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한 민심, 역사를 새로 썼다

성난 민심은 참으로 무서웠다. 사이비 거짓 정치가들이 불의와 부정을 밥먹듯 자행하고, 현 정권은 근로자 보다 재벌위주 경제로, 정경이 유착되어 서민경제를 도탄에 빠뜨렸다. 국민들에게 천문학적 가계부채를 안겨 주고, 일하고 싶은 청년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엄정 중립을 지키면서 정의와 약자편에 서야할 일부 언론은 정치와 유착, 기득권 사수에 혈안이되어 곡필로 역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후퇴 시키는데 공모했다. 언론의 탈을 쓴 기회주의자들은 권력기관과 ‘뒷거래’까지하며 출세가도를 달리면서 양심의 가책도 없다. 그래도 말없는 다수의 국민은 묵묵히 참았다. 바보 처럼 당하면서도 때를 기다렸다. 하지만, 인내에도 한계가 있는 법, 대한민국 국민은 2016년 4월 13일,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고.
‘3월1일’ 처럼, 4월19일 처럼, 6월29일 처럼. 5월18일(광주)처럼, 올해 4월 13일(총선) 처럼.

여소야대, 3당체제로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서 더민주당 123석(13석), 새누리당122석(17석), 국민의당 38석(13석), 무소속 11석 (0석), 정의당6석(4석) (괄호안은 비례대표 의석)을 차지했다. 문재인 대표가 이끌던 야당이 ‘제1당’이 되었다. 국회의장도 그들의 몫이다.

16년 만에 여소야대의 3당구도가 재현됐다. 야당 의석 수를 다 합치면 167석 이나 된다.

작년 말, 대권 야망을 갖고 있는 안철수가 민주당을 탈당하고 야당이 분열되자, 여당인 새누리당은 총선거에서 압승을 예상했다. 야당의 분열은 여당에게는 패배할 수 없는 절호의 기회였다. 독자 개헌이 가능한 최고 200석을 꿈꾸었다. 못해도 180석은 얻어 국회선진화법을 없앨 수 있다고 교만하고 자신만만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2가지 악재에 직면했다. 안으로는 공천파동이 태풍을 몰고왔다. 밖으로는 문재인 대표가 백의종군 하면서 지난번 대선에서 박근혜 핵심참모 였던 김종인을 대표로 영입해 난파직전의 더민주당에 안정을 가져다 주었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천정배와 김한길 공동대표는 적극적이었으며, 국민의당 대주주인 안철수 공동대표는 처음부터 소극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안철수의 ‘강력한 리더십’이 성과를 거둔 셈이다. 만약 후보 단일화가 성공했다면, 더민주는 단독으로 의석 과반수인 150석을 넘었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야권 분열로 국민의당(안철수 대표)이 수도권에서 약 15%의 야권표를 가져갔다.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결정적 참패는 실은 내부의 악재 때문이다. 공천과정에서 보인 박근혜 대통령의 상식을 벗어난 노골적인 정치 독단은 결국 준엄한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선거 전부터 국회와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한 그에게, 국민은 심판의 대상은 국회와 야당이 아닌 바로 ‘당신’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말 잘 듣는 친박 사람은 공천, 말 안 듣고 저항하는 사람은 낙천, 여기에 대표적인 케이스가 진영과 유승민 ‘학살’이다. 이 둘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자’의 낙인이 찍혀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유승민은 무소속으로 75%의 지지를 받고 당선, 새누리당에 복당 신청을 했다. 귀추가 주목된다.
그들은 국민을 바보처럼 얕잡아 보았지만 국민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앞으로 박 대통령과 새누리 당이 국리민복의 정치를 하려면 우선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된다.

고정 메뉴 북풍 색깔론 힘 못써

48년 정부수립 이후 이승만 독재와 군사독재는 물론, 총선에서 여당이 진다는 것은 이변이다. 질 수가 없는 것이다. 분단국의 숙명이다. 반공법의 존재는 야당에게 불리하다. 여당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막강한 경찰과 검찰이 철퇴를 휘두른다. 평화통일을 부르짓다 사형선고를 받은 조봉암은 분단정치의 희생자다. 김대중도, 노무현도 ‘좌파’나 ‘빨갱이’로 몰면 힘이 빠진다. 새누리 김무성 대표는 이번 선거 지원유세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통진당과 연대를 한 좌파라고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새누리당은 전교조, 세월호, 정신대, 국정교과서를 이념논쟁으로 몰고갔다.

