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3년, 원세훈 4년, 이재용 5년

 



무너진 삼성 총수 불패신화

청와대의 ‘왕비서’ 김기춘, 서슬 퍼런 국정원장 원세훈, 한국의 제일 부자 이재용,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막강한 권력을 누리던 세 사람이 모두 단죄를 받고 각각 3년, 4년, 5년의 감옥살이를 하게 되었다. 전 정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문재인 새 정부 들어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달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된 1심 형사재판에서 김진동 부장판사는 이재용에게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 뇌물 증여 등 5가지 죄목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삼성 측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라고 주장하며 즉시 항소를 했다.

김 재판장은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주었거나 줄 예정인 433억 원의 ‘뇌물’ 중, 승마와 스포츠 영재 지원금 89억원만 뇌물로 인정하고, 미르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은 무죄로 판단했다. 여기에 박근혜가 관여했으나, 그것은 최순실이 사익 추구를 위한 수단이고, 대통령 관심에 따른 전경련이 책정한 출연금을 “어쩔 수 없이 납부했다”는 이유 때문에 무죄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 법원은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이재용으로 삼성이 승계작업을 하는 과정에 박 대통령의 ‘묵시적인’ 부정청탁이 있었음은 인정했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인 천하의 삼성 총수도 촛불혁명으로 야기된 준엄한 법 심판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이재용 특검재판 1심의 본질인 박근혜의 뇌물이 인정 돼, 정치와 경제(자본) 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 단두대에 올랐으니, 박근혜도 10월에 있을 선고공판에 중형 가능성이 커졌다. ‘공여’보다 ‘수수’가 처벌이 무겁다. 받은 뇌물이 1억원이 넘으면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는다. 가디언지는 “이 부회장의 형량에 비춰봤을 때 박근혜는 종신형을 받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최고 권위지인 뉴욕타임스는 “이번 판결은 거대 기업에 약한 처벌을 내렸던 역사를 깨트린 것이다. 삼성을 비롯한 가족지배 기업은 한국이 전쟁의 재앙에서 벗어나 경제적 강대국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했지만, 지금은 부패의 원천이자 한국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인식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특검의 12년 형보다는 나은 판결이었으나,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있고,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의 혼란기가 지속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시스템이 움직이는 글로벌 기업

한편 이재용의 장기 실형을 우려하거나 반대하는 보수층의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재용의 구속으로 삼성 총수의 공백이 길어지면, 이것은 삼성의 위기다. 삼성의 위기는 한국경제의 어마어마한 타격이다. 따라서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삼성을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다. 삼성은 지난 1966년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첫 위기를 맞았으나, 결과는 이병철 회장이 실형을 살지 않고 한국 비료 주식 51%를 국가에 헌납하고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일단락 지었다.

1995년에 이건희 회장의 노태우 대통령 비자금 조성사건으로 징역2년 집행유예 3년 선고, 2007년 김용철 변호사 비자금 관리 폭로로 징역3년 집행유예 5년을 받았으나 실형을 살지 않고 사면 받은 후 이건희는 경영 일선서 물러났다. 이병철 없는 삼성은 망하지 않았다. 이건희 없는 삼성도 망하지 않았다. 이재용 부재의 삼성은 위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엄청난 발전을 했다.

예를 들자면 올 상반기 삼성전자는 112조 원을 매출했다(작년보다11% 증가). 영업이익만도 24조원을 올렸다(작년비 62%증가). 반도체 투자도 12조 5천억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어려운 시기에 잘 돌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무슨 이유 때문인가? 삼성은 더 이상 구멍가게가 아니다. 시스템이 움직이는 글로벌 정상급 기업이기 때문이다. 23만 명의 직원과 보유업체를 지닌 ‘타이쿤’이다. 이재용 구속에 5년 실형 선고는 80년 전인 1938년 삼성창립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승마 지원을 몰랐다는 삼성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유착한 것으로 정경유착이 과거사가 아닌 현실에서 있었다는 점에서 국민의 실망감이 컸다”고 밝혔다. 이재용의 실형 판결은 재벌 총수의 비정상적인 불법행위를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시대정신의 구현이며 촛불혁명의 결과임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 불법과 편법을 밥 먹듯 자행하던 시대는 끝났다. 무소불위의 황제경영에서 벗어나, 국가 미래의 비전을 지니고 2017년 삼성의 시련을 겸손히 받아들여 재도약을 다짐하는 쇄신의 계기로 삼는다면, 명실공히 삼성은 국민의 기업으로 그리고 세계 최일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권에만 충성했던 원세훈 국정원장

