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39대 대통령의 인간 승리

세계의 민주주의와 인권위해 헌신

2천 년대를 보내면서 신문의 연말 특집 기획기사로 ‘20세기 위대한 인물’을 다룬 적이 있다. 과학자이며 인본주의자 아인슈타인, 비폭력주의자 간디, 아파르트헤이드(인종차별) 민권운동가 만델라, 생명사상가며 의사인 슈바이처, 성녀 테레사 수녀 등 등. 이들의 공통점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 봉사다. 21세기 초반 이들과 견줄만한 현존 인물을 고르라면 나는 주저 없이 미국 제 39대 대통령을 역임한 지미 카터를 떠올리게 된다.

카터는 1924년 10월11일 조지아 주의 애틀란타에서 150마일 떨어진 플레인스(Plains) 라는 인구 700 명 내외의 작은 마을의 땅콩 농장 주인이면서 조지아 주 의원의 아들로 태어났다. 150년 동안 조상 대대로 살아온 이곳을 카터는 ‘천당’(Heaven)이라고 불렀다. 그는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미국 대통령의 자리를 퇴임한 후의 삶이 재임시절 보다 더 존경을 받고 있는 대통령으로 유명하다.

1976년부터 1981년 1월까지 백악관의 주인으로 그의 이상이기도 한 세계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 증진을 위해 헌신한 대통령이었다. 그렇지만 국내외적으로 불어 닥친 각종 악재 때문에 재임 중의 업적은 형편 없는 대통령으로 평가를 받았다. 2차 석유파동으로 인한 경제악화로 높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이자율 폭등 등등이 서민경제를 괴롭혔다. 외교적으로는 실용적 차원을 바탕으로 중국과 국교정상화, 소련과의 전략무기협정(SALT),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략에 대한 보복으로 모스크바 올림픽 불참, 파나마운하조약, 캠프데이비드 협정 체결 등 성과를 거두었다.
캠프데이비드 협정은 카터와 이집트의 사다트 대통령, 이스라엘의 베긴 수상 등 3자가 미국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 모여 역사적인 중동 평화협정에 서명한 것을 말한다. 이러한 성과는 이란의 주미대사관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사태로 인한 미국민의 자존심 상실과 국내 정책의 실패에서 비롯된 국민의 불만과 겹쳐 퇴색되었다. 결국은 공화당 레이건에게 현직의 잇점에도 불구하고 무능한 정치가로 재선에 실패하고 퇴진한 대통령이다. 그는 불명예스럽게 백악관을 떠났다. 그 때 카터의 나이는 불과 56세의 젊은이였다.

재임시절 보다 은퇴 후 더 빛나
타고난 천성이 정직했고, 18살 때 해군에 입대한 후 현재도 주일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카터는 대통령일 때도, 은퇴 후 재야에 있으면서도 평생 ‘인권외교’를 표방하고 세계도처에서 억압에 신음하는 민중들에게 신선한 복음을 전하는 평화의 사도로 존경을 받고 있다. 세계 분쟁지역의 해결사로 동분서주했다.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북한을 3차례나 방문했다. 김일성과 담판을 해 북핵위기를 수습하고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의 정상회담을 성사 시켰다.(김일성 사망으로 남북정상회담 불발). 파나마로 달려가 불법선거를 감시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네팔에서도 선거감시를 했다. 네팔에는 2만여 명의 티베트 난민이 거주한다. 카터는 티베트 난민 유입을 저지하라는 중국의 압력에 굴하지 말라고 네팔정부에 촉구해, 중국에 미움을 샀다.
나는 이 대목에서 시리아 난민 유입을 개방한 메르켈(ANGELA MERKEL) 독일 총리의 얼굴이 떠올랐다. 타임 잡지는 2015년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로 메르켈을 뽑았다. 카터는 니카라과를 찾아가 미스키토 인디언을 그들의 조국으로 돌려보내는데 성공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정부와 인민 해방 세력과의 협상을 중재했다. 한국을 찾아가 박정희 대통령에게 민주화를 촉구했다. 그는 인류의 평화적인 공존공영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세상을 누볐다. 백발 노인 카터는 청바지를 입고 아이티 지진현장에 달려가 구호활동을 펴는가 하면, 애틀란타 야구장에서 관중들과 앉았다 섰다 하면서 두 손을 높이 들고 응원을 하는 멋진 노신사다.
69년을 함께 해로한 부인 로잘린과1982년 ‘카터센터’를 설립했다. 이 센터에는 대통령 도서관, 박물관, 싱크 탱크, 국제원조기구 등의 시설과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 나는 내 생전에 그의 고향인 플레인스의 땅콩농장과 카터가 다니는 마라나타 침례 교회, 그리고 카터센터를 꼭 방문할 계획이다. 그가 쓴 책에 싸인은 받았지만, 아쉽게도 그를 만났거나 함께 사진을 찍은 적은 없다.
카터 대통령은 부인과 함께 현재 도움을 필요로하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국제적 비영리단체인 해비테트(Habitat) 운동에 참여해 망치를 두드리며 사랑의 집짓기 봉사를 하고 있다. 90 노인의 대단한 열정이다. 암 투병 중인 지난 달에도 멤피스 테네시에서 흰색 보호모를 쓰고 허리에 가죽 벨트를 두른 카터의 모습이 AP등 뉴스에 보도됐다. 그는 기자에게 “나이가 들수록 더 감성적이 된다. 새 집을 얻은 사람에게 집 열쇠와 성경을 넘겨줄 때가 가장 기쁜 순간이다”라고 말했다. 카터 재단은 1984년부터 31년간 무주택자에게 집을 지어주는 해비테드 운동에 동참해왔다. 카터는 그 동안 한국을 비롯해 14개국 약 4천 개의 사업장에서 일해 500만 명에게 도움을 주었다.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재임 중 국민들의 인기도 없던 대통령이 퇴임 후 2002년 노벨 평화상까지 받는 최고의 대통령이 됐다. 부르킹스 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카터는 처음부터 ‘전직 대통령’이었으면 더 좋을 뻔했다”라고 익살을 부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대통령으로서 미국을 섬기면서 실천하려고 노력했던 카터는 노벨상 수상자리에서 “하나님이 나를 미국 대통령에 당선시킨 건 대통령을 마친 다음에 시키고 싶은 일이 있어서다. 그것은 바로 봉사활동이다”라고 말했다.

