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불확실 속의 희망

 



격변기의 분노와 불확실로 인한 불안 속에, 그래도 희망을 안고 2017년 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이곳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새 대통령이 취임했고, 모국서는 특별검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 재판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오바마 업적 깡그리 뭉개

트럼프 새 대통령은 백악관에 입성하자 마자 오바마 정책을 깡그리 뒤엎기 시작했다. 보호무역, 고립정책 주의, 오바마케어 의료보험 제도 폐지, 멕시코 국경에 장벽 건설, 중국과 대치 등 힘에 의한 국수주의를 선포했다.

취임 초부터 탑 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자유무역 협정(NAFTA)을 재협상하겠으며, 공들여 만든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협정(TPP)에서 영원히 탈퇴하겠다는 것과 연방정부 공무원의 신규 채용을 동결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 CEO를 백악관으로 불러 미국 제품은 미국서 만들어야 한다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오바마가 금지했던 송유관 건설도 재개할 모양이다. 이렇게 불안한 ‘광폭운전’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어떻게 하겠는가? 취임 초부터 연일 터지는 ‘트럼프 폭탄’이 혁명적이다. 하지만, 모두가 국민과 약속한 선거공약이었으며, 국민은 그를 대통령에 당선시켰으니 따라 가야지 어떻게 하겠는가? 바라건데, 지지도 45%라는 최악의 상태로 출발하는 트럼프가 오바마처럼 떠날 때는 60%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 확실한 대안도 없는 오바마케어를 폐기시키지 말고 장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개선하기를 바란다. 웰페어와 중산층의 부담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자유 정의 개념없고 오직 경제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연설은 역대 대통령의 취임사 중 17분으로 가장 짧았다. 선거 때 다 들은 내용이지만, “우리의 제품을 만들고, 우리의 기업을 훔치고, 우리의 일자리를 파괴하는 다른 나라들로부터 우리 국경을 지켜야 한다”라는 가장 과격한 적대적 언사를 구사했다. 세계 최고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 취임사에 미국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에 입각한 미래의 비전이나 철학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미국의 번영과 미국인의 이익만을 위해 일하겠다고 역설했다. 이를테면 ‘자유’ ‘평화’가 밥 먹여주냐?는 식이다. 취임식 날 워싱턴 DC를 비롯한 시카고 등 대도시에서는 수십만 명의 과격한 시위 참가자가 “당신은 우리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싸인을 들고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데모를 했다. 자동차를 불사르고 건물 유리창을 깨는 등 수백 명이 연행됐다. 다음 날에는 트럼프를 반대하는 1백만 여성들의 평화적 시위가 시카고 등 미국의 대도시와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났다. 공화당의 트럼프가 레이건 대통령처럼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분노를 가다듬고 둘로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일반투표에서 힐러리에게 약 80만 표 졌다. 국민 50% 이상이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반대파의 주장도 경청해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삼성 이재용 . 이대 최경희 전 총장 기각

나는 요즈음 트럼프도 트럼프지만, 한국의 최순실과 박근혜 국정농단이 빚은 탄핵정국 때문에 잠을 많이 설친다. 뉴스를 쫓느라고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기 때문이다. 무의식적인 ‘애국심’의 발로이기도 하겠으나, 사건 자체가 희대의 사건인지라 무엇보다 흥미롭다. 또 다음은 무엇이 터질 것인지 겁이 난다. 최순실과 박근혜 게이트가 발생한 이후 몇 달간, 정치는 표류하고 사회는 온통 ‘촛불과 ‘태극기’의 대결로 갈라서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그런데 지금 가장 궁금한 것은 헌재의 탄핵 시점이 언제이며 결과는 과연 어떻게 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과 이화여대 전 총장 최경희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청구 기각 케이스를 보면, 박근혜도 헌재에서 인용(탄핵) 기각 판결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우려도 없지 않다. 한편 ‘천하의’ 김기춘과 조윤선에 대해서 구속 영장을 발부한 것을 보면, 박 대통령의 탄핵 인용을 낙관하게 된다. 법 전문가가 아닌 한 시민으로서 내가 예상하기로는 이재용이나 최경희는 반드시 구속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법원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횡령, 위증 혐의에 대해 “현재로선 구속사유가 불분명하다”고 기각했다. 박근혜 대통령 등 뇌물 수수자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특검이 대가성 유무를 명확히 판별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동서고금을 통해 장사꾼들이 대가성도 없는데 ‘선의로’ 권력자에게 돈을 바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 부회장은 청문회에서 “모른다” “기억 안난다”로 일관 하더니, 특검에서는 “뇌물이 아니라 ‘선의의 도네이션’이다”라고 딱 잡아뗐다. 그는 구속의 칼날이 다가오자, “강요에 의해서 돈을 냈다”고 실토했다. 박근혜는 죽어도 자신은 살겠다는 심보다. 법조계에서는 아직도 조의연 부장판사의 이 부회장 기각 판결에 대해 격론이 일고 있다.

