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망국적 좌 우 갈등을 우려한다

지난번 한국을 방문 했을 때, 가판대에서 이것 저것 신문을 뽑다가 한겨레 신문을 손에 쥐었다. 옆에 서 있던 이번 여행의 동반자인 형님이, “야, 빨갱이 신문을 왜 사보니” 하면서 역정을 내기에 “나도 빨갱이 인가” 하고 무척 놀란 적이 있다. 실은 내가 묵고 있는 호텔이 위치한 양재동 수퍼마켓에는 우리 형님 같은 사람들 때문에 한겨레는 진열도 못해 놓는다고 주인이 실토할 정도다.

압구정동 현대 백화점 출구로 나와 방향을 찾는데,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을 규탄하는 ‘애국연대’의 벽보가 눈길을 끌었다. 시뻘건 글씨로 ‘일베’ 보다 못한 좌파언론의 거짓 선동’이라는 메인 타이틀 밑에 “8월 3일 촛불집회 참석인원 집계 무려 7배 이상 부풀려” “경찰 집계 4천명, 한겨레와 경향신문 3만명” 또 한 쪽에는 낯 익은 얼굴이 보였다. 한명숙, 정동영, 문재인, 안철수, 박영선의 사진과 함께 ‘진보의 위선” “우리 새끼들은 일찌감치 해외 유학” 이런 벽보가 번화가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대통령 후보로 나와 국민의 약 절반 정도의 지지를 받은 인물을 빨갱이로 모는 멕카시즘에 해외 동포로서 걱정이 앞섰다. 국민 화합을 국정 최우선으로 삼겠다던 새 정부 출범이 1년이 되어가는 이즈음 극단적인 이념갈등의 서울 풍경이 몹시 충격적이었다. ‘언론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이들의 논리에 의하면 위의 5명의 야당 정치인들도 분명 ‘빨갱이’임을 벗어날 수가 없다.

이석기 공판이 한창 진행 중 이다. 수원 지방법원 진입로 양편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섰다. 왼편에는 무죄를 주장하는 통합 진보당 당원들이, 오른편에는 사형을 외치는 보수 단체 회원들이 서로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은 이석기를 죽여야 할 빨갱이로 혁명가로, 다른편은 ‘투쟁 동지’로 평범한 시민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지난 주말 검찰의 ‘대화록 폐기 의혹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대표적인 신문이 취급한 사설을 읽고 더 큰 충격을 받았다. 한 사건에 대한 반응이 너무 극명한 대조를 보여주기 때문 이다. 16일자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의 사설 요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조선일보...노 전 대통령 사람들, 정직하게 고백할 때 됐다.
이 사건의 가장 핵심적 본질은 첫째 누구의 지시로 누가 회의록을 없애고 빼돌리고 대통령 기념관에 넘기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그 다음에 노정권이 회의록 초본을 수정한 뒤 없앤 이유가 무엇이며 ‘했다’ ‘안했다’ ‘알았다’ ‘몰랐다’ 사이를 몇번씩 오가며 과거 발언을 뒤집고 또 뒤집었던 친노 세력의 해명은 어디까지 사실인지 명확히 하는 것이다.---(중략) 검찰은 초본과 수정본은 일부 호칭 말투를 제외 하곤 본질적 내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초본에는 노 전 대통령이 ‘저 하고’ ‘여쭤보고 싶은’ 이라고 돼 있는 것이 수정본에선 ‘나 하고’ ‘질문하고 싶은’으로 바뀐 정도 였다.---(중략) ‘굴욕회담’ 비판을 피하려는 의도는 엿보이지만 여권 일각에서 제기했던 NLL 포기발언을 감추기 위한 조작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 된 셈이다.---(중략) 친노 사람들이 진작에 역사적 기록물인 정상회담 회의록을 기록관에 넘기지 않았다고 국민 앞에 고백 했더라면 이렇게 온 나라가 한 해 동안 꼬박 이 일로 혼란을 겪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노 전 내통령 사람들은 이제라도 국민에게 진실을 말해야 한다.

한겨레신문...본말 뒤집은 '정치검사'들의 적반하장 대화록 수록
----(중략) 검찰 발표문을 보면 사실상 노무현 전 대통령이 중대범죄를 저지른 주범이라는 취지다. 후임 대통령이 쉽게 참고 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화록은 물론, 녹음 파일까지 남긴 고인의 선의를 애써 무시하고 의도적인 은폐 폐기로 규정한 셈이다. 한마디로 본말이 전도된 적반하장의 수사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애초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여당 후보 대선 켐프 인사들은 중요한 비밀로 분류된 대화록을 끄집어 내 여러차레 선거에 악용했다. 정문헌 김무성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은 “노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북방한계선을 포기 했다”며 색깔론의 소재로 이용했다. 그러나 실제 공개된 대화록을 보면 일부 거친 표현은 있어도 어디에도 ‘포기’ 발언은 없었다. 이게 사건의 실체다. 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의 대화록 논란은 정치공방일 뿐이다. 반면 이를 불법적으로 유출해 선거전에 악용한 것은 명백한 범법 행위다.--- 그런데 검찰은 여권 및 보수 언론의 ‘사초폐기’ 여론 몰이에 부응해 사건을 묘하게 비틀었다.---(중략) ‘채동욱 윤석열 찍어내기’ 이후 검찰은 공무원 노조 등에 대한 사실상의 ‘청부수사’까지 맡고 나서 정권의 ‘충견’노릇을 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정치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 몰았다면 박근혜 정권의 정치검찰들은 ‘부관 참시’를 하고 있는 꼴이다.

조선일보는 노 전 대통령이 중대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이 이 사건의 가장 본질적인 핵심이라는 것이며, 한겨레신문은 노 전 대통령이 NLL를 포기했다는 발언은 어디에도 없었다는 것이 사건의 실체라고 분명이 했다. 불편부당 해야할 언론의 어느 한 쪽은 왜곡 보도로 이렇게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누가 정직하고, 어느 쪽이 정의의 편인지 국민이 눈 부릅뜨고 판단 할 일이다. 앞으로 법원의 판단과 역사의 심판도 남아 있다. 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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