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양 대법원장

백년의 삶, 백년의 꿈


2003년 1월 13일, 하와이에서는 미주 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식이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그때 하와이로 달려가 역사적인 기념식 행사에 참석했던 감격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11년의 세월이 흘렀다. 미국 정부가 이 날을 기해 ‘미주 한인의 날’을 선포한지도 9년이 되었다.

올해 미주 한인 이민 111주년과 미주 한인의 날 9주년을 기념하는 뜻 깊은 행사가 하와이를 비롯해 시카고 등 여러 곳에서 진행됐다.

이야기를 미주 한인 이민 100주년인 11년 전 2003년 호놀루루로 돌려보자.

수구와 폐쇄로 기울어 가던 대한제국, 백년 전 그 겨울에, 겔릭(Gaelic)호를 타고 제물포항을 떠나 20여 일 항해 끝에 미지의 신천지에 내린 102명의 용감한 개척자들을 기리기 위해 거행된 뜻 깊은 행사에 참석한 나는 감동의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가진 것이라고는 맨손에 정신력뿐, 칼같은 사탕수수 뽑으며 피 흘린 거친 손, 뙤약볕과 채찍을 인고로 이기고 광복과 자식교육에 몰두했던 흰옷 입은 선각자들을 떠올리면서 숙연함을 금치 못했다.

이제 그 피땀의 결실인 ‘백년의 삶’은 그윽한 향기 뿜으며 '백년의 꿈’으로 비상하고 있다.

개척의 1번지 하와이 땅은 이제 농노의 한이 서린 남의 땅이 아니라, 벅찬 희망으로 다가선 우리의 땅임을 웅변하고 있다. 하와이 주민들에게 가장 존경받고 있는 인물은 문대양 하와이주 대법원장이다. 그는 농노 이민의 3대로 우뚝 서 있다. 빅 아일랜드의 민선시장 해리 김도 사탕수수밭의 후예다. 하와이주 검찰총장 데니 현, 미스 유니버스 부르크 이양도, 한국 젊은이들의 롤 모델인 실비아 륙도 한국계이다.

통칭 7만명의 하와이 한국인들은 각계 각층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거액의 사재를 희사해서 100주년 행사를 필생의 사업으로 여기고 헌신한 김창원 기념 사업회 총회장의 아버지도 겔릭호 출신이고 어머니는 ‘사진 신부’였다.

이들이 낯설고 물선 척박한 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민들레와 겉은 강인한 생명력과 용감한 개척정신 때문이다. 그들의 불굴의 의지는 미주 땅에 200만 명이라는 거대한 뿌리를 내리게 했으며, 이를 시발로 세계 방방곳곳에 한국인이 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뻗어 나갔다.

‘대한민국’의 일대 장엄한 서사시를 기록한 것이다. 진취적인 개척정신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민족의 저력은 바로 기독교 정신에서 나왔다. 초기 이민자들은 그들의 공동체로 교회를 세우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금을 했다. 자식들에게 철저히 기독교 교육을 시켰다. 기념식에서 주제 강연을 한 문대양 대법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교회 나가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 였습니다. 정직 근면 겸손을 강조했던 아버지는 거만한 사람을 제일 싫어했지요. 주일학교 교사, 성가대원, 신도회장 등 교회 봉사에 열심이었던 아버지의 일화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내가 12살 때 아버지 가게에서 일을 도와주고 있는데, 하루는 한 소년이 가게에 들어와 고민스러운 얼굴로 물건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소년에게 무엇을 사려고 하느냐고 묻자, 소년은 어머니 날 선물을 찾는다고 했습니다. 얼마 후 소년은 여자 손 지갑을 들고 와서 얼마냐고 물었지요. 아버지는 소년에게 얼마를 갖고 있느냐고 묻자, 소년은 65센트가 전부라고 대답했습니다. 아버지는 그 물건 값이 마침 65센트라면서 소년에게 지갑을 팔았지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실제가격은 2달러 50센트짜리였습니다. 나는 그 때 소년이 행복한 표정으로 가게를 나가던 뒷모습과, 잘 가라고 아이를 바라보면서 즐거워 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평생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아버지의 사랑의 가르침이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문대양 대법원장은 말했다. 오 헨리의 동화와도 같은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인생 교과서처럼 잔잔한 감동을 안겨 준다. 역경을 딛고 성공한 삶의 역사를 되돌아 보는 100주년은 우리의 응집력과 각성의 계기를 마련했다.

100년의 삶이 100년의 꿈으로 이어지는 2003년은, 도약의 이정표가 되어야 하는 특별한 뜻을 지닌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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