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대이변의 충격

 



지난 8일 실시된 미국 제 45대 대통령에 막말 잘하는 기대치 미만의 인물인 공화당의 트럼프가 당선됐다. 결과에 실망한 젊은이들이 “당신은 우리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거리로 뛰쳐나와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큰 사건과 뉴스는 함께 붙어 다니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최근 시카고의 컵스 야구팀이 108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 챔피언이 되었다. 마지막 7차전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우리 생애 최고의 경기를 손에 땀을 쥐면서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며 즐겼다. 클리블런드에서 돌아온 개선장군들을 맞아 다운타운에서 열린 축하 퍼레이드에는 500만 인파가 몰렸다. 500만 인파 속에 나도 땅을 밟고 화창한 가을 하늘을 쳐다보며 큰 소리를 질렀다. 소리는 함성이 되어 시카고를 진동시켰다.

요즈음 한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방 빼라”고 야단이다. 광화문 광장 일대를 꽉 매운 100만 이상의 분노한 국민들이, 박근혜는 국정농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6.29이후 최대규모의 시위를 펼쳤다. 한국에 살았다면 나도 그 광장에 나가 “박근혜 물러나라”고 힘껏 외쳤을 것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아웃사이더’인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우리를 놀라게 한 세기사적 대 뉴스다. 오늘 내 칼럼은 우리가 몸담고 살고 있는 미국, 피부로 느끼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 쓰겠다.

트럼프의 뚝심 대통령 당선

어쩌면 18개월 전(2015년 6월 출마선언) 대선에 뛰어들 때만 해도 트럼프 자신도 대통령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 번 출마해 보자는 심산으로 선거판에 나선 게 아닐까? 선거 기간 내내 그에게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주류 언론의 생각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막말쟁이에다, 성차별 인종차별 주의자, 성추행 스캔들, 무뢰한, 독불장군, 어느 것 하나 존경 받을 만한 것이 없는 대통령 깜으로는 함량 미달이었다.

그가 속한 당 내에서 조차 후보를 갈아야 한다고 반발이 줄기차게 거셌다. 부시 가문과 전 대선후보 롬니를 비롯한 중진 지도급 인사들로부터 공격과 박대를 당했다. 일반의 조롱과 비난은 그를 자꾸 끌어 내렸다. 이런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트럼프는 15명의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당당히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었다. 8월 전당대회 이후 민주당의 힐러리와 맞붙은 본선에서도 트럼프는 여러 가지 악재가 연속극처럼 이어졌다. 수많은 송사에 걸려 있으며, 비지니스 하면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탈세 의혹도 드러났다. 음담패설 녹취록 파문이 일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트럼프 지지를 철회했다. 옛날 가까이 지냈던 여자들의 ‘성추문’도 낯 뜨거웠다. 3차례의 토론은 힐러리의 완승이었다. 토론 자세나 내용, 논리 전개와 수준에 있어서도 누가 봐도 트럼프의 참패였다. 그런데 결과는 “미국 제 45대 대통령에 트럼프 당선”으로 나타났다. 예상밖의 충격으로 여성들은 눈물을 뿌렸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오늘도 트럼프는 “우리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거리로 나와 데모를 하고 있다.

‘유리천장’ 깨지 못한 힐러리의 꿈

힐러리는 2012년에 이어 이번에도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겠다던 꿈을 접어야 했다. 백인 근로층은 흑인 대통령 8년에, 또 여성 대통령 4년을 원치 않았다. AP 통신과 CNN 등 주요 외신은 FBI가 투표 11일을 남겨놓고 이메일 스켄들을 재수사하는 바람에, 두 자리 숫자로 리드하던 힐러리가 선거운동의 동력을 잃은 것이 최대의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힐러리가 비록 여성이고, 거짓말쟁이이고, 이메일 스캔들 잘못을 저질렀지만, 지성과 권위의 상징인 뉴욕 타임스는 선거 전 힐러리 지지 사설을 썼다.

“Our endorsement is rooted in respect for her intellect, experience, toughness and courage over career of almost continuous public service, often as the first or only woman in the arena.

(클린턴 후보는 지성과 경험, 용기를 갖췄으며, 선구자적 공직 경륜은 지지를 받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트럼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Donald Trump, discloses nothing concrete about himself or his plans while promising the moon and offering the stars on layaway (We will explain in a subsequent editorial why we believe Mr. Trump to be the worst nominee put forward by a major party in modern American history.

(트럼프 후보가 달과 별을 따준다며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할 뿐, 구체적 공약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는 근대 미국 역사에서 주요 정당이 내세운 후보 중 최악이다.)

