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오늘 새벽 일어나 어두운 창밖을 내다보니 또 엄청나게 눈이 쏟아졌다. 이제 ‘바람의 도시’ 시카고는 ‘눈의 도시’ 시카고로 별명이 바뀌어야 될 것 같다.

세상에 낭만적이며 시적 대상으로 환영받는 순결의 상징인 하얀 눈은, 이 고장의 불청객 괴수가 됐다. 우리 마음에 어둡고 검은 악마로 중단없이 쳐들어 오고 있다. 소금에 찌든 더러운 눈이 일상을 괴롭히고 있다.

지난 주 우리동포 사회에 바람처럼 나타났다 눈처럼 사라진 한 ‘사나이’가 있었다. 한 쪽에서는 품위 있는 보수주의자, 합리주의자, 정의의 사도, 행복한 이상주의자 라고 부른다. 또 한쪽에서는 종북주의자의 대표, 정치권에 기생하는 좌익, 줄 잘못 섰다 망한 기회주의자, 북한에 대해 침묵하는자 라는 표식이 붙기도 한다. 한편 한국에서는 뜨는 스타, 특히 젊은이들한테 인기가 많은 사람이다.

표창원그는 과연 누구인가?

그는 평안도가 고향이며, 피난 나와서 경북 포항에서 출생했다. 경찰대 교수로 있다가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 표현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사표를 제출하고 현재는 ‘자유인’으로 강연과 토크쇼, 집필 활동을 하고, 아직 정치 입문에는 관심이 없다며, 외국에 나와 공부를 더하고 싶은 의욕을 보였다.

표창원씨가 지난 주 방미 초청 순방 중 시카고에 와서 ‘한민족을 위한 행복과 정의’라는 주제로 시국 강연을 했다. 그를 대하는 동포사회의 시각도 첨예하게 갈라져 있다. 신문사들이 요즈음 경영이 어렵다고 하는데, 표창원 광고를 거부하는 아이러니를 보이는가 하면, 기사 한 줄 써 주지 않은 인색한 신문도 있다. 아무리 그들의 고유 권한인지는 몰라도, 독자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태도 같아서 씁쓸하다. 이런 처사가 과연 언론의 사명과 역사 앞에 떳떳한지 따져봐야 할 일이다. 어느 ‘논객’은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며,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매도하고 민망할 정도로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언론자유의 무책임한 횡포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 동포사회가 한국의 망국적 이념논쟁으로 언제 이렇게까지 분파된 적이 있었는지 걱정이 앞선다. 미국의 매카시즘은 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이날 강연장에는 평통 회원도 몇 명 나와서 표 교수의 이야기를 들었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끼리 자꾸 이념과 종북논리에 함몰되어 싸우면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김정은 뿐이다.

나는 표창원 교수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했고, 강연장에도 나가서 이야기를 듣고 왔다.

부흥사 처럼 언변의 은사를 타고난 사람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강연을 들었다. 어린 시절 책을 많이 읽었다는데, 내용은 심도 있고 해박했다. 누구를 직접 대고 욕하거나 비판하지 않았다. 합리적이며 역사의 혜안을 지녔다. 도산 안창호나 백범 김구 선생, 김수환 추기경을 존경하는 사람답게 정직하고 역사의식이 투철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가난과 가정불화로 인한 한을 지녔고, 정의감에 용감한 만큼 연민도 품었다.

부모님 사이 다툼이 많았다며, 독서가 어린 그를 행복으로 통하는 문으로 인도했다고 실토했다. 그 중 ‘셜록 홈스’시리즈를 가장 좋아하고 열심히 읽었다. 복잡한 범죄사건을 풀어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지켜내는 ‘셜록 홈스’는 그의 영웅이고 멘토였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그의 생활기록부에는 ‘정의감이 남다르고 용감함’ 이라는 문구가 항상 따라다녔다고 한다. 정의는 그때부터 그와 떨어질 수 없는 숙명이었다.

고등학교 때 ‘흡연실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학급의 3분의1 가까운 친구들이 흡연을 해서 단속하는 선생님들이 골치를 썩혔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학교에 흡연실을 설치해 양성화해 달라”고 제안했다. 표창원 학생은 교무실로 불려갔다. 공수부대 출신 담임은 그에게 “너의 용기와 정의감이 참 좋다. 하지만, 행동하기 전에 네가 옳다고 느끼는 것이 보편적으로도 옳은지 깊이 생각해 보는 습관을 갖기 바란다.”고 말했다. 매 맞는 줄 알고 불려간 학생은 행복했고, 선생님의 사려깊은 가르침은 그로하여금 평생 인생지침으로 삼았다고 했다. 이날 강연의 화두는 정의와 행복이었다. 행복한 사람만이 정의를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칠흙같은 암흑을 깨어 있는 사람들이 정의의 눈사태로 막아내어 너그럽고 행복하게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인간은 돈이 많아야 행복한 것이 아니고, 사회 정의가 구현될 때 행복한 것이라고 표 교수는 못박았다. 하버드 대학 조사에 의하면 한국사회는 74%가 불공정 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갑질’ 즉 ‘갑’의 지위를 이용, ‘을’에게 횡포가 심하기 때문이다. 사법정의를 망가트리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병폐를 개선해야한다. 그러나 그는 대한민국 미래에 희망이 있다고 낙관한다. ‘사람’이 희망이라는 것이다. 파렴치범이 된 채동욱 총장, 권은희 과장, 윤석열 검사, 안녕하십니까의 고대생 주현우군 모두가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표 교수가 시카고에 떨구고 간 씨앗은 명확하다. 희망적인 한국미래에 대한 진단이다. 그래도 한민족이 여기까지 오게된 힘은 국민과 시민들의 힘 때문이다. “정의는 때로는 천천히 오지만 반드시 온다”는 메시지다. 일찌기 백범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부강한 나라가 되기보다 아름답고 문화로 행복을 주는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고 국민에게 고했다.

설날 표창원 교수를 만나 한식당에서 떡만두국을 함께 먹으며 멀리 고국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우리는 고려대학교 김준엽 전 총장이 그의 저서 ‘장정’ 3권에서 개발독재에 의한 민주화의 역행을 우려하며 “세계사의 전개과정을 통해 진리와 정의와 선을 마침내 실현해 내는 역사의 신이 존재한다고 나는 굳게 믿는 사람이다”는 글에 함께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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