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분노, 혁명적 여성운동

 



‘나도 당했다’ 피해자 고발 폭발

미국 3대 공중파 방송인 CBS, NBC, ABC 중에 아침 뉴스로 나는 CBS를 주로 시청한다. 유명 앵커이자 저널리스트인 찰스 로즈(백인), 오프라 윈프리 친구인 게일(흑인 여성), 아버지가 군인이라 어린시절을 한국에서 자란 노라(백인 여성) 등 세 사람이 진행하는 ‘디스 모닝’ 프로그램이 기자인 내 취향에 맞기 때문이다.

로즈는 1990년 후 반부터 2011년까지 자신의 토크쇼 제작사에서 젊은 여성들을 상대로 음란한 전화나 성접촉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로즈는 “이런 주장이 모두 정확하다고 믿지는 않지만 나의 처신이 때론 무분별했다. 내 행동에 대해 깊이 사과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성명서를 내고 정직처분을 받아 들였다. 가끔 NBC의 아침 뉴스쇼를 맡은 맷 라우어와 서배너 거리스(백인여성)앵커가 진행하는 ‘투데이’도 시청한다.

특히 라우어는 1994년부터 23년 동안 ‘투데이’ 뉴스를 진행한 베테랑 스타 언론인이다. 그동안 수많은 올림픽을 취재하고 방송했다. 2014년 소치 올림픽 취재 때부터 한 여성 동료를 지속적으로 성추행하는 등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고발이 앤드루 랙 NBC 사장에게 접수되어 즉시 해고됐다.

그 밖에도 한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라우어가 여성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자신의 성기를 보여주었다”고 보도했다. 이런 일이 없었다면 라우어는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간판 앵커로 우리와 친숙했을 터인데 참 안 됐다는 생각이 든다. 라우어의 해고 소식을 탑 기사로 처음 전한 공동앵커 서배너 거리스의 슬픈 표정이 인상적이다. 그녀는 “오늘 내 오랜 친구인 라우어가 파면됐다는 소식을 전한다” 면서도 “피해 사실을 고발한 동료의 용기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의 백악관 출입기자인 글렌 트러시도 직무 정지를 당하는 등 연예계로부터 시작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무브먼트가 언론계로 확산됐다.

‘침묵을 깬 사람들’ 타임지 올해의 인물

타임 잡지 선정 2017년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에는 오랜 세월의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 이 선정됐다. 이들은 지난 10월, 막강한 영화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행에 대한 폭로를 시작으로 정치, 경제, 스포츠, 언론계를 비롯해서 각종 사회 단체와 기업, 학교와 일터, 가정, 거리 등 등 곳곳에서 벌어져온 성폭행을 고발한 용감한 사람들이다.

배우 애슐리 저드(Ashley Judd)는 지난 10월 뉴욕타임스 기사를 통해 와인스타인의 성추행을 폭로했다. 그 후 안젤리나 졸리, 기네드 펠르로, 루피타뇽 등이 와인스타인한테 성추행 당했다고 밝혔다.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미 전국에서 성추행 피해 사실 고백이 이어지면서 “나도 당했다” 즉 ‘# Me Too’ 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는 소셜미디어가 가장 강력한 촉매 역할을 했다.

‘미투’는 검색이 쉽도록 하기 위해 ‘미투’ 단어 앞에 #해시태그(우물정자) 기호를 붙였다. ‘#미투’는 지금까지 최소 85개국에서 수백만 번이나 사용됐다. ‘미투 캠페인’이 두 달 사이 수 많은 미국의 유명 인사들을 추락시키고, 유럽, 영국, 프랑스, 스웨덴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버지 부시(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은 93세의 고령에다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그런데 성에 관한한 아직도 ‘노익장’이다. 그는 사진을 찍을 때면 여성 엉덩이를 더듬는 나쁜 손버릇을 가졌다. 지금까지 6명의 피해자가 그를 고발했다. 부시는 클린턴과 함께 죽을 때까지 ‘성추행 대통령’이라는 ‘주홍글씨’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한다.

영국 국방장관 마이클 팰런은 과거 성추행 의혹과 관련, “군을 대표하는 내가 군에 요구되는 높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사퇴했다. 프랑스 하원의 아랑이라는 의원은 여성 보좌관의 속옷 끈을 풀어 가슴을 만지는 등 성추행과 희롱을 해서 망신을 당했다. 스웨덴의 인기 방송 진행자인 마르틴 티멜이 여성 진행자의 몸을 만지고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는 이유로 최근 해고됐다. 한국에서도 한샘과 현대카드사 등 직장의 성추행사건이 폭로 되는 등 예외가 아니다. 청와대는 비서실장을 비롯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강사는 현직 전문 경찰관이었고, 퍼스트 레디 김정숙 여사도 참석했다고 한다.