암치료 받고 기적적으로 완쾌
카터는 ‘Metastanic Melanoma’ 라는 일종의 피부암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이것이 악화돼 간암이 되었다. 그리고 지난 8월부터 간암이 뇌로 번져 그 동안 방사능 치료와 함께 면역성을 높여주는 실험용 새 약을 복용해 왔다. 의사들도 이 약의 효과에 대해서 반신반의했다. 카터에게 Merck’s 회사에서 나온 ‘키트루다’(Keytruda)라는 약이 효험을 보게 된 것이다. 방사능 요법으로 암세포를 제거하고, 약해진 면역체계를 ‘키트루다’가 다시 활성화하는 기능을 수행해 몸의 다른 부위에 암이 재발하지 못하도록 방지했다. 세계 최대 제약회사인 파이저(Pfizer)도 ‘Opdivo’라는 이름으로 동종의 면역약을 개발했다. 그를 치료한 에모리대학 의료진은 “91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신체를 유지했기 때문에 이와같은 기적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 20명이 넘는 손주 중 제이슨이라는 손자는 할아버지의 ‘Cancer Free’(암 완쾌) 라는 말을 듣고 기자들에게 “우리 할아버지 머리에 암세포 없대요” 라고 기쁜 소식을 전했다. 의사 말대로 카터의 몸이 나이에 비해 건강하다고 했다지만, 믿음이 부족한 내 개인적인 생각에도 카터가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고 무엇보다 기도를 많이 드렸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과 봉사 앞에 암도 굴복

지미 카터에 대한 칼럼을 쓰면서 카터로부터 우리가 배워야할 것이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그 답은 한 마디로 ‘카터 처럼 살자’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 퇴임 후 약 30권의 책을 저술했다. 2006년 ‘America’s Moral Crisis’(미국의 도덕 위기)를 출간해 그래미 상을 수상했다.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카터처럼 많은 책을 내지는 못한다. 그는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영광을 성취했고, 노벨상을 타기도 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카터를 닮을 수 있는 길은 어떤 것일까?

사랑과 베품의 삶을 살자는 것이다. 단순하면서 긍정적 사고와 믿음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여기에 균형 잡힌 식사와 운동이 따라야 한다. 새해부터 실천하자. 내가 내 삶의 주인이다. 100세를 향해 달리고 있는 카터는 사랑을 실천하고 봉사하면서, 만년에 피부암에 걸렸다. 이것이 간과 두뇌에 전이되었으니 사형선고를 받은 셈이다. 그러나 그는 신앙으로 암을 극복했다. 4개월 전 뇌에서 악성 흑생종 4개가 발견되어, 처음에는 몇 주 밖에 못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놀랄만큼 마음이 편안하고 낙관적이며 의사치료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암 발표 기자회견에서 그는 “나는 멋진 삶을 살았고 사람의 생명은 하나님의 손에 달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준비가 돼있고 이제 새로운 모험을 기대하고 있다”고 감정을 절제하고 담담하게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사설을 통해 “품위있는 대통령의 귀감이 되고 있다. 암 치료과정을 통해서도 카터답게 ‘침착한 용기’의 모델을 보여 줬으며, 병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영감과 용기를 줄 것이다”라고 극찬했다. 이렇게 참 생명의 의미를 알면 죽음의 두려움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카터는 우리에 가르쳤다. 지미 카터의 인간승리는 인류에 크나큰 은총이다.



본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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