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 20대 총선 후진성

국민 경시한 ‘보복 정치’심판해야
해방 후 건국이래 국민의 선량을 뽑는 20번의 총선을 치르면서, 2016년 4월 이번 총선이 질적 수준에서 볼 때 사상 최악의 선거라는 부끄러운 사태를 빚고 있다. 의원 자신들도 ‘X판 5분전’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할 정도니 얼마나 한심한 지경인가. 보복, 배신, 학살, 역린, 밀실, 독선, 패권, 김무성 대표의 옥새 반란, 공천내전, 진흙탕 싸움, ‘김무성 죽여버려!’ ‘곱게 미쳐라’ ‘대통령 저격 포스터’등등 난무하는 막말들이 섬뜩하다. 미국서 막말로 말썽 많은 트럼프는 점잖은 편이다. 우선 여당인 새누리당의 경우, 김무성 대표는 상향식 공천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하지만, 선거에 개입해서는 안 될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심복을 공천관리 위원장에 앉혀놓고 미운털이 박힌 정적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대통령을 향해 바른 말을 하고 정책을 반대한 TK(대구)의 유승민 의원이 대표적인 피해자다. 보이지 않는 밀실의 지령을 받은 공천위원장은 친이명박계와 체제에 저항한 비박계를 무더기로 낙천 시키고 그 자리에 고분고분하고 말 잘 듣는 친박계를 정직과 신인이란 미명 하에 대거 공천했다.유승민 의원을 제거하기 위한 고사 작전으로 결국 그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공당의 권력을 사유화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정치 혐오를 갖게 한 현 정권은 이번 총선에서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정권 심판론, ‘야당분열’로 힘 못써
사실 이번 총선은 임기 2년을 남겨놓고 있는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는 중간선거의 성격을 띄고 있다. 따라서 진정한 민심이 반영되도록 투표를 많이 하러 선거장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 민심과 선거 결과가 어긋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정치에 실망한 많은 국민들이 아직도 누구를 찍을까? 결정하지 못했으며, 차라리 기권을 하겠다는 층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선거 1주일을 앞둔 시점에서 부동층이 30%나 된다니 국민의 고민도 얼마나 심각한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여당만 국민의 눈살을 찌프리게 하지는 않았다. 혼란스럽기는 야당도 마찬가지다. 선거 임박해서 민주당으로부터 천정배, 김한길과 함께 분당을 이끈 안철수의 경우는 지도자로서 말과 행동이 너무 다르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과 합당했다면서, 선거 막판에 손 한 번 같이 들어주지 않고 미국으로 날라왔을 때부터 나는 그를 다 알아봤다. 탈당 명분은 혁신과 정권교체라면서 문재인에 대한 반감과 대권 욕심에 눈이 어두워 당을 쪼겠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안철수 당에는 대구의 더민주당 김부겸 같은 의원 하나 없다. 그런데 수도권에서 존재조차 미미해 당선되지도 못할 후보를 잔뜩 공천했다. 그 밥에 그 나물이거나 듣도 보도 못한 인물들이다. 박빙의 여당 후보를 이롭게 한 국민의당의 안철수를 보통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다.

신뢰와 객관성이 생명인 여론조사라는 것이 하루가 다르게 들쭉날쭉 한다. 선거를 열흘 앞둔 한 신문조사에 의하면 새누리112, 더민주 35, 국민의당 11곳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일 주일 전쯤 또 한 일간지는 새누리 77, 더민주 35, 국민의당 20곳의 우세를 보도했다. 여당의 독주다. 하지만, 최근 종합 판세분석에 의하면, 서울서 새누리 우세가 13, 더민주 우세가 8이다. 야권분열로 인한 현상이다. 그런데 야권 단일화 때는 새누리 13 무변동, 더민주 35로 대역전이 가능하다. 단일화는 물건너갔고, 경합지가 27곳이라니 올 총선 결과는 뚜껑을 열 때까지는 안개 속에 갇힐 것 같다. 야당이 정권교체(국회)를 이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친다면, 그 원인 제공자는 바로 안철수다. 안철수는 후보 단일화를 처음부터 강력하게 반대했다. 원대한 역사의 나아갈 길을 망각하고 근시안적 사리사욕에 혈안이 된 그들이 범한 우를 투표를 통해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판세로는 국민의당은 ‘호남당’의 한계를 못 벗어날 것 같다. 이는 한국 정치가 풀어야 할 망국적인 지역감정 타파에 역행하는 서글픈 현상이다.

“여야 몇 명 당선될까?” 관전 포인트
스포츠도 그렇고 정치도 그렇다. 백중세의 경쟁을 관전하는 입장에서는 참 재미가 있다. 최근 남자 대학농구 결승전에서 47초를 남겨놓고 빌라노바에 74대 71로 3점 뒤지던 노스 캐롤라이나 팀이 3점 슛에 성공, 극적으로 74대 74로 동점을 만들었다. 게임 잔여 시간은 4.7초 남았을 때다. 연장전으로 가는 줄 알았다. 빌라노바의 젠킨스의 공이 멋있게 공중으로 떴고, 버저가 울리고, 기적적인 3점 슛이 들어갔다. 빌라노바 대학이 77대74 ‘버저비터’(buzzer beater 마지막 순간 역전승)로 31년 만에 우승을 한 순간이다. 승자는 기뻐서 울고 패자는 슬퍼서 울었다.

