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시앵 레짐’ 타도를 위한 대장정

 



제왕적 대통령 부녀의 필연적 몰락 박정희는 독재자다.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 이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국민은 박근혜를 굳이 누구의 딸 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녀를 지지하는 유권자는 말할 것도 없고, 반대하는 유권자들 마저 아버지는 아버지고 딸은 딸이기를 바랐다. 남북 분단의 우리민족에게 ‘연좌제’는 타파해야 할 민족의 아픔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또 동방 예의지국다운 예의이기도 했다. 혹독한 독재자였지만, 가난을 극복하고 경제 근대화의 ‘신화’를 창조한 아버지를 닮아 살림을 잘 할 줄 믿고 4년 전, 대통령으로 선택한 국민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대차대조표는 한심하다 못해 분노와 배신감을 넘어 저주의 대상이 되었다. 누구 말대로 박근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나쁜 점만을 본받아 한국 현대사의 최악의 대통령으로 국민 96% 이상으로부터 배척을 받는 실패한 대통령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 비극은 박 대통령 개인의 비극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과 역사에 치명타라는 점에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보라, 오늘날 한반도에서 전개되고 있는 저 서글픈 현실을. 3대 세습의 북한 김정은은 백성도 못 먹여 살리면서, 포악한 독재와 핵무기로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조상들의 피와 땀, 눈물로 이룩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남북통일은 더 멀어졌고, 민주주의는 백척간두에서 내일의 운명을 모르고 방황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의 주범은 박근혜

헌법정신을 유린, 국가 공권력을 사병화하고, 구조적인 부정부패의 실상인 최순실 게이트의 주범은 박 대통령 자신이다. 지난 4년 동안 한국에는 대통령이 부재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다. 청와대에 출근도 잘 안하면서 구중궁궐 관저에서 주로 일을 처리했다.

대통령이 출근하지 않는 청와대가 잘 굴러갈 리 없다. 직무유기다. 국사는 전화나 서류로 하면 된다. 세월호 때도 관저에서 서면보고 받았다고 한다. 7시간 무엇을 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숨기는 것이 있는 것 같아 의혹만 증폭된다. 일년 열두달 장관이나 참모들과 독대나 기자회견 한 번 없다. 떳떳치 못한 권력을 행사할 땐 아버지처럼 밀실(안가)에서 하면 된다. 세상 편한 간신배들은 ‘자리’와 ‘사익’에만 관심을 갖고 눈치보고 복지부동이 최선의 보신책이다. 회의 때 대통령이 읽는 말을 ‘열심히’ 받아 적으면 된다. 대표적인 인물은 악명 높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다. 박정희의 충복으로 그의 영구 집권을 위해 유신헌법 초안을 만든 장본인이다.

역사가 우리 현대사의 앙시앵 레짐(ancien regime 프랑스 혁명 이전 구체제)을 제대로 심판했다면 벌써 기요틴(guillotine=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을 인물이다. 박근혜가 그를 비서실장으로 등용할 때부터 ‘인사가 망사’가 될 줄 다 알아봤다. 결국은 부녀 2대에 걸친 ‘보필’은 국가를 이 모양 이 꼴로 이끌지 않았는가?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이 최순실 지시로 김기춘을 만났다는데, 김기춘은 ‘아니다’ ‘모른다’로 일관하고 있다. 특검에서 엄중한 심판을 기대한다.

오죽하면 국무회의에 참석한 서울시장은 “이 시국에 직언하는 국무위원 한 명도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중대한 범죄의 피의자(죄인 신분)이자 이미 민심의 탄핵을 당한 대통령은 더 이상 국정 관여를 통한 헌정 유린을 즉시 중단하고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지금도 청와대를 떠난 우병우 수석과 ‘문고리 3인방’이 추천한 친박 고위 경찰에 대한 보은성 인사를 단행했다. 자고나면 터지는 끝없는 의혹들이 검찰 수사 결과 하나씩 하나씩 백일하에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뻔뻔스럽게 버텨봤자 사태만 더 악화시킬 것이다. 무능과 농단, 거짓과 신뢰의 상실로 대통령으로서 설 자리를 잃은 박근혜는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것만이 땅에 떨어진 체면과 누란의 위기에 선 나라를 구하는 길이다.

