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화가 운보 김기창 화백

 



주위 요청, 아들 김시안씨가 개최

한국이 낳은 불세출의 세계적 화가인 운보 김기창 화가의 석판화 초대전이 지난 16일부터 시카고 한인문화회관 KCC아트갤러리(관장 김주성)에서 개막되었다. 미주에서 최초로 열리는 이 작품전시회는 6월 29일(목)일 까지 열린다.

17일에는 오픈 리셉션이 있었는데, 시카고 올드타이머로 어려운 전시회를 갖게 된 김 화백의 외아들 김시안 씨가 직접 나와, 인사말과 함께 작품에 대한 간단한 설명의 시간과 다과회도 가졌다. 아버지 김기창과 어머니 우향 박래현 부부 화가 사이의 1남 3녀 중 외아들인 김시안 씨는 이날 “평소 극구 사양했지만, 주위의 간절한 요구가 있어 미주에서 최초로 전시회를 갖게 되었다. 천년의 역사를 함께 할 김기창 화백의 예술세계를 내가 살고 있는 시카고의 동포들에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되어 감개무량하다.

아버님은 오래 전 2001년에 88세를 일기로 돌아가셨지만, 평생을 어머님과 함께 창작에만 정열을 쏟았으며, 다양한 소재와 독창적 기법으로 모든 사물을 화폭에 담아 많은 걸작을 남겼다. 그래서 일반의 사랑과 존경을 받던 분이다. 어렵게 마련한 자리이니 만큼 많은 분들이 작품을 감상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파리공방서 만든 판화 등 46점

이번 시카고 전시회에 출품된 보보산수와 청록산수, 봉래산, 먹산수 부엉이 등 작품들은 운보가 1998년 프랑스 파리의 샹 프레리 공방에 한 달 동안 머물면서 만년의 정열을 쏟아 만든 동판화(Etching)와 석판화(Lithography) 작품들이다. 샹 프레리 공방(최고 거장 화가의 판화 제작 화실)은 피카소, 달리, 미로 등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만 허용한 곳이다. 시카고 전시회에는 원본 1점과 석판화 32 점, 도자기 13점 등 46점이 전시되어 있다. 판화는 운보 작품 대중화를 위해 한정본을 제작한 후 원본은 폐기처분 한 것이다. 김기창은 6세 때 장티프스로 청각을 잃은 벙어리 화가다. 작곡가 베토벤도 청각장애자였고, 화가 고야도 청각장애자였다. 그런데 운보는 시각에 청각장애자인 헬렌 켈러를 제일 좋아하고 존경했다고 한다. 그녀의 인간승리를 이야기할 때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김기창이 있기 까지는 그에게 절대적인 두 여인의 힘이 뒷받침이 되었다. 어머니 한윤명과 아내 박래현이 바로 장본인이다. 그는 16살 때 어머니 손에 끌리어 이당 김은호 문하생으로 그림수업을 받았다. 그리하여 1937년부터 4차례 선전(국전)에 잇달아 특선을 차지했으며, 27세 젊은 나이에 초대작가로 명성을 얻게 된다.

박래현과 한국 대표적 부부화가

그는 해방 이듬해인 1946년 같은 화가로 예술의 선각자였던 박래현과 결혼을 한다. 운보는 아네로부터 입으로 말하는 법을 배워 말문이 트이는 기적을 경험하기도 한다. 1976년 57세에 간암으로 요절한 우향 박래현은 만년에 뉴욕에서 작품활동을 했다.

동지였던 운보와 우향의 순애보적 사랑은, 최병식 경희대 교수가 쓴 그들의 불꽃같은 일대기 ‘천연기념물이 된 바보’라는 책에 감동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백래현은 동경 여자 미술전문학교에 유학한 후 일제 말부터 현대의 전환기에 독창적 예술세계를 창출한 탁월한 거장이다. 장, 이른 아침, 노점, 작품 둥 수 많은 걸작을 남겼으나, 김기창의 그늘에 가려 남편 만큼 크게 알려지지 못했다.

다만 그녀는 아내, 어머니, 예술가라는 삼중의 삶에 충실하며 작가로서 홀로서기와 자아실현에 성공한 멋진 여성이었다.

운보는 다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붓으로 말한 한국의 ‘화선’이다. 그는 천의무봉의 화필로 10년 주기의 새로운 화풍을 보였다. 동양화의 지평을 넓혔으며, 한국 그림의 현대화와 세계화에 공헌했다. 부인과 사별한 후에는 조선시대 민화에 담긴 정취와 익살을 표현하는 ‘바보산수’를 그렸다. 바보산수에 대해 그는 작가 정신이 어린이가 되지 못하면, 즉 바보스럽지 못하면 그 예술은 죽은 것이다.”라고 그의 예술관을 피력한 바 있다.

그의 작품 중 ‘성당과 수녀와 비둘기’는 운보가 막내 딸을 낳았을 때 영감을 얻고 그린 그림인데, 막내 딸(애나윈)은 후에 수녀가 되었다. 이 작품은 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전달됐으며, 교황청에 소장돼 있다.

우리집의 가보, 운보의 ‘소년의 꿈’

우리집 서재 벽에는 김기창이 그린 ‘소년의 꿈’ 이라는 그림이 걸려있어 그의 체취를 느끼게 한다. 한국과 일본에서 한정본으로 판화한 것이다. 김기창의 싸인과 12/280 표시가 연필로 쓰여 있다. 성북동에 사는 안과 여의사가 내게 선물한 귀한 작품인데, 표구까지해서 한국서 가지고 나올 때 공항에서 귀중품이라 반출할 수 없기 때문에 압수한다는 해프닝까지 벌어진 일이 있었다. 세관 직원이 원품과 카피를 잘 몰랐던 것 같다.

불굴을 극복한 의지의 한국인, 불행한 자신의 삶을 끝없는 예술혼으로 불태우던 인간승리의 화가, 자랑스러운 민족의 국보, 이제 그 빈 자리를 메울만한 거장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 끝으로 운보 김기창 화백 석판화 초대전에 즈음하여 구상 시인이 쓴 운보 김기창의 묘비문을 음미하면서,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 6월에 발길을 문화회관으로 돌려보자. 시카고 이웃들이여! 천연기념물이 된 운보 김기창을 만나러 가자.

“하늘의 섭리인가 청각을 잃으시고/ 한평생 그림으로 만물의 진수 그려/ 이 나라 고유 미술의 금자탑을 이뤘네/ 체구는 장대하나 숫되기가 소년같아/만나는 사람마다 허울 벗게 하셨으니/가시매 그 예술 그 인품 더 기리고 그리네!”



시카고 타임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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