선거 때만 되면 ‘북풍’이 분다. 이번엔 중국 저장성 낭보의 북한 경영 류경식당서 종업원 13명이 8일 집단 탈출 했다는 사건을 이례적으로 조사도 제대로 안 하고 하루만에 전격 발표했다. 그러나 ‘북풍’은 더이상 약발을 받지 못했다. 여당이 질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지역구도로 볼 때, 여당은 보너스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여권인 영남에서는 약 70명의 국회의원을 뽑는다. 야권인 호남에서는 약 30명을 뽑는다. 여당이 프리미엄 40명을 갖고 출발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큰 이변이 생겼다.

지역주의 벽에 균열 생겨

“우리가 남이가”로 대표되는 망국적인 지역감정이 이번 선거에서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좋은 현상이다. 희망적이다. 대구 수성에서 사상 처음으로 더민주 후보인 김부겸이 여당의 대통령감 후보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게 압승을 했다. 3번 째 도전에 성공한 것이다. 파이오니어로 입지가 강화된 그는 야당 대선후보 반열에 끼게 되었다. 수 십년 동안 여당의 아성인 부산과 경남에서 10여 명 이상의 야당의원이 당선되었다. 이번 선거의 하이라이트 중에 하나다. 좀 더 설명을 붙이면, 부산 18곳 중 더민주 5곳 승리, 경남16곳 중4곳 야당 승리, 울산 6곳 중 2곳 노동자 대표 진보계 승리, 한편 전남에서 1명, 전북에서 1명이 새누리당 간판으로 승리 했다. 민주주의 발전에 고무적인 현상이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박 대통령 무엇을 잘못 했는가?

박 대통령은 그녀의 아버지인 박정희가 멘토다. 두 대통령의 공통점이라면, 강력한 리더십과 애국심이다. 그는 나라를 위해서 멸사봉공 하겠다는데, 무엇을 잘못했다고 반대하며 야단이냐고 반문할 지도 모른다. 더구나 그는 양친을 불행한 역사의 제물로 잃고, 국가와 결혼을 했으니, 처자식을 가진 다른 대통령처럼 부정부패나 치부로부터 자유로웠다. 그래서 국민은 3년 전 정직한 그를 대통령으로 선택했고, 기대도 컸다. 그런데 임기 시작하면서 인사가 만사라고 제일 중요한 인사문제가 망사가 되었다. 수첩 인사로 인재폭이 좁다보니 총리 하나 존경받는 인물을 발탁하지 못했다. 유신 헌법을 만들고 정치공작에 능한 김기춘과 같은 사람이 비서실장으로 중용됐으니, 대통령은 국민과는 자꾸 멀어져갔다. 국무회의도 소통이 없이 일방적 지시로 일관되며 장관들은 받아쓰기에 여념이 없다. 기자회견을 1 년에 한 번 갖기가 힘들다. 대화의 상대가 되어야할 야당은 심판의 대상일 뿐이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박 대통령 통치의 최대 실책은 민주주의의 후퇴다. 국정교과서의 강행, 국민과 합의 없는 위안부 협상, 국가 권력의 무능과 무책임을 보여준 세월호사건, 메르스 늑장 대처 등 등.

해결책은 대통령부터 달라져야

민심은 천심이다. 국민은 이번 20대 국회에서 박 대통령을 준엄하게 심판했다. 탄핵 수준의 ‘형벌’이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독선과 불통의 오만한 정치를 해왔다. 그런데, 선거 후 청와대와 박 대통령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국민들의 이런 요구가 나타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총선 결과에 대한 단 두 줄짜리 청와대 대변인의 입장이다. 사돈 남 말하듯 부실한 태도다. 선거 후 닷새 만에 수석비서관회의에 나온 박 대통령은 ‘ 이번 총선 결과는 민의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하는 계기가 됐다”

뉘앙스로 봐서 리럭턴트(Reluctant-마지못해)한 반응이다. ‘민의를 받들어’ 라는 말을 했으나, “세계 경제 침체와 북한의 도발 위협 등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사과와 반성의 말은 한마디도 없어 국민을 실망시켰다. 국민은 박 대통령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한다. 만약 박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 했는지 모르고, 국정 스타일을 바꾸지 않겠다면 그 화는 온전히 국민이 치러야 할 비극이다. 그리고 그는 MB 정권과 함께 이어서 ‘잃어버린 10년’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시카고 타임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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