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약해져도 영원하리라

 



계절은 봄, 시국은 한파

트럼프 대통령의 ‘막가파식’ 질주, 태극기 물결과 박근혜의 초라한 마지막 탄핵 반격이, 한기를 느끼게 한다. 여기에 날씨 마저 춥고 폭설이 쌓였다면 얼마나 더 을씨년스러웠을까? 올 겨울 시카고 날씨, 두 달 동안 눈이 1인치도 안 왔다. 이번 주는 기온이 기록적인 70도까지 올라갔다. 두 달이나 이른 골프장이 문전성시다. 나도 한 번 나갔다 왔다. 겨울은 겨울다와야 한다. 병균을 죽여 전염병을 예방하고, 땅을 얼렸다 녹혀야 농사도 잘된다고 어른들이 이야기하던 이치가 자연의 순리인데, 지구도 몸살을 앓고 있다. 또 불경기에 그나마 계절 비지니스가 잘 돌아가야 할텐데, 겨울 옷장사, 신발장사, 폭설 제거 종사자, 스키장, 스케이트장은 무엇을 먹고 사는지 딱한 생각이 든다. 시절은 벌써 새싹이 솟아나는 철이른 봄을 알리는데, 한국과 미국의 시국은 시베리아처럼 찬 바람이 거세다.

트럼프 반 이민정책 일파만파

미국은 예상했던 대로 트럼프의 광폭 행보로 인해 국내외 충격과 파장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고, 오바마케어를 없애고, 러시아의 푸틴과 친하게 지내자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트럼프의 참모들은 이미 선거 때부터 러시아와 내통하고 그들로 하여금 미국 대선에 개입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러시아와 유착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마이클 플린 국가안전 보좌관은 사임했다. 그리고 백악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회에서는 여야를 초월해 조사를 해야 된다는 요구가 일고 있다. 닉슨의 워터게이트처럼 탄핵 청문회를 갖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반 이민정책’은 인륜을 어긴 극단으로 흘러, 중동 7개국 국민들에게는 미국 출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해 고통을 안기고 세계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각 주에서는 불법체류자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 심지어 수업 중인 학교까지 급습, 불법체류자를 단속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단속 인력을 강화해서, 하루 수백명씩 추방이 본격화되고 있다. 우선 300만 명이 목표라고 한다. 히스패닉 사람들은 언제 추방을 당할지 불안해 돈을 쓰지 않고 움켜쥐고만 있다고 한다. 이 여파로 이들을 상대하는 한인 도매상이나 소매상이 최악의 경기에 시달린다니, 남의 일만은 아니다. ‘이민의 나라 미국’은 좋은 시절의 옛말이 되고 말았다. 취임 한 달 밖에 안된 트럼프는 공약보다 더 쎈 실천을 단행하고 있다. 행정명령만 12개를 발동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반해, 일자리 창출과 주식시장의 기록적 상승은 놀라운 일이다.

탄핵 누가 이기든 후유증 혁명적

찬성과 반대의 극단적인 분열상을 보이고 있는 한국의 탄핵 정국도 불확실하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촛불과 태극기, 인용과 기각, 박근혜 찬성과 반대, 어느 쪽이 이기고 어느 쪽이 지든지? 그 후유증은 심각하고 오래 갈 것이다. 만일 기각이 된다면 그 반응은 혁명적일 것이라는 점을 예단할 수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 현재까지 20여 명이 구속되었다. 그 중 대어(大魚)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체육부장관, 최경희 전 이대 총장 등이 포함되며,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피해자로 마지막 단계에서 소환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구속이 실각됐다. 하지만 특검은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유에 관해서는 관련 증거와 증언이 충분히 쌓였기 때문에 인용을 자신하고 있는 것 같다. 탄핵 심판 과정에서 박 측 변호인들의 고의적인 지연작전과 공정성을 빙자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2차 구속영장 발부 결과는 탄핵 인용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봐도 물의가 없을 것 같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해 1,뇌물공여, 2,횡령, 3,재산국외도피, 4,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위반, 5,국회위증 등 5가지 죄목을 구속사유로 제시했다. 한정석 영장판사는 통상 중형이 선고될 때 체크하는 ‘도주 우려’에 표시했다. 결정적인 증거는 박상진의 휴대전화와 김재열 문건에서 나왔다.

“이재용 구속은 한국의 기회”

삼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한국의 ‘넘버 원’ 회사이다. 아니 세계적인 굴지의 기업이다. 세계100여 개 국에서 직원 50만 명을 고용하면서 연간 300조원 이상을 매출하는 ‘타이쿤’(tycoon) 이다. 이런 말이 있다 “삼성 레미안 아파트에 살면서, 삼성 스마트폰 알람에 눈 떠, 삼성 냉장고에서 아침 꺼내 먹고, 삼성 자동차 타고 출근해, 삼성PC켜 일과를 시작한다.” 이렇게 일상생활에서의 영향력뿐만 아니라, 삼성 총수 일가는 나라의 법위에 군림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삼성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왔다. 탄핵기각 국민운동본부의 대변인은 대한문 앞 제 13차 태극집회에 250만 명이 모였다면서 “국민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는 삼성부회장을 구속하다니 이게 나라인가, 법치인가? ‘국민저항권’을 발동해 결사항전하자”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많은 서민대중은 삼성을 부러워는 하지만, 존경하지는 않는다. 이재용이 구속되던 날 불밝힌 많은 아파트에서는, 79년 만에 삼성 총수가 처음으로 구속된 데 대해 쾌재를 불렀다고 한다. 떡을 돌린 이들까지 있었다고 한다. 삼성 창업자 이병철의 유일한 저서인 그의 자서전 湖巖自傳(호암자전)을 최근에 다시 읽었다. 그는 박정희 정권 초에 부정축재자로 몰려 큰 화를 입을 뻔했다. 그러나 박정희와 독대한 후 서로 ‘경제입국’에 합의하고 한국 산업화에 성공했다. 대를 이는 이건희는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개혁 일변도로 그룹 시가총액 1조에서 140조 규모로 삼성을 수성 ‘守成’시켰다.

하지만 이건희도 2008년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특검서 7년 구형을 받았다. 그 후 법원 재판부로부터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이 정상 참작되어 집행유예를 받고 실형을 살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은 자신의 퇴진을 비롯해, 그룹 전략기획실 해체, 차명재산 유익한 곳에 사용, 은행업 진출 안 한다는 등의 대대적인 경영 쇄신안을 발표했다.

이건희는 일선에서 후퇴하고 그 자리를 사임했다. 그는 “할 일 많지만 지난날 허물 모두 떠안고 가겠다”고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은 사태의 책임을 느낀다고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삼성이 국민의 사랑을 못 받는 이유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재용 구속은 한국의 기회’ 라는 사설을 통해 “왕세자 이재용의 체포는 한국정치와 기업에 만연한 부패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특검이 미숙한 민주주의에 공정한 법을 적용하는 빛나는 예로 볼 수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이 되는 사람은 누구든지 가문이 소유하는 재벌을 억제하는 황금같은 기회를 기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삼성이 특검에서 유무죄를 떠나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고 정경유착, 순환출자, 비자금, 국민 위에 군림, 경영권 족벌 승계, 배임, 뇌물, 복식회계, 조세포탈 등 등의 부조리를 벗고 선진국 형의 떳떳한 비즈니스로 거듭 난 다면 희망이 있다. ‘크고’ ‘강하고’ ‘영원하다’는 선대 이병철 회장의 뜻이 담긴 3개의 별(三星)은 비록 당장은 작고 약해질 수는 있어도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고 영원하리라’고 믿는다.



시카고 타임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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