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를 열망한 국민의 승리

 



‘상식’이 통한 예상했던 결과

폭풍전야의 고요를 머금고 있던 안국동 헌재 청사는 날이 새자 ‘혁명의 광장’으로 열기를 뿜었다. 함성과 깃발, 합창과 나팔소리는 230년 전 프랑스의 ‘바스티우 광장’을 떠올린다. 수많은 불면의 밤이 지나고 운명의 날이 밝았다.

10일은 박근혜의 운명이 갈리고, 대한민국의 운명이 갈리고, 한국의 민주주의와 보통사람들의 삶도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되었다. 검찰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시작한지 5개월, 국회가 소추안을 가결한지 3개월 만에, 드디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헌재 정원에 서있는 헌법의 수호자 청동조각상도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8인 재판관은 국회가 소추한 탄핵안 심사결과를 10일 발표했다. 결과는 인용 8대0. 전원 일치로 피청구인 박근혜를 대통령직에서 파면했다.

예상했던 대로 ‘상식’이 통하는 결과가 나왔다. 법은 결국 상식이다. 사필귀정이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밝혀 주었다.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국민 눈 높이에 맞는 현명한 판단을 했다. 권력을 남용하고 국민을 업수히 여기던 ‘악당’ 들은 도도한 역사의 진실 앞에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2017년 3월 10일 우리는 민권을 쟁취했다.

헌재의 인용 결정은 국회의(234명 찬성) 탄핵 소추 사유를 인정했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날은 정의를 열망한 국민 승리의 날이다. 2017년 3월10일 혁명은 3.1절, 4.19 혁명, 5.18 광주, 6.29 선언처럼 민족사에 찬연히 빛나는 민주 민권 민생의 금자탑을 세웠다. 엄동설한에 노도와 같이 ‘촛불’을 밝히고 궐기한 광화문의 1천 500만 내지 2천만 국민들에게 무한한 애국심과 연민을 느끼며, 고귀한 혁명이 반혁명 세력에 의해 후퇴하지 않도록 단합하여 힘차게 전진해야겠다. 반혁명의 역사는 프랑스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역사가 짧은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해방의 감격도 잠시, 친일파를 중용한 이승만 독재가 탄생했다. 부정선거가 도화선이 되어 이승만 정권을 타도한 4.19 학생혁명이 일어난지 1년만에 5.16 군사쿠데타가 발생했다.

3선 개헌과 유신으로 민주주의는 멀리 후퇴했다. 박정희가 궁정동에서 김재규에 의해 암살된 후 ‘3김’에 의한 ‘서울에 봄’이 오는가 했더니, 엉뚱하게 정권은 또 다시 전두환이 12.12 쿠데타를 일으켜 봄은 사라지고 군사독재가 더 지속됐다. 6.29 직선제 개헌으로 문민정부가 들어서는가 했더니, 양 김씨의 양보없는 경쟁으로 군사정부는 노태우에 의해 5년 더 연장된다. 이렇게 혁명은 반혁명에 의해 수난을 당했다.

하지만, 이번 3.10혁명은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훌륭한 지도자를 잘 뽑아 혁명을 성공시켜야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박근혜는 과연 무엇을 잘못 했는지 한번 다시 살펴보자.

박근혜는 무엇을 잘못했는가?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 신세도 서러운데, 남남으로 갈리어 툭 하면 종북좌파나 빨갱이로 모는 이념대결의 극치를 보이더니, 역사상 최초의 불명예스러운 탄핵 대통령이 된 박근혜의 비참한 말로를 보는 심정은 비통하다. 죄는 미워도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인간 박근혜가 미웠던 것이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국민들에게 신뢰할 수 없을 만큼 숱한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은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인데, 이것을 보수와 진보의 싸움으로 변질시키고, 촛불과 태극기로 나라를 두 동강낸 것이 박근혜의 씻을 수 없는 잘못이다.

이번에 박영수 특검과 8인 헌재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수사를 했다. 힘찬 박수를 보낸다. 시간이 모자라 우병우 수사 등 미진한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박 특검의 수사 결과 발표는 감동적이었다. 그는 “국민 명령과 기대에 부응 하고자 일관된 투지로 수사에 임했고, 열과 성을 다한 하루하루였다. 핵심 수사 대상은 국가 권력이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된 국정농단과 우리 사회의 고질적 부패 고리인 정경유착이다”라고 강조했다.

촛불은 평화적이며 본질적 혁명

촛불은 정의감에 불타는 차세대 주인인 젊은이들의 부패한 정치에 대한 항쟁이었다. 자발적으로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친구와 애인이 손을 잡고 행진한 세계사에 유례없는 평화적 시위문화를 창조했다. 이에 대해 ‘창작과 비평’ 대표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번 촛불은 헌법에 명기된 민주공화국의 골격을 지키기 위한 주권자들의 한층 본질적인 혁명이다”라고 진단했다. 태극기 집회에는 순수한 보수도 있겠으나, 박근혜 지지자라기 보다는 문재인에 대한 비토 세력의 시위인지도 모른다.

촛불에 비해 태극기 집회는 극우 단체와 대형 보수교단의 버스를 동원한 조직적인 시위다. 신도 수만 20만에 이르는 ‘은혜와 진리교회’(조용목 목사)는 교회가 제공한 45인승 버스를 타고 3.1절 대규모 탄핵반대 집회에 참가했다. 그 동안 박근혜가 무엇을 잘못했느냐? 증거를 대라고 주장하는 박사모 등 데모대는 헌재 심판이 가까워 질수록 점차 규모가 커지고 한층 과격화되었다.

경찰을 구타하기도 했다. 구호도 험악했다. ‘청년암살단 모집’ ‘아스팔트를 피로 물들일 것’ 등을 일부 회원은 태극 깃대를 죽창처럼 깎아 들고 다니기도 했다. 박 측 변호인단도 헌재 결정에 불복을 공언했다. 신성한 법정에서 막말과 고성을 지르며 ‘난동’을 폈다. 내전과 시가전 따위의 소름끼치는 망언을 쏟아냈다. 이제 친박 세력은 선동과 협박을 중단하고 헌재 심판에 따르기를 바란다.

최순실과 국정농단 집중적 인용

헌재는 세월호, 공무원 인사개입, 언론자유 침해에 대해서는 인용을 하지 않았다. 박근혜가 국가문서를 유출하고 최순실과의 국정농단을 숨기는 등 권한 남용을 한 점을 집중적으로 인용했다. 친 박계인 자유한국당은 헌재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그 자리를 채울 대선과, 제왕적 지위와 적폐를 개선할 개헌문제도 시급한 과제다. 지난 반년 동안 탄핵으로 혼란스러웠던 사회 분위기를 일신하고, 대내외적으로 위급한 시기를 맞아 이제부터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이라는 이념을 지니고, 진보와 보수, 여와 야, 촛불과 태극기를 뛰어 넘어 함께 화합하고 단결하여 앞으로 나아가자.



시카고 타임스 주필


Content on this page requires a newer version of Adobe Flash Player.

Get Adobe Flash player

Content on this page requires a newer version of Adobe Flash Player.

Get Adobe Flash play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