‘16명의 여성과 트럼프 대통령’

지난달 8일로 대선 승리 1주년을 맞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70년간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저라고 WP와 ABC 방송 공동조사가 보도했다. 그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여론조사는 찬성 40% 반대 60%로 나타났다. 전문가 7 명이 평가한 성적표는 평균 D였다. 공화당 중진의원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이 아니다”라고 그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있다. 최근 상원서 찬성 51표, 반대 49표의 근소한 차이로 통과된 감세 법안은 의회 상하 양원의 통합안을 만들어 최종 통과를 해야 하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트럼프에게 최대 희소식은 감세안이 양원을 통과하자 다우지수는 2만 4,000을 넘어 2만5,000에 육박하고 있다

는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는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선언, 중동의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는 측의 ‘시한폭탄’이 그를 목 조르게 되었다. 바로 ‘미투 파장’이 트럼프를 본격 조준하기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한테 성추행을 당했다는 16명의 여성들이 지난주 ‘16명의 여성과 도널드 트럼프’ 다큐멘터리 프로모션 자리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대선 때 고발했던 트럼프의 성추행을 낱낱이 다시 열거했다. 트럼프는 이들의 주장을 ‘가짜 뉴스’라며 일축하고, 자신은 지난번 대선에서 심판을 받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여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승리가 성추행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성추행 이슈가 선거 당시 쟁점으로 부각되지 못했으나, ‘미투’를 계기로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성추행과 트럼프 심판한 앨라배마

공화당의 아성인 앨라배마 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1.55%(2만표) 차이로 민주당의 더그 존스가 공화당의 로이 모어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25년 만에 민주당 의원의 당선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로 기록될 것이다. 미성년자 성폭행으로 공화당 내에서 사퇴압력을 받았던 로이 모어 후보의 패배는 향후 트럼프의 국정운영에 큰 타격을 안겨주게 되었다.

무리 수를 두고 모어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트럼프는 지난달 버지니아, 뉴저지 주지사와 뉴욕 시장 선거에 완패한 후, 이번 중간선거에서도 낙제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말을 타고 투표장에 나타난 모어는 승리를 자신했으나, ‘미투’ 열풍에 넘어지고 말았다. 남부지역 5개 주 상원의원 10명 중 유일하게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이 된 존스는 당선 소감에서 “정의는 승리한다”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을 인용하며 부인과 축하의 키스를 나누었다. 이번 선거 결과로 연방 상원의 의석 분포는 공화 51대 민주 49로, 앞으로 공화당에서 1명만 이탈해도 여당의 정책수행에 제동을 걸 수 있어, 트럼프는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자 돌을 던져라

성추행은 성차별에서 시작한다. 이는 인류진화 과정에서 늘 있어왔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서양의 합리주의와 양심이 먼저 깨달았다. 하지만 생각에 머물렀고, 현실은 아직도 여성은 남성의 노리개 취급을 받고 있으며, 심각한 수모와 격멸을 감수하고 있다. 유교사상에 젖은 동양은 훨씬 늦었다. 회교문화권의 여성 천대는 더하다. 의상부터 극심한 차별을 당한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있다. 분노한 여성들이 들고 일어났다. 남성우월주의에서 파생된 왜곡된 잰더 차별과 치욕적인 성문화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남성들은 ‘미투’가 전하는 메시지의 의미를 경청해야 할 의지가 필요하다. 남녀 관계의 진실은 당사자만이 제일 잘 안다. 일부 피해자의 폭로나 고발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나는 2005년 선종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폴란드 출신의 미국 철학자인 기혼녀와 추기경 시절 30년 동안 진한 우정을 나눴다는 BBC 방송의 보도를 듣고, 이것을 감히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멘스 남이하면 불륜)이라고 꿈에도 생각지 않는다.

‘로버트 제임스 월러’ 작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사진작가와 아이오와 여인 프란체스카의 3일간의 사랑도 사실은 불륜이지만 나는 아름다운 로맨스로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 도덕적 타락을 범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죄인이다. 타인의 부도덕 행위에 대해 돌을 던질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은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내로남불’이란 말이 남발되어, “우리가 옳고 너는 틀리다” 라는 정쟁의 용어로도 자주 사용한다. “열 계집 싫어하는 남자 없다”고 떠드는 세상의 남성들이여! 추악한 불륜을 범하지 말고, 아름다운 로맨스를 맺어보자. ‘미투’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의 여성이 아니고, 내 동생이고 내 아내고 내 어머니라고 바꿔 ‘역지사지’ 해 보자. 여성을 성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에 부끄러움을 갖게 되고, ‘인간’으로 보는 눈이 떠질 것이다.

2017년 저무는 한해, 한국은 ‘촛불’로 민주주의를 회복했고, 세계는 ‘미투’로 여성평등을 쟁취한 역사적인 해로 기록될 것이다.



시카고 타임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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