미국 대선과 한국총선에서 누가 승자의 눈물을 흘릴지 흥미진진하다. 위스콘신 경선의 여론조사는 샌더스 47대 힐러리 45로 백중세였다.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57대 43으로 샌더스가 압승했다. 100여개 회사가 쏟아내는 한국의 여론조사는 더 종잡을 수가 없다. 대표적으로 새누리당의 조사 발표를 살펴보자. 선거전이 시작되기 전 더민주당에 탈당 사태가 이어지고 문재인이 코너로 몰리자, 새누리 당은 그 반사 이익으로 180석 이상을 내다봤다. 문재인이 대표에서 물러나자, 200석 운운하는 전망도 나돌았다. 이렇게 되면 여당은 국회선진화 법도 폐기할 수 있고, 개헌도 마음대로 추진할 수 있다. 문재인이 당을 떠나면서 정체성이 다른 예상외의 인물인 김종인을 영입했다. 더불어 민주당이 좀 안정을 찾았다. 새누리 당은 당의 전망치를 180에서 의석 전체의 과반수인 150석으로 줄였다. 물론 여기에는 새누리당의 공천 파란, 특히 유승민 의원 고사작전, 비박계 제거, 김무성 대표의 옥새파동 등 악재가 이어져 민심을 크게 잃었기 때문이다.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새누리당 자체 여론조사에서는 150석은 커녕 135석 안팎에 그칠 수 있다는 경종이 울렸다. 지난 19대 때 전체 투표율은 54%, 60세 이상 투표율은 약 70%다. 새누리당이 지지층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엄살’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지만, 압승을 예상했던 새누리당에 위기의식이 팽배한 것만은 사실이다. 내 개인적으로 당락에 관심이 있는 후보는 안철수(노원병), 정동영(전주 국민의 당), 김부겸(대구 수성), 유승민(반박), 진영(반박), 손수조(박근혜 키드), 오세훈(전 서울시장), 이해찬(전 총리), 양향자(전 삼성 상무), 표창원(전 경찰대 교수) 정종섭(진박), 김진표(수원), 노희찬(정의당) 등등이다.

재외국민 한국정치 참여에 대한 시비
나는 이중국적을 찬성한다. 재외동포도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의 재외국민 투표율은 41%다. 등록 유권자 15만4,217명 중 6만 3,797명이 투표를 했다. 한편 미주에서 비례대표에 출마한 사람은 10여 명이 되지만, 당선권에 든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진안순 시카고 한인회장이 새누리당 43번에 들기를 했으나, 당선권은 20번까지 가능하다. 그러니 20대 임기 중 승계는 기대 난망이다. 진 회장의 비례대표 진출 의사에 대해 동포사회에 찬반이 분분하다. 인간의 정치적인 ‘스테이터스 모비리티’ (status mobility)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런 선택은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나는 굳이 이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국 정계진출은 진 회장 개인의 뜻이지, 한인사회의 콘센서스(동의)와 무관하다. 이런 원론적인 차원에서는 논쟁할 여지가 없다.

다만 도덕적인 차원에서, 한인사회 봉사를 위해 한인회장에 나왔다면서 그 동안 마음은 뽕밭에 가 있었는가? 라는 오해를 살만하다. 그런 면에서 한인회장단의 반대 성명에 대해 사전협의가 없었음을 사과하고, 또 진 회장이 직접 비례대표 공천입장을 기자회견 형식으로 발표한 것은 잘된 일이다. 미주 인사로 한국 정계에 진출한 사람은 유신정권 때 동부지역 인사가 있었다. 그 후 유재건, 박지원 의원 등이 YS, DJ와의 인연으로 해서 국회에 진출했다. 미주를 방문하는 한국의 대통령들이 동포사회에 하는 이야기는 “이곳에서 훌륭한 시민으로 살아달라”는 것이다. ‘짝사랑’하지 말라는 부탁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인회장과 한국정계 진출은 양립할 수 없다. 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포사회 화합을 위해서도 한인회장은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리다. 이념 대립은 분쟁의 소지가 크기 때문에 바람직스럽지 않다. 재외동포사회의 정치적 지향은 보수, 여당이 아닌 진보, 야당이 다수다. 지난번 19대 총선과 대선 결과가 잘 말해준다.

총선의 새누리당 득표율은 40.1%, 민주통합당은 35%, 통합진보당 14.4%, 다시 말하면 여당40%, 야당이 49,4로 많았다. 2012년 대선의 경우, 박근혜 42.8%, 문재인 56.7%로 이 또한 야당 지지세가 강했다. 미주 한인사회 이념과 한인회장의 한국지향적 이념이(야당이건 여당이건) 상반될 때 갈등과 분란은 필연적으로 생기기 마련이다.

한국정치가 혼탁하고 타락해 어지럽다. 해외 동포사회의 대의원을 맞을 만큼 준비가 되어 있지도 않다. 그렇다면 동포사회는 과연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문제에 대한 성찰과 고민은 앞으로 4년 동안 우리 동포사회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시카고 타임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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