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풀뿌리 컨퍼런스에 참가하고

워싱턴 D.C.에 560여 명 모여
작년에는 ‘한민족 여성네트워크재단(KOWINER) 대회’에, 올해는 ‘한미 풀뿌리 컨퍼런스’ (Korean American Grassroots Conference) 에 참석하기 위해 수도 워싱턴을 2년 연속으로 다녀왔다. 워싱턴의 날씨는 100도에 육박, 흑백갈등 만큼이나 뜨거웠다. 의사당은 ‘총기규제법’과 ‘수정헌법 2조’를 둘러싼 여야 대립이 수은주 높이보다 더 높았다.

전 미주 한인들의 유권자 파워를 보여주기 위한 2016년 ‘한미 풀뿌리 컨퍼런스’가 대통령선거를 4개월 앞둔 지난 7월 6일부터 8일까지 D.C.의 할러데이인 케피톨에서 열렸다. 시카고 등 미 전역에서 560여 명(일반인300명 대학생260명)이 모인 가운데 한인 정치력 신장을 위한 결집력을 과시하며 성대하게 개최됐다.

올란도 게이바에서 자생테러범이 50여 명을 대량학살한 사건에 이어, 5일과 6일 미네소타와 루이지애나 두 곳에서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흑인 두 명이 각 각 잇따라 피살되자, 전국서 항의시위가 발생했다. 텍사스 달러스에서는 집회를 벌인 장소에서 평화적인 시위가 끝날 무렵 저격수가 쏜 총에 맞아 경찰관 5명이 사망했다. 12일 오바마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통합’을 강조하는 비통한 추모식이 거행됐다. 흑인사회의 분노를 담은 항의시위는 이곳 저곳에서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미국이 온통 어수선한 가운데, 우리는 워싱턴에 있었다. 500여명의 참가자들이 호텔에서 국회의사당까지 도보로 행진을 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땀에 젖은 이 ‘장정’은 반드시 훗날 우리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찬연히 빛나는 이정표가 되리라 믿는다. 상하의원회관을 들러 국회의원을 만난 날은 컨퍼런스 이틀 째인 7일(목)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찾아갔던 하원의원회관 레이번(Rayburn) 빌딩에서도 8일(금) 총기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한편 안도의 한숨도 쉬었다. 하마터면 우리들의 의사당 방문이 무산될 뻔했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15개 조로 나뉘어 자신들의 지역구 의원들을 찾아 다니느라고 레이번 빌딩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분주하게 발품을 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동선 거리를 측정했는데, 약1만 6,000보였다고 일러주어 깜짝 놀랐다. 시카고에서는 35명이 참가했다. 정장을 입고 힐을 신은 여대생은 발 뒤꿈치에 피가 났고, 의원을 만나기 위해 지친 참가자 중에는 복도에서 졸기도 했지만, 우리들은 무슨 단체장이거나 대표자라는 계급장을 떼고 가족처럼 하나가 되어 돌아다니며 즐거웠고, 보람을 찾았다. 우리가 만난 국회의원들은 함께 간 어린애를 안아주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우리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로비에 성공한 것이다

의사당 방문, 의원 면담
시카고에서 한인유권자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KAVOICE (KA보이스)는 워싱턴에 가기 전에 일리노이주 지역구 출신으로 친한파 의원들에게 미리 면담 요청을 해서 승낙을 받은 경우도 있고, 가부 연락을 못 받았거나 예약이 안된 경우도 있으나, 참가자들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의원실을 무조건 쳐들어가 면담이 성사되기도 했다.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10지구(글렌뷰, 노스부룩 지역)공화당 국회의원인 밥 돌드 의원실, 일행 중 친분을 맺은 정종하, 손식, 육원자 씨와 허그를 하며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시카고에서 대거 몰려간 우리를 보고 특히 젊은이들에게 “시민사회운동 참여는 중요하다. 오늘 만남은 민의를 전달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두 번째는 8지구(샴버그, 스트림우드, 엘진지역) 민주당 의원인 테미 덕워스 사무실, 분과위원회 질문자로 바쁜 가운데도 시간을 쪼개서 우리를 반겨주었다. 그는 이라크전에서 다리를 잃은 상이군인이다. 한인이 많이 살고 있는 일리노이 주에 한국 기업을 많이 유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11월 상원의원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공화당의 마크 커크 현 상원의원과 대결한다. 현재 여론은 그녀가 앞서고 있다. 세 번째는 11지구(네이퍼빌, 오로라 지역). 한국 부인과 결혼한 포스터 의원실 방문, 다른 사람과 미팅 중이라, 잠시 환담하고 기념사진만 찍고 나왔다. 네 번째는 남부 흑인지역 의원으로 오랜동안 한인 상인들과 돈독한 유대를 맺어왔던 데니 데이비스 의원실을 들렸으나, 본 회의장에 출석 중이라 만나지 못하고 왔다. 미국 국회의원 방은 생각보다 협소했는데, 그는 중진의원이라 방이 커서 우리 일행 30명 이상이 다 들어갈 수 있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해 소주를 많이 마시고 왔다는 비서실장이 우리를 웃겼다. 큼직한 집무실 벽에는 루즈벨트 대통령, 킹 목사, 말콤X, 시카고 최초 흑인시장 해럴드 워싱턴, 등 등 유명인사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다섯 번째는 9지구(북부 시카고, 글렌뷰, 글렌코 지역). 폴리쉬계 민주당 여성의원인 잰 샤코스키 의원을 반갑게 만났다. 시카고지역 한인행사에 적극 참석하는 친한파로 KA보이스 사람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는 한인 커뮤니티의 리더십을 언급하며, 차세대 참여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참가자들은 한미관계, 북핵문제, 독재자 김정은과 대북정책, 미주한인 권익문제, 이민법, 이민쿼터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질문을 했다.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온 유권자를 반겼다. 격의없는 대화를 통해 우리와 직접 관계를 맺는 큰 효과를 볼 수 있어 워싱턴에서 모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편, 의사당 방문에 이어 이번 행사의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인 만찬(Gala) 행사가 하얏트 리젠시 호텔로 자리를 옮겨 열렸다.

