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방미 역사적 의의

 



트럼프 면담 문 대통령 표정 밝아

국내외에 비상한 관심 속에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다.(Official working visit- 공식 실무방문). 향후 한미관계의 시금석이 될 정상회담을 끝내고 귀국 하는 그의 표정은 밝았다. 그의 얼굴에서 정상회담의 성공을 읽을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우의와 신뢰를 쌓았고, 마치 청문회를 방불케 한 미의회 지도자들과의 회의는 당당하고 자신만만 했다. 부시에게 ‘디스 가이’(this guy)라는 ‘천대’를 받고 귀국길에 오른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는 표정이 몹시 어두웠었다. 회담의 성패는 당사자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년 전 만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최순실 농단이 없었다면, 아직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박근혜였을 터이다. 그는 탄핵되었고, 현재 구속 상태에서 1 주일에 4번씩 법정을 드나들며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반년 동안의 촛불 민심은 민주당의 문재인을 새 대통령으로 뽑았다. 정권 인수 인계 작업도 없이 시작된 문재인 정부는 국민 80%의 지지를 받으며 순항하고 있다. 트럼프와 문재인이 서 있던 자리에 지난 대선에 출마한 다른 4명을 하나씩 문재인 대신 앉혀보는 상상을 해봤다. 국민의 선택이 옳았다고 결론을 지었다.

그는 야당 시절, 당선되면 ‘북한’부터 가겠다고 말했다. 반대측에서는 문 후보를 동맹국 미국과 비교해 북한을 우선시하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종북 좌파’와 이념공세로 몰고 갔다. 하지만 문 후보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 아닌 지옥이라도 가야 할 판인데, 대통령이 되면 미국 먼저 가야 한다는 사고가 슬프고,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사상검증처럼 된다는 게 슬프다” 진의는 북한문제가 그만큼 위급하고 중대하기 때문에 한 말인데, 강남의 어떤 시장은 “문 후보는 공산주의자다. 문재인 지지하면 대한민국 망한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당했다.

취임 51일만에 미국으로 달려와

다자구도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당선된 문 대통령은, 봐라, 당선 51일만에 제일 먼저 미국을 방문했다. 미군이 지켜준 피난민의 아들이 대통령이 되어 당선되자 마자 급히 뛰어 온 자체가 한미동맹과 민주주의의 승리임을 웅변해 주지 않았는가? 문 대통령의 멘토인 노무현 전 대통령도 미국 방문과 관련, 억울함을 당했다. 2002년 9월 노무현이 대선 후보 시절, 영남대 강연이 끝난 후, 몇몇 청중의 질문이 있었다. ‘‘왜 미국에 가지 않느냐? 반미주의자 아니냐?” 노 후보 대답 “바빠서 못 갔다.

미국 한 번 못 같다고 반미주의자냐? 또 반미 좀 하면 어떠냐?” 청중들 웃음. 웃음 잦아들자, 노 후보 부연 설명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이 반미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국정에 큰 어려움을 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진영은 이런 뉴앙스와 대목을 쏙 빼고 그를 ‘반미주의자’로 뒤집어 씌웠다. 2003년 5월 처음 미국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부시와 정상회담을 갖고 “53년 전 미국이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으면, 저는 지금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친미적’ 표현을 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을 처음 방문하기 전 신중하고 성실한 사람답게 많은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아독존이며 돌발적인 트럼프에 대한 전문가들의 광범위한 조언을 경청했다. 이홍구, 홍석현 등 전직 주미 대사와 간담회 형식의 자문도 들었다. 상대와 악수하는 방법까지 세밀하게 연구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특기인 감성적 접근에 집중, 트럼프의 환심을 샀다. 트럼프는 환영만찬 인사에서 문 대통령 내외에게 최대의 경의를 표시했다.

“문 대통령과 매우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부인이 백악관을 방문해 줘 크나큰 영광이다.” 이어서 5월 9일 대통령 선거에도 언급, “엄청난 승리였다. 당신은 환상적인 일을 해냈다고 축하 드리고 싶다. 나는 당신의 승리를 예상했다”고 극찬했다. 사실 퍼스트 레이디 ‘친절한 정숙씨’는 뛰어난 미적 감각으로, 동대문 시장서 포목상 했던 어머니가 준 옷감으로 한복 지어 입고, 가는 곳마다 한국적인 기품을 선보였다. 누빔 옷 칭찬에 즉석에서 벗어 깜짝 선물을 하는 순발력도 애교가 넘친다. 전용기의 트랩에 오르면서 ‘재인씨’와 손잡은 모습은 세대 변화를 알려 신선해 보였다.

하이라이트 장진호 기념비 행사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 첫 공식행사인 버지니아 주 콴티코 국립 해병대 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행사는 무척 감동적이었다. 문 대통령은 그의 가족사와 해병대 역사가 인연을 맺고 있는 이곳에서, 인사말을 통해 “한미동맹은 더 위대하고 강한 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다. 장진호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 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다. 한미동맹은 그렇게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로 맺어졌다. 몇 장의 종이 위에 서명으로 맺어진 약속이 아니다”라고 감회 어린 감사의 뜻을 전해, 참석한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 미국 정가에 명문(名文)으로 회자되었다.