이와 같이 격조 높은 메시지도 춥고 배고픈 풀뿌리 대중에게는 마이동풍이었다. 백인 저학력, 근로층은 워싱턴 정치인, 뉴욕 월가, 대도시 엘리트, 전문직 여성등 기득권에 반기를 들고 선거혁명을 일으켰다. 동성애와 낙태를 반대하는 기독교 보수파도 힐러리와 오바마에게 등을 돌렸다. 보수와 포퓰리스트가 주도한 기득권에 대한 반발이라는 점에서 영국의 ‘브랙시트’(EU 탈퇴)와 닮은꼴 이다. 히스패닉은 85% 이상이 힐러리 지지라고 믿고 있었으나, 막상 표를 깨고 보니 트럼프 지지자가 34%나 됐다.

합법적인 이민자와 군대를 복무하고 신분 변화를 가지게 된 젊은이들이 트럼프를 예상보다 많이 찍었다. 힐러리가 우세를 달리던 플로리다에서 막판 트럼프가 이긴 이유는, 다수의 히스패닉과 그동안 우리들에게 해 준 것이 무엇이냐고 반기를 든 흑인들의 힘도 작용했다.

힐러리가 만약 선거인단 29명을 갖고 있는 플로리다에서 이기고, 득표수 1% 차로 분패한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인 미시간, 위스컨신, 펜실베니아와 오하이오(표차 8%)에서 반 타작만 했어도 힐러리가 이겼다. 힐러리는 패배 시인 연설에서 이번에 “유리천장(glass ceiling)에 구멍만 뚤었다, 유리천장 깨질 날이 빠른 시일 내에 도래하리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힐러리 일반투표 승리했으나 분패

이번 선거에서 힐러리는 일반 투표자로부터 61,047,207표를 얻었고, 트럼프는 60,375,961 표를 얻었다. 표 차는 672,246표다. 약 70만 표를 더 얻었는데도 힐러리는 낙선했다. 2000년 선거에서 앨 고아는 W. 부시에게 일반투표에서 54만 표로 이겼으나, 선거인단 투표에서 271명 대 266명으로 졌다.(당시 선거인단 25명이 걸려있는 플로리다에서 두 후보의 일반투표 표차는 537표였다.) 대통령을 뽑는 미국의 선거제도는 복잡하다. 실은 직선제이지만, 형식은 간선제이다. 당락을 일반투표로 결정하지 않고, 선거인단 득표 수로 결정한다. (해당 주 별로 1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승자독식’에 의해 배당된 선거인단을 싹쓸이한다).

선거인단 수는 인구비례에 의해 미리 결정해 놓는다.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는 55명, 텍사스는 38명, 플로리다 29명, 뉴욕29명이고, 일리노이와 팬실베니아가 각각 20명이다. 인구가 적은 몬태나, 와이오밍, 노스 다코다, 델라웨이, 알라바마 같은 주는 겨우 3명씩이다. 선거인단 수는 상하 양원의 의석 수와 같다. 올해 선거인단 수는 하원의원 435명, 상원의원 100명, 여기에 수도 워싱턴 DC 3명 모두 합쳐 538명이다. 538명 중 270명 이상을 획득한 후보가 당선된다.(과반수 이상 득표한 후보자가 없으면 의회에서 결정한다) 이번에 트럼프는 선거인단 290명, 힐러리는 232명을 각각 얻어 트럼프가 이겼다.

11월 실시된 일반투표가 사실상 본선이지만, 선거인단은 오는 12월 19일 각 주의 주도에 모여 대통령을 선출한다. 형식적 이기는 하지만, 간접선거 절차를 밟아 직선 결과 대로 투표해야 한다. 그런데 이 간접선거에서 전통적으로 지켜온 불문율을 어기고 다른 정당의 후보를 뽑는 배신 투표가 이번에는 있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선거인단 명부는 정당에 충성심이 많은 당원 중에서 주 정당위원회가 작성한다. 취임식은 1월20일 거행한다.

레이건과 같은 대통령 되기를

트럼프 당선인은 차기 정권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고, 국무장관을 비롯한 요직 인선에 착수했다. 들리는 소리로는 트럼프 측과 공화당 측 간의 ‘자리’(감투)를 둘러싸고 암투가 심하다고 한다. 정치는 인사가 만사다. 인사만큼은 ‘3류 배우’에서 ‘1류 대통령’이 된 레이건을 밴치 마킹하기 바란다.

트럼프 당선의 요인은 경제를 살려 달라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후 첫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실용주의자이기 때문에 주변에 좋은 사람을 두고 좋은 방향을 갖고 있는 한 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보호주의, 작은 정부, 규제완화 등 레이건과 주요정책이 닮았기 때문에, 레이건처럼 참모들의 조언을 경청한다면 성공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거기에 기대를 건다. 그리고 나라의 어른이 되었으니 정중하고, 관용을 베풀고, 헌신하며 겸손하기를 바란다.

그의 당선 후 주식시장은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가 공약한 각종 인프라 사업이 활기를 띤다면, 경기가 다시 살아날 동력이 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트럼프의 취임 100일을 주시할 것이다.

시카고 타임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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