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젊은이들의 축제-즐거워라 올림픽

아쉬웠던 ‘시카고 올림픽’ 유치
2009년 10월 2일 새벽 6시, 2016년 올림픽 최종 개최지 발표를 시카고 군중들과 함께 환호하기 위해 다운타운 시청광장으로 향했다. 경쟁 도시는 리오데자네이로, 마드리드, 동경이었다.
데일리 센터에는 1만여 명의 시민들로 꽉 차있었다. 완장을 찬 외국인 기자들이 ‘시카고의 승리’를 점치고 몰려들어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임시로 가설한 대형 TV 화면에서 ‘시카고’ 소리만 나와도, 청중은 무조건 환호성을 질렀다. 개최지 투표가 진행된 덴마크 코펜하겐으로부터 10시 좀 지나서 로지(Jacques Rogge) IOC 위원장이 득표 결과를 발표했다. 긴장된 순간이다. “시카고는 다음 2차투표에서 제외된 첫 번째 도시다” 시카고 개최를 굳게 믿었던 광장에 청중들은 망연자실했다. 나도 놀라고 실망하고 쇼킹했다. 그리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시카고는 1904년 세인트루이스에 올림픽대회를 빼앗긴 이래 112년 만에 또 올림픽 개최의 뜻을 접어야 했다. 시카고 낙점을 자신했던 이유는 막강한 리차드 데일리 시장과 거부 팻 라이언 준비위원장의 드림팀이 3년 동안 올림픽 유치를 위해 필생의 사업으로 ‘올인’했기 때문이다. 4년 전 뉴욕의 탈락과,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20년 만에 미국 유치라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하리라고 믿었다. 여기에 오바마 대통령, 오프라 윈프리, 데일리 시장 등이 로비를 하러 현지를 방문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대륙간 개최지의 안배를 위해 그 동안 한 번도 올림픽을 개최한 적이 없는 남미의 브라질이 행운을 얻은 것이다. 2차 투표에서 동경이 탈락하고, 3차 투표에서 리오와 마드리드가 결선투표를 한 결과, 66표 대 32표로 IOC 위원들은 리오를 선택했다. 로지 위원장은 “Tonight I have the honor to announce that The Games of The 31st Olympiad are awarded to the city of Rio de Janeiro”라는 공식 선언으로 시카고의 꿈은 사라졌던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브라질은 정치적 위기, 경제불황, 지카바이러스와 치안상태 때문에 불안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 간에는 “앞으로 신흥국이 올림픽을 유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라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브라질은 각종 범죄가 많이 발생해 올림픽 개최지로는 부적합하다는 것이 공론이다. 경제불황과 부정부패로 지우마 호세프(Dilma Rousseff) 대통령이 의회의 탄핵을 받고 직무정지 상태다. 개최국의 국가 원수가 없는 사상 최초의 올림픽 대회를 치르고 있다. 선수촌의 시설미비로 일부 선수들은 입촌을 거부했고, 선수촌장의 해임설도 나왔다. 입주 선수들이 샤워 커튼을 달 정도로, 완공이 늦어져 불편을 겪었다. 부실한 설비와 시설 때문에 초반부터 부상이 속출했다. 내가 TV를 통해 목격한 경기 중, 여자 사이클 경기에서 도로 사정이 나빠 미끄러진 네덜란드 선수는 중상을 입고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지카 바이러스를 우려한 PGA 정상의 선수인 제이슨 데이, 조던 스피스, 로리 매킬로이는 아예 불참했다. 브라질은 만성 적자와 인플레에 시달리는 나라다. 돈이 모자라 개막식도 역대 어느 대회보다도 단출했다. 브라질 올림픽 개최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를 접할 때면 나는 시카고가 개최지를 절도당한 기분이 들 정도로 안타까운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리오 개막식 짧고 감동없어
지구촌 최대 축제의 한 마당인 올림픽 개막식은 웅장하고 화려해, 환희와 감동을 준다. 개막식은 개최국의 역사와 문화, 정치 경제적 국력이 총 집결된 종합 예술이다. 개막식은 경기 못지않게 올림픽의 중요한 부분이다. 노래와 춤을 곁들인 화려한 쇼에 이어 각국의 선수들 입장도 장관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은 거대한 차전놀이와 마지막에 굴렁쇠를 굴리던 소년의 모습이 지금도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국민들은 올림픽을 통해 자긍심과 용기를 얻었으며, 선진국을 향한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환경올림픽’을 내걸고 2000년 20세기 최후이자 새 밀레니움에 처음으로 열린 시드니 올림픽은 천혜의 광활한 대자연에서 펼쳐진 첨단기술과 창의력의 조화는 숨막히는 드라마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뜻깊은 것은 한반도 기를 함께 든 남북선수단의 동시입장이다. 동서화합의 정신은 바로 평화를 지향하는 올림픽 정신이기도 하다. 2004년에 열린 제28회 올림픽은 올림픽의 본고장인 아테네로108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제1회 올림픽은 1896년 아테네에서 열렸다.) 개막식은 인간의 탄생과 올림픽 정신을 단순하고 멋지게 보여주었다. 인간 중심의 향연에 신들이 초대된 그리스적인 것을 보여주었다. 남북한 선수들이 시드니에 이어 공동 입장했다. 2008년 8원8일 8시에 베이징 올림픽이 열렸다. 400억 달러를 투입해 인류의 행복을 안겨다 준 풍성한 잔치였다. 5,000년 중국 역사를 한자리에 집대성 했으며, 중국이 인류문화에 기여한 발명품인 종이, 나침판, 화약 등을 형상화시켜 보여준 것과’ 여성 무용수가 사막 무대에서 천을 휘날리며 ‘실크로드’를 재현한 공연은 환상적이었다. 4년 전 런던에서 열린 올림픽 개막식은 해리포터 작가 조엔 롤링, 셰익스피어 희곡 템페스트, 산업혁명, 비틀즈 등 영국 역사를 한 편의 연극처럼 3시간 동안 보여주어 문화강국의 위엄을 느낄 수 있었다. 적은 예산을 투입한 리우 개막식은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아마존의 자연과 역사에 대한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호평을 했으나, 일반의 반응은 재미 없고 감동이 없는 지루한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북한 선수들, 생기없는 어두운 모습
리우 입장식은 브라질의 공용어인 포르투갈어 알파벳 순서에 따라 한국은 207개 국가 중 52번 째로 비교적 일찍 들어왔다. 개막식에 참석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한 웃음을 지으면서 한국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한국은 선수 204명, 임원 129명 모두 333명을 파견했다.