꽃보다 아름다운 200만 촛불시위

추위와 눈발이 날리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국서 200만이 모였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들, 청소년 학생들이 대거 운집했다. 청와대 200미터 앞까지 15시간 시위를 하면서도 단 1건의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고, 단 1건의 연행도 없었다. 자랑스럽게도 세계만방에 수준 높은 시위문화를 보였다. 시카고 등 해외 23개 국 67개 도시에서도 동포들의 촛불은 타올랐다. 지구촌은 감탄했다.

뉴욕타임스는 ‘축제 같은 평화시위’로 NHK는 ‘일본선 상상도 못할 일’, 영국의 BBC는 ‘농부,대학생 등 참여층 다양’, 중국 신화통신은 ‘한국 국민 평화시위 새 장 열다’라고 극찬했다. 내가 제일 감탄한 장면은 양희은과 함께 20만 명이 부른 국민가요 ‘아침이슬’과 ‘상록수’의 합창 장면이다. 또 하나는 조그만 일이지만, 완벽한 화장실 준비다. 나는 양희은과 박원순 시장이 각각 관여된 이 두 가지 일을 이야기하고 싶다.

광화문 광장에서 양희은이 혼신의 힘으로 열창한 상록수,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박정희 때 못 부른 ‘금지곡’을 시민들은 박근혜의 퇴진을 위해 힘차게 불렀다.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 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자고, 그래서 끝내 이기자고. 이 비장하고 장엄한 시민혁명을 목도 하면서 우리는 희망과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 ‘아침이슬’과 노무현 대통령이 애창했던 ‘상록수’는 70년대 암울한 시절,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노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위대의 편의를 위해 200여 개의 임시 화장실은 마련했다. 그리고 주변 상가의 화장실 개방을 요망했다. 만약 협조하지 않으면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배수진도 쳤다. 시위가 끝난 후 자원봉자들은 장내를 깨끗이 치웠다. 그 동안 타 오른 촛불은 ‘앙시앵 레짐’을 장송할 것이다. 그리고 지난 10년 간 한참 후퇴한 민주주의를 다시 찾고, 새 나라 탄생의 동이 틀 때까지 요원의 횃불로 어둠을 밝힐 것이다.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가는 대장정은 시작됐다. 대한민국은 지금 성군 세종대왕 앞에서 위대한 혁명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이부영 같은 인물 책임총리 최적

박근혜는 지금 죽었다. 기사회생 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있었으나, 스스로 모두 박차버렸다. 지난 4월 여소야대 선거 결과는 그에게 암선고를 내린 것이다. 정윤회 문건유출사건 때도 덮으려고만 하지 말고, 솔직히 고백하고 용서를 빌었어야 했다. 김병준 총리 지명 카드만 해도 수준 이하의 처방이었다. 야당을 비롯해 존경받는 훌륭한 원로들과 머리를 맞대고 거국 중립 내각 수립에 대한 진솔하고 성실한 대화가 있었어야 했다.

이승만은 누구인가? 부정선거와 영구집권의 욕심이 없었다면, 나라를 세우고 공산주의로부터 나라를 구한 대한민국의 국부가 아닌가? 그런 이박사도 “국민이 원한다면 물러나겠다’고 4.19 직후 깨끗이 하야했다. 허정 과도정부는 제 1공화국을 마무리 짓고 제 2공화국(장면 총리)을 성공적으로 탄생시켰다. 비록 4.19의 숭고한 혁명정신이 불과 1년 만에 5.16 군사쿠데타에 의해 찬탈 되기는 했지만, 5.18, 6.29 등 우리는 문민정치에 의한 민주공화국 건설에 빛나는 역사를 지닌 나라다. 정파를 초월해 찾아보면 지금도 허정같은 유능한 인사가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큰 뜻을 펴지 못하고 정계은퇴를 선언 했지만, 한국 현대사에 100년 만에 한번 나올 큰 인물이라는 이부영 전 국회의원 같은 사람이면, 책임총리로 이 난국을 돌파하고 ‘제7공화국’을 탄생시키는데 적격자라고 믿는다.

