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보타닉 가든

이번 겨울은 기록적으로 춥고 눈이 많이 왔다. 바야흐로 봄이 기지개를 펴는 것 같다. 일생에 한 두 번 겪을까 말까한 고통과 불편함을 이기고 봄을 맞이한 우리들은 “모두가 개선장군이로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봄이 와도 봄이 아니라는 ‘춘래불래춘’과 같은 3월이다. 기온이 50도로 올라간 꿈같은 지난 주 어느 날, 참 오랫만에 보타닉 가든에 갔다. 예년에는 1월이나 2월에도 자주 갔었는데, 올해는 엄두도 못 냈다. 우아하고 긴 오바를 입은 신사 숙녀 아베크 쌍이 낭만의 하얀 눈길을 걷는 모습이 눈에 띄곤 했었지. 일년에 100만 명이나 찾아오는 아름다운 정원, 시카고에 이렇게 세계적인 공원이 이웃에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고 늘 생각하며 살았다. 도봉산과 관악산의 그리움을 보타닉 가든이 풀어주니 얼마나 귀중한 존재인가 말이다.

보타닉 가든 비지팅 센터에 들어가면, 왼쪽은 프랑스 스타일 카페(식당)가 있고, 오른쪽은 선물 가게가 있다. 식당은 좀 비싼 편이지만 늘 붐빈다. 그런데, 수리 중이라 문을 닫았다. 내달 9일 다시 열 때까지 임시로 르겐스타인 건물 안의 한쪽에서 영업을 한다고 안내문을 붙여 놓았다. 4월 9일 오후 5시 오픈 하우스를 한다. 나는 그날 참석하기 위해 등록을 해놓았다.

이번 겨울 3월은 삭막하다. 지금쯤은 자원봉사자들의 봄 준비가 한창이련만, 아직도 곳곳에 눈이 쌓여있다. 낭만적인 흰 눈이 아니라, 패잔병과 같은 추한 몰골이 흉하기까지 하다. 늘 지나가는 고정 코스들이 출입금지다. 아직도 얼어붙은 호숫가에는 안전을 위해 못 들어가게 철책줄로 막아 놓았다. 군데군데 미끄러우니 조심하라는 싸인 판을 대하게 된다. 이 또한 3월의 풍경이다.

과수원과 채마밭이 있는 ‘Fruit/Vegetable’ 가든은 봄 행사 클래스를 알리는 광고를 선전하고 있다. 배나무 가지 끝에 새잎 몽우리가 보인다. 그곳의 작은 온실(Green House)에는 제라니움이 만발했다. 이 채소밭은 2년 전 돌아가신 닥터 노재욱 박사(초대 가든클럽 회장)가 일주일에 몇 번씩 자원봉사를 하던 곳이다. 나는 그를 생각할 때마다 쓰린 가슴에 만감이 교차한다.

보타닉 가든이 자랑하는 바람소리, 나뭇가지 소리, 새소리, 물소리는 들리지 않고, 94번 하이웨이의 자동차 달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공원이 큰 길 옆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보타닉 가든의 제일 큰 약점이다.

호수 맞은 편 ‘한국정원 예정지’의 버드나무가 노랗게 축 늘어져, 봄을 선구하고 있다.

마침 르겐스타인 홀에서 오키드(Orchid) 쇼가 있어 사람이 많이 나왔다. 바람은 여전히 차가운데 봄나들이 유모차가 눈에 많이 띄었다. 성급한 반바지 차림의 젊은 여인도 지나간다. 휠체어에 앉아있는 할머니와 날씨타령을 하면서 덕담을 나누었다. “이번 주말 눈이 또 온대...지겹다” 우리는 함께 깔깔 웃었다. 그러면서 노인들은 “그것이 삶이다. 오늘 행복하자” 며, 정감어린 대화를 나누었다.

눈이 녹으면서 질퍽질퍽해진 과수원을 나와 벌브(Bulb)가든 맞은편의 랜드 스케이프 가든(Landscape)으로 갔다. 이곳 약초(Herb)가든근처에는 개울물이 흐르고 작은 폭포가 있고 코오지한 꼬마 분수대가 아늑한 분위기를 주는 곳이다. 호젓한 곳에 위치해 사람이 많이 안 가는 곳이다.

구릉처럼 약간 높은 곳에 전나무가 있다. 20년이 채 안된 나무다. 이 전나무는 수명이 약 9,550년 까지 가는 희귀종이다. 노르웨이 스위든 같은 스캔디나비아 지역의 추운지방의 나무이다. 언제 한 번 찾아가 보라고 권하고 싶은 곳이다.

보타닉 가든의 큰 정원은 17개나 된다. 그리고 지대가 높은 곳에는 힐 탑(Hill Top) 같은 ‘정자’가 있어 쉬어갈 수 있다. 올라가고 싶었지만 모두 닫았다. 즐겨 찾는 거미(Spider) 공원도 들어가지 못했다.

오감(5가지)으로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센서리(Sensory) 가든도 필수 코스다. 꽃과 잎의 냄새(Smell)를 맡고, 색과 무늬 그리고 양지와 음지를 보고(Look), 물 바람 새 소리를 듣고(Listen), 잎 바위 나무 꽃을 만지며(Touch), 태양과 음지를 느낀다(Feel)는 곳, 윤선도의 ‘오우가’를 연상시키는 곳이다. 일본 가든도 그냥 지나가고, 보리수 41그루가 병사들 처럼 열병을 한 길을 따라 장미공원을 거쳐 방문 센터로 나왔다.

385에이커의 넓직한 땅 2,6마일의 꽃밭 산책 코스... 나는 보타닉 가든 올해 첫 나들이를 2시간 반만에 주파했다. 계절이 빠르면 눈 속을 비비고 나와 1 월에도 피고 2월에도 피는 계절의 전령 스노 드롭(Snow Drop)과 크로커스(Crocus)가 아직 잎새도 안 나왔다.

그래도 나는 보타닉 가든을 걸을 것이다. 긴 동면으로부터 해방의 기쁨을 안고 하루 하루 새록새록 달라지는 나의 베스트 프랜드 보타닉 가든과의 열애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집에서 10분 거리다. 시도 때도 없이 방앗간 참새처럼 오늘도 내 사랑 보타닉 가든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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