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단추가 내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

 

날씨는 엄동설한인데 벌써 한반도 봄은 오는가?

2017-2018년 겨울은 혹독했다. 미 중서부 시카고는 크리스마스 다음날부터 며칠을 빼고 지금까지 화씨로 20도 이하의 혹한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도 이곳은 좀 나은 편이다. 뉴욕과 보스톤을 중심으로 한 동북부는 혹한과 함께 폭설을 동반해 100년만에 최악의 추위를 기록했다. 상서롭지 못한 이변이다.

동부 최북단 메인 주에서부터 30년 만에 눈이 온 최남단 플로리다까지 ‘폭탄 회오리바람’(bomb cyclone) 기상권의 영향으로 수십 명이 사망했다. 조지아 주 같은 곳은 제설 장비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 눈이 자연히 녹을 때까지 한파 비상령을 내려 각급 학교는 휴교에 돌입했다.

노스 캐롤라이나에 사는 형님과 통화를 했는데, 기온이 화씨 14도(섭씨 -10도)로 내려가 가게 문을 닫고 집에서 쉬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도 이번 겨울 추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2월에 한강이 수십 년 만에 결빙했다. 화재와 교통사고가 빈발하고, 직장과 가정에서 불편과 어려움을 당했다. 이 모든 것이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니 환경보호에 대한 각성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정은 양극단 신년사 한국엔 화해 미국엔 협박

그런데, 정월 초하루 지구촌 정치기류는 봄을 알리는 ‘훈풍’으로 쇼크를 받고 있다. 김정은의 신년사 때문이다. 유엔을 비롯한 전세계가 김정은의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시험발사 질주에 골머리를 앓고 압박과 제재를 가하고 있는 시점에, 죽기살기 벼랑 끝으로만 몰리던 김정은은 지난 11월 29일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화성15형 발사를 끝으로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데 힘을 얻고, 화전 양면(火戰 兩面)의 극단적 신년사 카드를 꺼냈다. 이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측면으로 갈리었다. 트럼프의 측근이며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터는 “김정은의 선전(宣傳)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뉴욕 타임스는 “한국과 기습적인 직접 대화를 시작해 70년간 지속된 한미동맹을 이간질하려는 의도가 있다” 고 분석했다. 독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우선 김정은의 기념사 내용 중 눈에 띄는 중요한 대목 몇 군데를 살펴보자.

“오늘 우리 모두는 근면하고 보람찬 노동으로, 성실한 땀과 노력으로 지나간 한 해에 자신들이 이루어 놓은 자랑스러운 일들을 커다란 기쁨과 자부심 속에 감회 깊이 추억하며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안고 새해 2018년을 맞이합니다” 라는 말로 시작했다. 이어서 “나는 조국의 통일을 위하여 투쟁하고 있는 남녘의 겨레들과 해외동포들, 정의의 위업과 굳은 연대성을 보내준 세계의 벗들에게 인사를 보냅니다” 그가 자주 쓰지 않던 추억, 겨레라는 우호적인 단어를 사용했다. 김정은의 입에서 해외동포니, 세계의 벗이니 떠들어대는 것이 뻔뻔하고 가소롭다. 또 평창올림픽에 대해서는 “한 핏줄을 나눈 겨레로서 동족의 경사를 같이 기뻐하고 서로 도와주는 것은 응당한 일입니다”라고 착하고 통큰 사람처럼 동포애를 과시했다.

