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엄청난 과오를 범했다

브렉시트’ 예상밖에 통과
대영제국이 큰 일을 저질렀다. 세계를 향해 못할 짓을 했다. 지난 주는 전 세계의 이목이 온통 영국으로 쏠렸다. 이 나라가 과연 EU(유럽연합)로부터 탈퇴를 할 것이냐? 아니면 잔류할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국이 EU 탈퇴(브렉시트-Brexit; British exit)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 (Referendum) 결과는 탈퇴 52%(17,410,742표), 잔류 48%(16,141,241표)로 나타났다. 약 130만 표의 근소한 차이가 역사의 운명을 바꾸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는 탈퇴지지,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잔류를 선택했다. 영국판 남북현상이다.

예상 밖으로 영국이 EU와 43년간 잘 지내다 가슴 아프게 올해 ‘이혼’을 선택한 것이다. 영국은 전에도 이와 같은 ‘전과’가 있다. 1961년 EU의 전신인 EEC(유럽 경제공동체)에 가입할 때도 국민투표를 실시했는데, 가입 찬성이 60% 이상으로 통과됐다. 이번과 정반대 현상이다. 마치 미국이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예상 밖의 트럼프를 선택한 것과 마찬가지로, 영국민의 과반 수 이상은 사후 파장을 성찰하지 못하고 경솔하게도 이성을 잃고 감정에 치우쳐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다.

물론 영국의 국민투표는 미국의 대선과 방법상 큰 차이가 있다. 영국은 ‘남느냐?’(remain) ‘떠나느냐?’(leave)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Should UK remain a member of the European Union? Should UK leave a member of the European Union?” 그 밖에도 영국은 단순한 찬반투표, 미국은 인물을 뽑는 선거인단 투표라는 점도 크게 다르다. 또 인종 구성도 판이하게 다르다. 영국은 백인, 미국은 히스패닉과 흑인이 케스팅보트라는 점도 큰 차이다.

투표 하루 전까지 ‘잔류’ 확신
당초 여론은 EU 탈퇴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대, 투표를 일 주일 앞둔 16일 잉글랜드 지방 한 도서관에서 강력한 잔류 지지자인 콕스라는 여자 국회의원이 유권자들과 만나고 있던 중 반대파 괴한한테 피살되는 사건이 터졌다. 민감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피격 여파는 투표 연기론까지 제기되고, 콕스 의원 동정심리가 작용, 여론이 반전세를 보였다. 도박사들은 90% 이상이 잔류파의 승리를 점쳤고, 투표 하루를 앞둔 여론도 52%대 48%로 잔류파의 승리를 예상했다. 낙관론이 지배적이자 세계 금융시장의 흐름에도 변화의 기운이 감돌았다. 증시는 폭등했다. 미국의 다우지수는 200포인트대까지 올랐다. 출구조사까지 탈퇴파의 패배를 보도했다. 그런데 막상 표를 깨고 보니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올 해 한국 총선에서 야당승리와 미국 트럼프의 약진과 같은 현상을 빚었다.

신고립주의 ‘트럼프’와 일치
트럼프는 영국이 EU 탈퇴를 결정한 날 자신의 골프 사업장을 둘러보러 마침 스코트랜드를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트럼프는 “영국민은 위대한 결정을 했다’고 언급해 유유상종을 과시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 이민을 받지 말자”는 트럼프의 주장이 브렉시트에 영향을 주고, 브랙시트 탈출이 11월 미국 대선에 상승효과를 낸다면, 이 도도한 시대의 흐름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기대가 만만치 않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저소득 저학력 층의 노동자와 복지혜택에 의존하고 사는 노년층, 그리고 기득층의 개혁을 바라는 일부 젊은이들의 좌절과 분노의 폭발 때문이다. 특별히 이민과 난민문제와 관련, 영국이 EU로부터 얻는 이득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EU 국가들의 대량 이민 유입과 근래 터키를 비롯한 중동의 난민 사태는 영국 근로자들의 생계를 위협했다. 저임금을 마다 않고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 하지만 EU에 속해 있는 한 외국인 유입을 거부할 수가 없다. 정부는 EU에 내야 하는 부담금 때문에 복지혜택이 상대적으로 줄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작년 한 해 영국에 33만 여명의 이민자가 들어왔다. 2000년대 들어서 현재까지 폴란드인만 100만 명이 영국으로 이민을 왔다. 이슬람 국가인 터키가 조만간 EU에 가입하면 영국은 이민자의 천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TV매체 토론을 통해 확산되었다. 이민자 때문에 집 값이 치솟고 주택난까지 야기하는 등 사회문제도 심각했다. 2007-2008년 금융위기 이후 EU 경제가 악화되자 위기의식은 더 확대되었다. 여기에 전통적으로 대영제국(BK-British Kingdom)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영국은 독일이 이끄는 유럽통합에 대한 회의적 국민정서도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우려되는 후유증과 불확실성
EU 주요 4대국 중 하나이며 세계 경제규모 5위인 영국의 EU 탈퇴는 경제보다는 정치적인 충격이 더 심각하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불확실하고 불안하기는 하지만,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주가가 20% 떨어질 것이라는 등 과장과 허풍은 사실상 일어나지 않았다. 2007년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리만 부라더스 당시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그때는 다우지수가 하루에 1,000포인트를 하락하기도 하고 500포인트를 반등하기도 하는 등 널뛰기를 하는 바람에 투자가들을 미치게 했다. 이번에는 첫날 다우지수가 600포인트대 떨어지고 둘째 날도 300포인트대로 하락, 이틀간 1,000포인트대 낙폭에 근접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G7의 중앙은행장 등이 나선 소방작업 노력의 결과로, 삼 일째부터는 300포인트에 가까운 반등을 보여 패닉은 없었다. 투자가들의 공포를 안정시켰다. 영국은 EU에는 가입했으나 ‘유로 통화존’에는 가입하지 않고 ‘파운드’를 사용해 왔기 때문에 세계시장에 미친 영향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파장을 일으킬 지는 아무도 모른다. 영국은 경제악화가 예상된다. 파운드화 가치는 이미 11.5%나 떨어져 31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는 위축될 것이며, 유럽금융 중심지로부터의 지위도 상실할 것이다. 2년내 일자리는 50만 개가 사라질 것이고, 국내총생산(GDP)은 3.6% 낮아질 전망이다.

스코트랜드 독립 추진 혼란
국내 문제로, 스코트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의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 추진 움직임이 큰 정치적 혼란을 야기할 것 같다. EU 탈퇴가 도미노 현상을 일으켜, 27개 회원국 중 프랑스나 네덜란드, 스웨덴 등 타국으로 확대 되어 유럽연합이 와해 위기의 대혼란이 야기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일어나서는 안 될 최악의 시나리오다. 영국수상 케머런이 자신의 사리사욕과 오직 당선만을 위한 브렉시트 공약은 대실수였다. 한 순간의 지도자의 오판은 이렇게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연합은 탈퇴하고 단일시장에는 남고 싶어하는 영국’에 대해 ‘체리피킹’(이득만 취하는 행위)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대선을 앞둔 미국민에게도 큰 교훈이 되어야할 것이다. 국제정치에 폐쇄적인 고립주의와 국가 간 개인 간 부의 안배를 처방하고 치료할 세계 지도자들의 현명한 노력이 절실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시카고 타임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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