갈라에 국회의원 대거 참석
이 자리에서 한국전 참전 용사이며 대표적 친한파 의원으로 46년간 의사당을 지킨 뉴욕 출신 찰스 랭글 의원은 올해 은퇴한다며 “비록 의회를 떠나지만 한국과 맺은 우정은 영원히 떠나지 않겠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마이크 혼다(캘리포니아)의원은 풀뿌리 운동같은 정치참여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갈라에는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공화 콜로라도), 마이크 코프먼(공화 콜로라도), 주디 추(민주 캘리포니아), 로버트 돌드(공화 일리노이), 일리애나 에드 로이스(공화 플로리다), 게리 코놀리(민주 버지니아), 빌 파스렐(민주 뉴저지) 의원 등 10명이 참석했다. 원래는 참석하겠다고 약속한 의원이 30여 명이나 되었으나, 마침 야간 본회의 의사일정 때문에 갈라에 불참했으며, 참석했던 의원들 마저 한 마디씩 한 후 황급하게 의사당으로 돌아가는 해프닝을 빚었다. 이날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심재권 국회 외교통일 분과위원장과 안호영 주미대사가 참석했다.

유태계 단체 ‘에이팩’ 벤치마킹
풀뿌리운동 KAGC(Korean American Grassroots Conference)은 시민참여센터 KACE(Korean Civic Empowerment)에 의해 태동됐다. 이 조직의 풀뿌리는 김동석 고문이 이끌고, 시민참여는 김동찬 대표가 주관한다. 마지막 날 평가회에서 캘리포니아에서 온 크리스티나 김 교수는 김동석과 김동찬을 독립운동하는 애국투사를 만난 것 같아 감명을 받았다고 실토했다. 나도 전적으로 공감했다. 이들이 추구하는 목적은 “한인사회가 주류사회에서 가장 존경받고 책임감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런 비젼과 원대한 꿈을 안고 이 선구자들은 미국 유태계 정치력 신장의 핵심인 에이팩 AIPAC(The American Israel Public Affair Committee)을 벤치마킹했다. 해마다 워싱턴서 1만 5000여 명이 모여 무엇을 하는지 대회에 참석해서 배우고 공부했다. 극소수의 유태인이 미국을 이끌고, 조국 이스라엘을 어떻게 돕고 있는지 알아 보았다. 명감독 스필버그도 노벨상 수상자 엘리 위젤( Elie Wiesel)도 민초로 말단에 앉아 있었다.

이번 선거 8080 캠페인
결론은 풀뿌리운동으로 귀착된 것이다. 3회 째 맞는 2016년 워싱턴 풀뿌리운동은 뜻있는 ‘영웅’들에 의해 이렇게 시작되었다. 시작했으니 끝내야 하고 끝냈으면 전진하자. 이들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8080 캠페인(80% 유권자 등록, 80%투표)을 추진하고 있다. 나는 이번 워싱턴 대회에 참석한 것은 내 기자 경력에 또하나의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젊은이들이 대거 참석하여 열띤 토론을 벌인 2016년 풀뿌리 컨퍼런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개인적인 참가 소감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언약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 신영복 교수의 글로 대신하고 싶다.



시카고 타임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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