북한은 거의 후반부인 156번 째 나타났다. 선수와 임원35명을 파견한 북한 대표는 남녀 모두 하얀 상의에 남자는 파란 바지 여자는 파란색 스커트를 입었다. 이들은 작은 인공기를 흔들면서 생기없이 질서정연하게 줄서서 표정없이 행진했다. 최용해 부위원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 나는 이번에 북한 입장을 꼭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반기문 총장의 반응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국 입장할 때 일어섰기 때문에 북한 입장 시에도 나는 ‘일어날 것이다’라고 생각했고, 우리 집 사람은 ‘안 일어날 것이다’ 라고 예단했다. 내기는 우리 집 사람이 맞았다. 한편 삼성은 1만2,500대의7s기종 스마트 폰을 각 국 선수들에게 선물했는데, 북한 선수들에게 준 것을 북한 올림픽 위원회가 가로채 압수했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미담도 있다. 한국 체조선수 이은주 양이 북한 체조스타 홍은정과 함께 셀카를 찍어 화제다. CNN 방송은 “This is why We do the Olympics”(이것이 우리가 올림픽을 하는 이유다)라고 보도했다. 과거 동시입장 한 적이 있는데, 현재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경직된 데 대해서 가슴 아프다. 북한은 육상, 수영, 탁구, 레슬링, 양궁, 체조, 역도, 유도, 사격 등 9개 종목에 출전했다. 역도의 염은철이 금메달 유망주였으나 은메달에 그쳤다. 이밖에 체조에서 리서광과 홍은정이 메달 유망주다. 그들의 선전을 기대한다.

수많은 신기록과 휴먼 드라마 창출
온 세계 수 십억 인구를 흥분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리오 올림픽도 수 많은 신기록과 인간승리의 휴먼 드라마를 창출하면서 중반전으로 돌입했다. 초반에 기대주들이 탈락해 성적이 저조하던 한국은 의외의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등 ‘스포츠 강국으로 10위 안에 들 정도로 선전하고 있다. 미소 냉전시대 소련과 동독이 메달 독주를 하더니, 공산국가 멸망 후에는 미국과 중국을 따라잡을 나라가 없다. 11일 현재, 미국은 ‘물 속의 금광’인 수영에서만 21개의 메달을 차지했다. 올 8월은 집집이 TV 채널을 NBC로 고정시켜놓고 리오 올림픽 경기 관전을 즐기고 있다.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 피에르 쿠베르댕이 1896년 창설하여 4년 마다 한번씩 열리는 올림픽이 때로는 테러, 전쟁, 이념싸움, 보이코트, 반쪽대회, 부정부패, 상업주의, 약물복용 등으로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러나 정정당당하게 이기는 스포츠맨십, 페어 플레이, 꼴지에게도 박수, 조국에 대한 헌사, 인류 사랑, 형제애, 우정과 연대감,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세계의 실현과 평화에 기여 한다는 올림픽 정신은 활활 타오르는 올림픽의 성화처럼 면면히 이어져나갈 것이다. “슬픈 영화는 언제나 나를 울려요”라는 노래가 있다. 국기가 오르고 국가가 울려 퍼지는 영광의 단상에서 금메달리스트는 눈물을 흘린다. 피와 땀, 인내의 결과인 그 환희의 눈물은 항상 나를 울린다.



시카고 타임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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