기각 사유가 헌재 탄핵 심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탄핵은 형사재판이 아니기 때문에 그럴 영향은 크지 않으며, 죄라면 오히려 박 대통령의 ‘강요죄’가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진단이 설득력을 갖는다. 최경희 전 이대 총장의 경우도 이해가 안 된다. 이대는 산업융합대 학장(김경숙), 입학처장(남궁곤), 이인성, 류철균 교수 등 최순실 딸 정유라 입학특혜 제공 혐의로 이미 4명이 구속돼 있다. 법원에서는 이대를 쑥대밭으로 만든 최고 책임자인 최 전총장에 대해서도 “구속 사유가 불분명하다”고 영장을 기각했다. 최순실을 모른다고 위증하고, 공범들과 말 맞추기를 한 정황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김기춘 실장- 조윤선 장관 구속영장

법원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 받아 이를 총괄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주도적으로 관리한 조윤선 문체부 장관에 대해 24일 사전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사필귀정 이다. ‘왕실장’ ‘기춘 대원군’의 별명을 지니고 청와대 2인자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악명 높은 김기춘은 정부권력과 제도를 이용해 비판세력을 좌파로 몰았다. 또 이들에게 정부 지원을 중단시키는 등 조직적으로 핍박을 했다. 이는 국민 기본권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 등 민주주의 질서와 헌법가치를 훼손한 큰 죄악이다. 이 사실 하나 만으로도 대통령의 탄핵은 불을 보듯 분명한 사건이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신동철 전 차관은 이미 구속된 상황이다. 충격이 있으면 반동이 생긴다. 하지만, 블랙리스트에 대한 반동으로 표창원 의원이 국회에서 전시한 ‘박근혜 누드화’는 아무리 ‘표현의 자유’ 라지만 도를 넘어선 지나친 풍자다. 지켜야 할 도리는 지켜야 하는 것이 민주사회라고 생각한다.

‘사필귀정’ 박근혜 탄핵 시간문제

박근혜는 아직도 간신배에 둘러 쌓인 것 같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가 촛불 집회보다 두 배나 많다”는 어느 참모에 말을 믿고, “나이 많은 분들이 추운데 고생하는 모습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이렇게 사태 파악을 못하는 답답한 사람이다.

조금만 참자. 사필귀정을 믿는다. 박근혜의 탄핵 가결은 이제 시간문제다. 박 대통령이 진 죄가 너무 방대하기 때문이다. 제3자 뇌물수수 말고도 비선조직과 국정농단, 인사전횡 권력남용, 국민생명보호 위반, 언론자유 침해, 블랙리스트 작성 등등 13개나 된다. 박근혜 측은 헌재 인용 판결을 될수록 미루기 위해 쓸때 없는 증인을 대거 신청하는 등 재판 ‘지연 작전’에 몰두하고 있다.

다행히 헌재는 하루 빨리 국정공백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증인 수를 줄이는 등 재판 진행을 서두르고 있다. 이달 말 퇴임하는 박한철 헌법 재판소장은, 3월 13일까지는 탄핵심판 최종 결론을 내야 한다고 처음으로 날짜까지 못박았다. 3월 13일이 지나면 이정미 재판관도 임기만료로 떠나야 해 7인 체제의 헌재가 되기 때문에, 잘못하다가는 인용을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위험이 내재해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헌재서 탄핵이 3월에 인용되면, 대통령 선거는 ‘벚꽃 선거’가 될 전망이다. 한국정치에 희망이 있다. 참신하고 의식이 있는 50대 새로운 기수인 안희정, 남경필, 이재명, 유승민이 이미 대통령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박원순은 불출마를 발표했다. 문재인, 안철수, 반기문, 손학규도 분주히 움직인다. 동토의 들판에도 꽃피는 봄이 다가온다. 머지 않아 고향에 봄이 찾아오면, 우리는 어두운 긴 터널을 벗어나 새 대통령을 뽑는 희망에 부풀 것이다.



시카고 타임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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