장진호 전투는 제 2차 세계대전의 승패를 가른 스탈린그라드 전투와 함께 전사에 기록된 2대 겨울 전투다. 한국전쟁 당시 개마 고원까지 북진하던 미 해병 1사단 1만 여 병력이 영하 40도 추위에 중공군 정예 부대인 9군단 소속 7개 사단 12만 명에 포위되어, 17일 간의 사투를 벌린 끝에 엄청난 전사자를 내고 후퇴한 미 해병사에 굴욕적인 패전이다. 하지만 17일 간의 지연은 알몬드 장군의 흥남 철수 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는 시간을 벌게 했다. 여기에는 세브란스 의대 출신으로 미국 여러 대학에서 의사로 교수로 활동하다 연 전 타계한 한국의 ‘쉰들러 현봉학’ 박사의 공이 지대했다. 내가 생존 시 존경하고 교분을 맺었던 그는 미군의 통역관과 민사부 고문으로 활동하며 알몬드 장군과 가까이 지냈다. 현봉학은 알몬드 장군에게 민간인 철수를 적극 요청해 10만 여명의 피난민을 구출한 숨은 영웅이다.

여러 대의 배가 동원되었는데, 마지막 떠나는 배인 ‘메리디스 빅토리아 호’는 선체에 실었던 무기를 버리고 1만 4 000 명의 피난민을 부산항으로 실어 날랐다. 그 중에 문 대통령의 부모가 승선했었다. 현봉학이 없었으면 오늘의 문재인 대통령도 없었을 것이다. 마침 나는 9살 때에 그 배를 타고 남하해 거제도 피난민 수용소에 살았던 내 동창생과 지난 독립기념일에 공원을 거닐면서 문 대통령의 부모 이야기를 나누었다. 빅토리아 호가 없었으면 내 친구도 나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 친구 때문에 시카고로 이민을 왔기 때문이다.

동맹-외교 성공, 북핵-무역 숙제로

문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을 계기로 장진호 전투와 눈보라가 휘날리는 흥남 부두의 피난민 문재인의 가족사, 그리고 현봉학 박사의 이야기가 좀 길어졌다. 하지만 장진호의 휴먼 스토리는 한미관계가 단순한 우방이나 동맹관계를 초월, 혈맹의 관계라는 것을 내외에 선포한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일부 보수층이 우려했던 잡음이나 갈등없이 동맹-외교는 성공했다. 트럼프는 한국 방문도 쾌히 승낙했다. 7시간이나 발표가 지연되어 마음 조리게 했던 공동성명에 양 정상은 사상 처음으로 북한인권문제도 언급했다. 그러나 공동성명에는 명기하지 않았으나, FTA 재협상, 무역 불균형 문제, 방위비 분담 증액, 사드 배치 등 제반 문제는 앞으로 타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문 대통령이 독일서 거행되는 G20개국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떠나기 전날, 북한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맞아 한미정상회담을 시샘이나 하듯이 대륙간 유도탄을 발사했다. 문 대통령이 공동성명서에서 제안한 대화 제의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막가파식 도발적인 미사일 실험으로, 북한은 돌아오지 못할 강을 넘고 있다. 레드라인(마지노선)을 넘어 ICBM 발사에 성공한 김정은은 “미국과 핵 협상은 없다. 독립절 선물 보따리가 마음에 들지 않겠으나 앞으로 자주 보내겠다”고 어린애 같이 비양대며 핵과 미사일 개발의지를 거듭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가 이중으로 무거워졌다. 출국 직전 그는 한미연합 미사일 훈련을 지시, 북한에 대한 강력한 무력시위를 행사했다. 미국은 북한을 방문했던 학생 ‘오토 웜비어’의 죽음으로 김정은에 대한 여론이 최악으로 치달리고 있는 마당에, 올해 안에 미국 본토를 타격할 미사일을 발사하겠다는 김정은의 호언장담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응징을 기대한다.

흔들림없이 링컨 가르침 따르라

세미나 참석차 마침 한국을 방문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러, 미국을 다녀온 문 대통령과 만나, 격의 없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는 평소 그가 존경하는 링컨의 말을 인용하면서 “국민의 지지가 없으면 아무 것도 없고, 반대로 국민 여론이 있으면 못할 일이 없다. 한국에 대한 미국민들의 지지가 있고, 한국 교민들의 강력한 지지가 있는 만큼 한미관계는 더욱 굳건해 질 것이다” 라는 덕담을 나누었다. 한국이 처한 누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링컨 대통령의 말대로 그 어느 때보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굳게 뭉쳐야 할 때이다.

트럼프는 임기 164일 중 35일을 골프장에 나갔다. 근무 중 21%를 골프장서 살았다. 이것은 ‘가짜뉴스’가 아닌 ‘사실’이다. 팔자좋은 나라 대통령의 이야기다. 지금 독일에 가 있는 문 대통령은 임기 54일 만에 인선을 끝냈다. 북한 김정은의 폭거, 국내적으로 일자리 창출 등 경제문제 해결에 불철주야 노심초사하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 뒤 북악산이라도 자주 올라갔으면 좋겠다.



시카고 타임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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