그런 다음 미국에 대해서는 무서운 경고의 말을 빼놓지 않았다. “우리 국가의 핵무력은 미국의 그 어떤 핵위협도 분쇄하고 대응할 수 있으며 미국의 모험적인 불장난을 할 수 없게 제압하는 강력한 억제력으로 됩니다”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의 핵타격 사정권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합니다” 김정은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는 책임있는 핵강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우리 국가의 자주권과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단서를 붙인 유화정책도 밝혔다.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전연 없고 자만심에 빠진 김정은을 향하여 대화로 핵 갈등을 풀자는 것이 가능할 일인지? 많은 의구심을 갖게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대규모 대표단 파견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참여와 한국과 대화할 뜻을 비친데 대해, 정부는 환영한다고 밝혔다. 평창올림픽에 북한의 참여를 호소한 바 있고, 독일 방문시 북한에 대해 남북관계개선을 위해 대화를 제안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7시간만에 응답을 했다. 3일 남북간 얼어붙었던 대화의 핫라인이 2년 만에 복원되고, 9일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이 오랜만에 극적으로 열렸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회담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양측 대표단은 합의문을 발표했다. 1, 북한 대표단의 평창 올림픽 대규모 파견(고위급 대표단, 올림픽 위원회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등 8개 단체) 2, 한반도 긴장완화 해소 군사당국회담 개최 3, 한반도 문제 당사자인 우리 민족끼리 대화와 협상 통해 해결 등 3개항에 합의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남북관계의 큰 변화다. 작년에 미사일 17번을 발사하고 6차례 핵실험을 하면서 대화 제의를 일축했던 북한이다.

회담 끝머리 전체회의에서 한국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조속히 비핵화 등 평화정착을 위한 대화를 재개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용히 듣고 있던 북측 단장 이선권 조국평화통일 위원장은 원자탄, 수소탄 등 전략무기는 철두철미하게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크게 반발했다. 구정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고위급회담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남북정상회담, 개성공단사업, 금강산 관광 재개는 아직 먼 길이다. 북한이 진정 화해와 비핵화의 의지가 있다면, 모처럼 온 이 절호의 기회를 살려야 한다.

한반도 평화 정착 여부 김정은의 신뢰에 달려

김정은의 신년사 서두 발언인 ‘노동과 땀으로 이룩한 일’ 이란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성공적 실험을 뜻한다. ‘미국의 모험적인 핵위협 불장난’ ‘평화를 사랑하는 북한의 핵강국’ 운운한 발언의 진위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의 산물임을 협상 당사국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 김정은이 해야 할 일은 세계를 위협하는 핵개발이 아니라 백성을 굶기지않을 빵을 생산하는 일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미국 대사는 새해 우리의 기도는 북한,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의 억압적인 독재정권에서 끔찍하게 고통받는 수백만 명과 함께하고 있다는 의미 심장한 내용을 언급했다. 그렇다, 북한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어느 날 갑자가 올림픽에 수 백명의 참가단을 파견하여 위장평화의 쇼를 할 것이 아니라, 세계로부터 고립을 벗어나 백성을 먹여살려야 하는 일이다. 중국마저 유엔제재에 동참한 냉엄한 현실을 인식하고 배신감을 가질 일이 아니라, 신뢰할 수있는 믿음을 갖고, 평화공존을 위한 개방과 개혁의 길로 나오라고 해외동포로서 간곡히 당부하는 바이다.

초당적인 대처 위해 남남갈둥 극복부터

차제에 한국 국민과 정치권은 남남갈등 극복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분단으로 인한 남북갈등이야말로 지겹고 서러운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혜택을 누리는 우리들(국내외 한국인) 마저 진보와 보수로 갈리어 근거없는 ‘종북좌파’나 ‘수구꼴통’으로 몰아 서로 헐뜻고 자체 소모전에 ‘열중’한다면 우리들에게도 희망은 없다고 생각한다.

일찌기 반공투사 대통령이었던 이승만 박사는 전시(戰時) 국난 앞에 분열은 패망의 길이라고 강조하면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특히 반대를 위한 반대의 오해를 받고 있는 한국의 일부 야당은 국가 위기의 중대한 시기에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초당적으로 뭉쳐야 모두 산다는 이치를 따르기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우리정부가 양보할 수 없는 기본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남북대화를 100% 지지한다고 공식 선언한 바있다. 한국 국회는 정부에 힘을 실어 주어야할 때이다. 모름지기 국민의 대표는 소속정당의 정략적이거나 사리사욕을 배제하고 국가의 먼 장래, 통일과 역사발전에 공헌하는 선량으로, 존경받는 정치가로서의 입지를 다져야 한다. 2018년 희망의 새해 벽두 한민족이 하나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시카고 타임스 주필


Content on this page requires a newer version of Adobe Flash Player.

Get Adobe Flash player

Content on this page requires a newer version of Adobe Flash Player.

Get Adobe Flash play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