서울고법의 국정원 댓글사건 파기 환송심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국정원법과 2)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4년 자격정지 4년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의 징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2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징역 3년을 선고한 바 있다. 그러나 상고심서 대법원은 선거법 위반에 대해 무혐의 취지로 이 사건을 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조사 결과 MB정권 때 원세훈의 국정원은 민간인 댓글 부대를 운영했으며, 그 숫자가 30개 팀 3,500명에 이르렀다. 이들에게 30억원의 예산을 지불했다. 그들의 임무는 포털과 SNS에 친 정부 성향의 글을 올려 여론을 조작하고 정부 비판글은 종북세력의 국정방해 책동으로 규정해 반정부 여론을 막는 것이었다. 사법부도 문제가 있다.

이 사건은 1심부터 파기 환송심까지 4번의 재판 동안 심급마다 판단이 달랐다. 1심 무죄, 2심 유죄(3년 선고), 대법원 파기환송, 고법 재심 유죄(4년 선고). 이렇게 법원의 판단이 정권에 따라 심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사법부의 대오각성이 요구된다. 이 재판은 국가기관이 부정선거를 했다는 명시적 판결이다.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도 문제가 된다. 기가 막힌 일이다. 국정원의 댓글 부대 운영은 어이 없고 충격적이다. 이명박 정부의 원세훈 국정원장은 정확한 정보를 통해 국민의 안보를 지켜야 할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국민을 배신하고 ‘상관’ 뜻만 따르는 주구 노릇을 통해 정권에 충성했다. 그러니 4년 선고도 가벼운 벌이라고 생각한다. 국정원의 국장급인 1급 전원을 물갈이한 현 국가정보원의 테스크 포스는 국정원 댓글 사건 등 13개 조사항목을 이미 확정했고, 전 대통령과 연류된 의혹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수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국정원 출신의 모임인 양지회 관계자 2명이 기소되어 수사를 받고 있다.

국정원의 이미지는 으시시하다. 남산의 중정, 3선개헌과 유신 때 국회의원 잡아가 고문한 곳, 김대중 납치 주역, 문민정부 10년에는 조용하던 국정원이 지난 두 정부의 민주주의 후퇴와 함께 댓글로 여론을 조작한 사건이 터져 국정원을 또 다시 모독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해야 할 것이다. 새 정부의 국정원 개혁이 성과를 거두어 명실공히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구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왕실장’ 뒷모습이 너무 추하다

천하의 ‘법 미꾸라지’ 김기춘도 적폐청산의 시대적 사명 앞에 법망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서울 중앙지법 황병헌 판사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를 주도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에게는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감옥에서 석방했다. 죄질에 비해 형량이 너무 낮아 재판장은 여론의 빗발치는 질타를 받았다. 법원은 “블랙리스트 사건은 어떤 명분으로도 인정할 수 없는 직권남용이자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위법행위다”라고 규정했다. 그렇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문화 예술인을 통제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김기춘은 반성이나 사과의 기색이 없이 거짓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 법정이 내린 한심한 형량은 수긍할 수 없다. 황 재판관은 “김 전 실장이 오랜 기간 공직에 봉직하며 훈장을 여러 개 받은 점과 78세의 고령, 건강상태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유신’이 준 훈장도 죄를 탕감할 만큼 값어치가 있는 것인가? 의문이 간다. 일반인의 법 상식과 너무나 거리가 먼 판결을 보면서 역사를 바로 세우며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기엔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시카고 타임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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