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2월 들어서 수퍼 보울 게임을 친구들과 함께 보면서, 구정잔치에 초대 받아 음식을 나누면서, 우리들의 화제는 단연 미국 대통령이었다. 힐러리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것인가? 공화당에서는 누가 이길 것이냐?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어느 당의 누가 선택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에 대한 대답을 하려면 미국 대선 장정의 출발점인 지난주 아이오와 코커스와 이번 주 화요일(9일) 실시된 뉴헴프셔 프라이머리와 다음주 20일의 네바다 코커스와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프라이머리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오와서 힐러리와 크루즈 승리

미국은 19세기까지 거의 모든 주가 폐쇄적 코커스 방식을 통해 대통령 후보를 선출했지만, 1905년 위스컨신 주에서 개방형 프라이머리가 도입됐다. 하지만 여전히 당 지도부가 밀실에서 합종연횡에 의해 대통령 후보가 결정됐다. 프라이머리는 20세기 초반 진보시대(Progressive Era)의 산물이다. 이 제도는 1910년 서북부의 오리건 주에서 처음 실시돼 1920년까지 20개 주로 늘어났다. 그 후 침체기를 맞아 1960년대까지 10여개 주에서만 시행돼 오다가 1968년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예비선거 강화 권고를 많은 주가 받아들인 결과 공화당도 뒤따르면서 현재와 같은 체제가 갖춰졌다.

아이오와 주는 일리노이 서편에 위치한 인구 310여만 명의 작은 주이다. 가도 가도 끝없이 옥수수밭만 있고 유명한 것이라고는 아는 사람만 알고 있는 후버 대통령과 배우 존 웨인의 고향, 불륜의 열애 소설의 명소인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그리고 전국 유력일간지 디모인 레지스터(Desmoines Register), 명문 인문대학인 그린넬 칼리지(Grinnell college) 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왜 4년마다 미시시피 강가 촌구석이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는가? 대통령 예비선거의 첫번 째 코커스(Caucus)가 있기 때문이다. 노년층과 농부가 많은 아이오와는 인종이나 경제적으로 가장 동질적인 주 가운데 하나지만, 전통적으로 유권자의 정치적 수준과 관심이 가장 높은 주이다. 이곳을 보면 미국 대선 표심을 미리 볼 수 있다. 지난 8번의 선거에서 이 주에서 이긴 6명의 후보가 대선에 진출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샌더스 돌풍 힐러리 대세론 제동

그 동안 민주당은 ‘힐러리 대세론’에 밀려, 대적할 만한 후보자가 없었으나 작년 8월부터 다크호스로 등장한 버니 샌더스에 대한 젊은이들의 돌풍이 양자 대결 구도를 만들어 냈다. 아이오와 코커스 민주당의 결과는 클린턴 49.8%, 샌더스 49.6%로 함께 골 라인에 들어온(Photo Finish) 무승부였다. 공식 집계는 0.2% 차이로 힐러리가 이겼다고 발표했다.

절대 강자가 없기는 공화당도 마찬가지다. 공화당은 트럼프가 이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크루즈가 이겼다. (크루즈 28 %, 트럼프 24 %, 마르코 루비오23%) 기독교 복음주의의 아성으로 보수색이 짙은 아이오와 주민들은 트럼프 보다 극우파인 티파티 소속의 크루즈를 선택했고, 민주당은 사실상 50대 50으로 무승부라고 언론은 보도했다. 클린턴은 8년 전 오바마에게 당한 패배를 설욕한 것이고, 질 것을 예상했던 샌더스는 선전했다. 그의 승리 요인은 진정성과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일관된 신념을 지켜온 것이 점수를 땄기 때문이다.