왜 이부영인가? 뛰어난 실력과 경륜을 지녔다. 치우치지 않고 합리적이다. 여당인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 밑에서 원내총무를 했고 야당인 열린우리당의 대표를 역임했다. 여당과 야당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안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여야의 당수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둘러싸고 여야 원내총무인 김덕룡, 천정배를 각각 대동하고 ‘4자회담’을 하기도 했다. 밀실 야합이라고, 이것 때문에 그는 대표에서 물러났다. 김구, 장준하, 이부영으로 이어지는 민족주의자다.

동아일보 민완기자로 언론자유 투쟁을 하다 신문사에서 쫓겨나 동아 투위 위원장으로 활약했다. 양 김시대 협상의 명수이며 이기택과 함께 차세대 주자로 각광을 받기도 했다. 군사독재 때는 감옥이 집이었으며, 아직도 13평 아파트에 기거할 정도로 청렴결백하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하지만, 영웅이 시대를 만들기도 한다. 난세에 초야에 묻혀있는 그가 아까워서 소회를 피력했을 뿐이다.

박 대통령 떠나는 일만 남아

절대권력은 절대 망한다. 박정희가 그랬듯이 그 딸도 그 길로 가는 구나! 아버지에게 마지막 효도를 하려던 국정 교과서 마저 자신의 신세처럼 ‘식물 교과서’가 됐다. 민심은 천심이다. 하늘이 버린 몸을 누가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겠는가? 25일 만에 입을 연 3번 째 담화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 제3자 뇌물죄와 관련, 롯데, SK, 삼성 범죄도 탄핵사유에 포함됐다. 의혹의 99%는 사실이라고 검찰이 자신있게 확인했음에도, 본인은 아직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번에도 모두 남의 탓뿐이고 사과의 진정성이 없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박 대통령에게 ‘국민 우롱혐의’를 추가하자고 주문했다. 하야는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 닉슨은 탄핵에 직면하자 바로 그만 두었다. 박 대통령은 언제 물러나겠다는 말이 없이, 상호 대화 불통의 국회에 맡기겠다는 것은 ‘꼼수’라는 오해를 받기에 충분하다.이제 박 대통령은 ‘시한부 하야’든 ‘탄핵’이든 청와대를 떠나야 하는 치욕에 직면했다. 퇴진이든 탄핵이든 정치권이나 헌법재판소가 해결을 못하면 결국은 국민의 손에 달렸다.

어쩌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보수 독재, 그리고 MB, 박근혜의 ‘잃어 버린 10년’의 반성과 심판의 계기를 주었다는 점에서 위기가 아닌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시대정신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박정희 동상을 크게 세우고, 새마을 운동의 과대포장을 요구하지 않는다. 때는 바야흐로 박근혜의 퇴장과 박정희 우상의 본질을 청산할 때이다.

또 이념의 노예로부터 해방을 요구 한다. 아직도 ‘촛불’을 ‘종북’이라고 매도하는 친박세력이 건재하고 있다. 민주주의 퇴행과 정경유착의 재벌 공화국을 바로 잡고, 국정원의 정치중립을 강력히 실천해야 한다. 언론과 검찰에서 역대 못된 정권에 부역한 자들을 역사 바로 세우기의 이름으로 처단하고, 개과천선의 새 세상을 만들기 위해 촛불을 더 많이 더 높이 들어야 할 때이다.

시카고 타임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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