대의 쇼다. 모든 스포츠가 사람을 끄는 마력을 지녔지만, 올림픽은 국가(도시)간의 경쟁이라서 더 재미가 있다. 금메달리스트에 수여하는 국기게양과 울려퍼지는 국가는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기록 갱신을 위해 인간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투혼이 볼만하다.

스타(영웅) 탄생의 박진감, 수많은 휴먼스토리와 인간승리의 모습은 무척 감동적이다. 10일 쇼트트랙 남자 1,500미터 경기에서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한국에 안긴 임효준 선수야 말로 인간승리의 귀감이다. 그는 훈련 중 부상으로 7번의 대수술을 받았으나 이를 믿음으로 극복하고 목표를 달성했다. 올림픽에 ‘쇼비니즘’(Chauvinism 애국심)이 가미되면 열띤 응원을 하게 된다. 하지만 대규모 북한 응원단은 뭔가 좀 어색하다. 전두환 정권 때만 하더라도, 금을 딴 선수들은 우선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라는 인사를 했다. 역시 전체주의 냄새가 나 자연스럽지 못했다. 평창 올림픽서 내가 느낀 인상은 세계는 점차 ‘다국적화’와 ‘개인주의화’로 간다는 점이다.

17세의 최연소 ‘스노보더 천재’로 금메달을 딴 미국선수 ‘클로이 킴’은 한국계 이민자의 딸이다. 쇼트 트랙 토머스홍도 한국 출신 미국 대표선수다. 스피드 스케이팅 1,500m 동메달리스트 김민석의 코치는 네덜란드 사람이다. 콜로라도 미국인 마이크 테스트위드는 한국으로 귀화해 강태산이라는 이름으로 아이스하키 한국 공격수로 뛴다. 러시아 출신으로 한국에 귀화한 ‘바이애슬론’ 종목의 두 남녀는 금메달을 차지해 애국가를 부르고 싶다고 했다.

‘딴 딴 따 딴딴 따딴---’ NBC TV의 주제곡이 정겨웁다. 요새 올림픽 때문에 사는 재미가 난다는 한 지인은 올림픽이 끝나면 얼마나 허전할까? 지금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런대 솔직히 말해서 올림픽은 동계보다 하계올림픽이 구경꺼리가 많고 재미도 있다. 육상은 여러 명이 함께 뛰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박진감이 있지만, 백설과 빙판 위의 경기는 혼자 플레이를 하고 그 기록을 다른 선수와 비교해 승부를 내기 때문에 경쟁의 묘미가 약하다.

봅슬레이(원통형), 루지(누워 탐), 스켈레톤(엎드려 타는 것) 등 썰매 종목은 시설과 장비가 엄청나 부자 나라만 참가한다. 한국도 3개 종목에 참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평창 올림픽 참가국 90여 개 중 약 20개 국가가 선수 1명만 파견했다. 아프리카 ‘통가’의 기수는 그 추운 날씨에 웃통을 벗고 몸에 기름을 바르고 행진을 해 엉뚱한 인기를 끌었다. 메달은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스캔디나비아 국가와 북유럽의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그리고 미국, 캐나다가 다 몰아간다. 그래서 동계올림픽은 한 때 백인만의 경기라고 비난을 받을 정도로 대중성이 없다.

평창(서울)올림픽, 평양 올림픽

23회 동계올림픽의 주제는 평화이며, 슬로건은 ‘행동하는 평화’(Peace in motion) 이다. 남북 동시 참가와 단일팀 구성에 적극적이었던 세계 ‘스포츠 대통령’인 토마스 바크 IOC(국제올림픽 위원회)위원장은 화합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며 평창올림픽이 역대 최고의 올림픽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강론 말미에 “남북한 공동 참가로 한반도 화해와 평화에 대한 희망을 제시했다”고 특별 언급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이 진정 위대한 국가임을 보여줄 훌륭한 기회다. 올림픽 성공을 기대한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일리노이주 하원과 시카고시 의회는 평창올림픽 지지와 성공 결의안을 채택했다.

평통시카고 협의회(회장 정종하)는 5개 한인단체와 함께 결의안 채택에 힘을 썼으며, 스프링필드 주의사당까지 내려갔다. 임마뉴엘 시카고 시장과 로리노 시의원을 비롯한 시의원들도 평창의 성공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한인사회에 전했다. 특별히 시카고 시장은 이종국 총영사, 하병규 영사, 오희영 노스브룩 커미셔너, 이진교육위원 등 한인사회 인사들과 함께 초청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국내외를 비롯, 미국과 세계의 지성이 평창올림픽을 지원하고 성공을 염원하는데 반해, 한국내 일부 극보수 야당과 문재인 대통령을 증오하는 일부 언론은 남북대화를 반대하고, 북한은 평창올림픽에 무임승차 했다며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 이라고 깎아 내렸다. 그리고 일부 ‘태극기 부대’는 ‘평창 올림픽 반대’ 구호를 외치며 인공기를 불태우는 시위를 했다. 이는 평창 이후 남북정상회담의 진전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드러내 심히 우려되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 평양 초청 평창 이후가 문제다.

대화의 문을 굳게 닫고 핵과 미사일 실험에만 주력하던 김정은이, 어느 날 갑자기 한국을 향해 ‘개방’을 선언했다. 그는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올해 신년사를 통해 “올림픽 경기는 우리민족에 다같이 의의있는 일이다. 민족의 존엄과 기상을 내외에 떨치기 위해서도 동결상태에 있는 북남관계를 개선하자”고 제안했다. 그 후 다 알다시피 남북은 판문점에서 대화를 재개하고,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동시 입장,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합의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한반도에 전개되고 있다. 북한서 대거로 내려온 올림픽 선수단, 공연단, 응원단의 환대는 잘한 일이다. 응원단의 남자 가면을 ‘김일성 가면’ 이라고 트집잡는 것은 냉전시대 졸렬한 색깔론이다. 비록 내일 대화가 또 깨지더라도 그들은 대접을 해야 할 우리민족의 손님이 아닌가. 최고인민회의 상임의장 김경남과 ‘김정은의 여동생이며 노동당 제1부부장인 고위급 대표단 김여정의 한국 탐색 방문도 누가 뭐래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백두혈통’(김일성 핏줄)의 최초 한국방문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문제는 평창 이후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평양초청에 “여건이 만들어 진다면 응하겠다”고 조건부 승인을 한 상태이다. 마지노선은 비핵화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필요 없다. 평창올림픽은 남북관계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며 한반도 위기를 해소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위기와 기회를 함께 맞고 있다. 기회를 잡기 위해 돌다리도 두드리고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이 기회가 영구적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할 수 있게 초당적으로 중지를 모으자. 국민의 컨센서스(동의)를 받고 행동에 옮겨라. 국민 동의가 없으면 적폐청산도, 코앞에 닥친 지방선거도 개헌도 없다. 서울을 떠나며 김여정이 문 대통령에게 남긴 말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서울과 평양이 가까워 지고, 통일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는 위대한 대통령이 되라”



시카고 타임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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