샌더스는 뉴헴프셔와 이웃인 뉴잉글랜드의 버몬트 주에서4선 시장, 8선 하원의원, 2선 상원의원으로 34년 간 봉직한 무소속 직업정치인이다. 그동안 무명인사로 있다가 이번 대선에는 민주당후보로 출마, 75세 라는 고령에 대기만성의 스타가 됐다.
공화당의 코커스는 이변의 연속이었다. 일반이 예상했던 정치 명문가 젭 부시의 대망론은 초반부터 순식간에 사라져 16명의 후보자 중 바닥을 기었다. HP 회사의 최고 여성 경영자 칼리 피오리나는 지난해 첫 TV 토론 후 32%의 지지를 받고 반짝한 후 사라졌다. 점잖게 잘 생긴 흑인 의사 벤 카슨도 초반 각광을 받다가 이제 존재감을 잃었다. “맥시코 국경에 ‘만리장성’을 쌓고 그 경비는 멕시코 정부가 부담하게 하자” “불법 체류자와 이슬람 이민자들을 추방하겠다” 등 등 사려 깊지않은 막말을 뱉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미친X’ 이라고 비웃음을 당하던 도널드 트럼프는 2등으로 건승했다.

주마다 당마다 복잡한 선출 방식

미국의 선거제도는 정말 복잡하다. 각 주마다 방법이 다르고, 민주 공화 당도 서로 차이가 난다. 국민 직선제인듯 하지만 실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간선제이다. 각 주가 정해진 선거인단을 뽑는 방법도 ‘승자 독식’ 일 수도 있고, 득표비율에 의한 ‘배분제’일 수도 있다. 현재 미국은 예비선거 과정에 있다.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예비선거이다. 다음 3번 째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와 네바다 선거다. 다음달(3월1일) 미네소타, 콜로라도 등 14 개 주가 걸려있는 ‘수퍼 화요일’이 끝나면 본선에 나갈 인물의 윤곽이 대충 드러난다. 따라서 제일 먼저 예비선거를 치른 아이오와나 뉴헴프셔는 4년 마다 한 번씩 세계뉴스의 각광을 받을 뿐만 아니라, 주의 위상을 높이고 선전과 홍보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만, 6월쯤 예비선거를 치르는 후발 주자인 주는 관심권 밖으로 쳐지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주는 정치적 영향력을 증대 시키기 위해 예비선거 날을 갈수록 앞당기는 추세다.

긴 마라톤과 같은 미국 대선은 각 당의 후보를 지명하는 전당대회를 거쳐 ‘11월 첫째 월요일이 들어있는 주의 화요일에’(금년은 11월8일) 국민들은 차기 대통령을 뽑는 대통령선거를 하게 된다.

이번 뉴헴프셔 프라이머리는 당원끼리만 투표를 하는 아이오와 코커스와 달리 일반 유권자들도 참여하는 선거라서 본선의 흐름을 더 잘 예측할 수 있다. 그래서 샌더스의 약진, 힐러리의 참패, 트럼프의 압승은 그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뉴헴프셔, 샌더스와 트럼프 압승

뉴헴프셔 프라이머리는 민주당의 샌더스와 공화당의 트럼프가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결과는 양당의 두 후보가 2등과의 표 차가 너무 커서 충격적이었다. 공화당은 트럼프 35%, 존 케이식16%, 테드 크루즈 12%로, 아이오와 1등서 3등까지가 뉴헴프셔서 모두 바뀌었다. 민주당은 샌더스 60%, 힐러리38%로 격차가 20% 이상을 나타냈다.

AP 통신은 한 마디로 “워싱턴 정가 기득권 세력에 대한 미국민들의 분노의 표시다”라고 지적했다. 그 동안 무소속 정치인으로 활동한 샌더스와 정치 초년생 트럼프의 첫 승리는 아웃사이더의 승리다. 뉴햄프셔는 ‘악명 높은’ 성차별, 인종주의자, 외국인 혐오자를 선택했다. 트럼프는 뉴헴프셔 승리로 공화당의 대표 주자로 면모를 과시했다. 또 소득 불평등 개선, 최저임금 15달러, 건강보험제도 확대, 부자 조세개혁, 대학등록금 무상, 거대은행 해체, 월스트리트 규제 를 주장하는 사회주의자를 선택했다. 특히 샌더스는 풀뿌리들이 헌금한 ‘27달러’의 정치자금이 기적을 일으켰다.

다음 주 이들이 여세를 몰아 3번 째 격전지인 사우스 캐롤라이나와 네바다에서도 승리하고, 수퍼 화요일도 석권하고 양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누가 당선 되어도 2016년, 세계 최대 자본주의 민주국가인 미국은 무혈 명예혁명에 성공했다고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시카고 타임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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