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과 미움을 참과 통합의 정치로

 



박근혜 결국 감옥행, 역사의 비극

박근혜 전 대통령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강부영 판사는 3월31일, 뇌물을 받은 몸통혐의로 박 전 대통령을 구속 수감했다. 그는 이렇게까지 안 올 수도 있었으나, 여러 번의 기회를 놓치고 결국 감옥으로 향하는 길을 스스로 택했다. 국가안보와 나라의 살림을 걱정하는 원로들의 충언도 이어졌으나 마의동풍이었다. 10월 24일 JTBC 손석희의 ‘태블릿 피시’ 보도 이후, 최순실 게이트가 천하에 공개되고 촛불시위가 거세지자, 박 대통령은 11월 4일 대국민 사과 첫 담화문을 발표했다. “검찰 조사에 임하겠다. 남은 임기를 단축하거나 진퇴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고 전향적인 해결책

을 제안했다. 하지만 궁여지책의 이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국회와는 의논 한 마디 없이 불쑥 김병 준씨를 국무총리로 임명했다. 그러나 이임식까지 하려던 황교안 총리가 유임이 되면서 12월 9일 국회소추안이 가결됐다.

황 총리는 대통령권한 대행의 자리에 오르고, 반기문의 도중하차로 한 때는 보수 세력의 선두주자가 되었으나 출마포기로 보수는 구심점을 잃게 된다. 당시 박 대통령 주위에 참모 중 유능한 정치력을 지닌 인물이 있었다면,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근혜 대통령 파면” 이라는 극약처방이나 3월 31일 사상 초유의 대통령 구속이라는 역사의 수모는 피할 수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 교훈 남겨

그동안 나는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안고 지면을 통해 박 정권을 비판해왔다. 심지어 일부 보수층으로부터 ‘종북좌파’라는 공격을 받아 가면서도, 바른 역사를 써야한다는 사명감을 지니고 언론의 정도를 지키기 위해 고심했다. 박근혜를 식물 대통령으로 만든 국회 ‘소추안 가결’ 때나,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인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때는, ‘사필귀정’이라고 여기면서 담담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의 ‘구속영장 발부’에는 전율을 느낄만큼 충격을 받았다. 순간 이 반응은 옳고 그름, 참과 거짓을 떠나 한 인간에 대한 연민의 발로라고 나는 생각한다.국민 51%의 지지를 받고 대통령에 당선되어 국가 원수의 자리에 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죄인’이 되어 천상에서 지옥바닥으로 떨어졌다. 이 모습을 보는 마음은 허무하고 애처롭기 그지없는 심정이다.

내가 누군가? 옥천 육 陸씨 자손이다. 우리 집 사람도 육씨가 좋아 김씨가 육씨가 되었다. 아주 귀한 희성이다. 박근혜는 누구인가? 옥천 육씨 육영수의 딸이다. 육여사는 우리 육씨 가문을 빛낸 자랑스러운 퍼스트 레디다. 개인적인 혈통으로 보면 나는 박씨를 비판하고 척을 지어야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박근혜가 아버지 박정희의 못다한 유업을 완수 하여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정계에 뛰어든 것은 처음부터 잘못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녀는 독재자 아버지의 원죄를 지고 태어났다. 역사의식이 없고,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빈약하다. 5.16 군사쿠데타를 혁명으로 승화시키려 했으며 새마을 운동을 과장 홍보했다. 박정희를 위한 국정교과서를 만들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등 국민 의사에 반하는 일을 자행했다. 이와같이 자유와 민주주의의 퇴행은 결국 스스로 몰락의 길을 자초 했다. 모두가 인과응보이며 운명이다. 박근혜 구속 수감에 대해 민주당 대변인은 “법과 원칙의 엄정함을 기준으로 할 때,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고 밝혔다. 한국 자유당은 “참으로 안타깝다.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구속되는 가슴 아픈 역사가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반응을 말했다.

나는 죄인이다’ 반성의 빛 안 보여

검찰 수사본부는 4일 박씨가 구속된지 사흘만인 4일 구치소를 방문, 11시간 동안 조사를 했다. 검찰은 미결수인 박씨를 상대로 뇌물혐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을 했으나, 그는 전과 다름없이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따라서 향후 법원 재판과정에서도 13가지 혐의에 대해서 이를 인정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예견된다. 올림머리를 내림머리로 한 채, 수인번호 503번의 미결수 박씨가 이날 먹은 점심메뉴는 쇠고기 미역국, 떡볶기, 콩조림, 무생채였다고 한다. 청와대에서 요리사가 차려주는 ‘진수성찬’에 비유할 수는 없겠지만, 박씨는 음식을 다 비우지는 못해도 그런대로 구치소 생활에 무난하게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교도소에 수감 중인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은 음식을 전연 먹지않고 오렌지만 먹는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변화와 격동의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박 전대통령의 구속 이후 ,이에 불복하는 태극기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국론 분열을 예방하고 국민 통합을 위해 불구속 기소나 불구속 재판에 대한 그들의 안타까운 요청을 전적으로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탄핵과 구속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의한 마땅한 결과인 만큼, 모든 판단을 사법 절차에 맡기고 승복해야 한다. 이제는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아직도 한국정치는 이념과 정책 그리고 미래 비전을 두고 생산적인 대화를 해야 하는데, 감정과 사적 이익을 위한 야합과 이전투구의 후진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이 깨어있어야 겠다. 박근혜와 박정희 패러다임도 조종을 고했다. 오는 5월9일은 새 시대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박근혜와 같은 대통령을 다시 뽑아서야 되겠는가? 지난 반 년 동안 촛불과 태극기로 갈리어 뿜어 냈던 에너지를, 거짓과 미움의 정치로부터 참과 통합의 정치로 이끌 지도자를 선출하는데 기울이자.

2자 대결이냐, 5자 대결이냐?

각 당의 예비선거가 끝나고 본선에 나갈 후보자가 결정됐다.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당 유승민후보가 19대 대통령 선거의 출마자다. 진보 3명에 보수 2명 모두 5명이다. 그동안 줄곳 선두주자로 대세론을 이어온 문재인 후보가, 예비선거에서 두각을 나타낸 안철수의 질주에 긴장하고 있다. 실제로 다자구도에선 아직도 문재인이 독주하고 있으나, 문재인과 안철수의 양자 대결에서는 안이 문을 바짝 쫓고 있어 ‘안풍’이 심상치 않다.일부 신문에서는 안이 문보다 지지율이 더 높았다는 보도도 나와, 양측의 지지율 변화는 앞으로 더 두고 봐야할 일이다. 아직은 문재인의 정권교체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으나, ‘반문재인’ 세력도 점증하고 있다. 이제 대선 레이스의 초점은 안 후보가 ‘연정’을 미끼로 홍준표와 유승민을 끌어 들인다면, 문재인과 해볼만한 초접전의 한판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만약 투표일까지 사퇴하는 후보가 없이 모두가 완주 한다면 문재인의 당선이 점쳐진다. 아직은 변화의 시간이 충분하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종인과 ‘제 3연대’ 또는 ‘빅텐트’ 구성과 분권형 개헌에 관심이 많은 정운찬, 홍석현, 김무성의 역할도 국민의 검증을 받을 것이며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선거일까지는 약 한 달이 남았다. ‘훌륭한 대통령’을 뽑기위한 이번 조기선거는 ‘촛불’의 산물이다. 촛불은 ‘앙시앙레짐’(구체제)를 청산하기 위한 민중의 무혈혁명이다. 2017년 5월9일 행사하는 신성한 한표 한표는 공정과 정의사회 구현을 위한 대장정의 시금석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시카고 타임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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