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고 있네요

책을 읽으며 긴 편지를 쓰는 계절
어느덧 10월 상달이 가고있다. 아름다운 봄 5월이 어제인듯 한데, 벌써 겨울의 문턱인 11월이 오고있다. 숲은 아름다운 단풍으로 변하고 땅에는 낙엽이 딩군다. 아! 가을인가요. 생명의 조락을 보면서, 서가에서 꺼내 읽은 시집이 가을의 입김을 불어넣어 준다.

“주여 어느듯 가을이 왔습니다
지나간 여름은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눕히고
광야로 바람을 보내주옵소서
그리고 밤중에 눈을 뜨고
책을 읽으며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나뭇잎이 떨어질 때 불안스러이
가로수가 나란히 서 있는 길을 혼자 거닐것입니다” (릴케의 시).

하늘 높고 말 살찌는 계절의 초목이 누렇게 시드는 쇠락을 조망하면서, 성숙과 함께 무상함을 되씹게 된다.
올해도 두 달 밖에 남지 안았다고 생각하니, 초조함과 다가올 ‘인생의 낙엽’에 두려움이 찾아온다. 말없이 윤회를 거듭하는 세월 속에 묵묵히 인생을 배우며, 멀어진 책과 가까워져야 하는 등화가친의 계절이 찾아왔다. 책을 벗하면서 정신을 살찌우게 하고, 멀리있는 친구에게 소식을 전하는 일이 깊어가는 가을 밤 우리들이 해야할 도리가 아닐까? 피천득의 ‘편지’ 처럼 물위에 던지더라도.

“오늘도 강물에
띄웠어요
쓰기는 했건만
부칠곳 없어
흐르는 물 위에
던졌어요”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뒤뜰에 나가 이름 모를 새 소리의 오케스트라를 들으며 안 사람과 함께 두 노인네가 즐기는 커피의 향기가, 바로 법정스님의 ‘텅빈충만’의 가을 맛이 아닐까?

“이제 내 귀는 대숲을 스쳐오는 바람소리 속에서, 맑게 흐르는 산골의 시냇물에서, 혹은 숲에서, 우짖는 새소리에서 ‘비발디’나 ‘바하’의 가락보다 더 그윽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빈 방에 홀로 앉아 있으면 모든 것이 넉넉하고 충분하다.
텅 비어있기 때문에 오히려 가득찼을 때 보다 충만한 것이다”

지금 보타닉가든은 국화 꽃바다
지난 주말, 보타닉 가든을 다녀왔다. 한 주일에 몇 번씩 가던 공원이지만, 북 쪽으로 이사를 온 후에는 멀어서 자주 못 가고 있다. 사람들이 붐볐다. 나 처럼 올해 공원에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온 사람들도 많았으리라. 된 서리에 장미도 다 졌다. 로즈 가든을 빛내던 ‘잉그리드 버그만’ 이름을 가진 빨간 장미도, ‘마릴린 몬로’ 이름을 가진 노란 장미도 사라졌다. 칸나와 백일홍, 데이지, 그리고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이 아직 피어 있었지만, 만추의 꽃은 역시 국화(Mum)다.
사방이 국화로 단장을 했다.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 국화라면 떠오르는 시인이 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밤부터 소쩍 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걸작 시를 쓴 서정주이다. 문학성으로 보면 기가 막힌 시이지만, 그의 행적은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시인은 80년대 초 생존 시 시카고를 방문한 적이 있다. 나는 그와 인터뷰를 했다. 당시 노 시인은 “전두환 대통령을 욕하지 마라. 그는 하늘이 낸 위대한 대통령이다”이렇게 말했다. 정이 뚝 떨어졌다. 그의 인격과 사상은 말할 것도 없고, 전 국민이 애호하는 그의 시 ‘국화 옆에서’도 혐오감이 생긴 것이 당시 솔직한 고백이다. 그러지 않아도 그는 일제 때 젊은이들에게 대일본제국의 수호를 위해 군대에 나가라는 격문을 쓰기도했다.
이 가을 시카고 구세군은 음악을 통해 우리들의 삶이 더욱 풍성해 지기를 바란다며, ‘가을, 인생, 그리고 음악 콘서트’를 가졌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비롯해 주옥 같은 추억의 노래가 가을 밤을 적셨다고한다. 우리 공동체는 이 가을에 미주에서 다른 어느 지역보다 많은 합창제와 음악회를 가졌다. 음악과 가까운 우리 사회는 복된 사회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음악은 침묵 속에서 찾아낸 가락이고,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과 같은 뛰어난 조각품은 침묵의 돌덩이에서 쪼아낸 형상이라고 했던가? 우리는 다가올 침묵의 계절에 의미를 깊이 성찰해야할 것이다.

2015년도 ‘염소의 저주’ 풀지못한 컵스
이번 가을 시카고는 ‘컵스’ 붐이 불었다. 1908년 월드시리즈 우승이후 107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의 꿈을 갖게되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프 진출을 놓고 강적 피츠버그를 꺽었다. 네셔널 리그디비전 시리즈에서 컵스는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정규시즌 100승의 최강적 센루이스도 격파했다. 그리고 더 기대했던 것은 1989년 개봉된 ‘백투더퓨처’ 라는 공상영화에서 2015년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은 컵스라고 점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전력으로 보아 쉽게 이길 줄 알았던 뉴욕 메츠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에서 4패의 굴욕적인 영패로, ‘염소의 저주’를 풀지 못했다. 염소의 저주는 1945년 빌리시아니스라는 사람이 염소를 끌고 와서 컵스 구장에 입장하려하자 냄새 때문에 거절 당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입장 불가의 분 풀이로 “컵스 팀은 다시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악담을 했다. 미신과도 같은 그 저주의 한마디가 2015년 아직까지도 지워지지 않았다. 한참 잘 올라갔다 순식 간에 추락한 컵스의 낭패는 이 가을 우리를 우울하게했다.

올 가을 단풍구경 한국방문 러시
올 가을 동포사회에는 유난히 많은사람들이 한국을 다녀왔다. 만나는 사람마다 갔다 왔거나, 갈 계획이라고 했다. 미국과 한국이 더 좁아진 것 같다. 한국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 65세 이상된 사람이 한국국적을 회복하기 위해 가기도하고, 단풍구경 여행객도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거기에다 비행기 값도 유가 하락과 함께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그 바람에 여행객도 늘었다. 세일 때는 왕복 요금이 500달러 플러스 택스 라고하니 국내선 보다도 싼 가격이다. 문화회관이 밥 돌드(Bob Dold) 연방 하원의원, 딘 아기리스(Dean S. Argiris) 윌링시장을 초청해 한미교류 사절단으로 한국을 방문했는데, 내 아내도 동행했다. 이번 가을 문화회관의 이사장및 회장단 등 여러 사람이 큰 일을 했으며 수고 많이했다. 나는 2주 동안 ‘홀애비’가 되어, 아쉽고 불편했지만 ‘잔소리’로 부터 해방되어 자유스러웠다. 그래도 귀가하는 날, ”귀가 환영. 집 처럼 편한 곳은 없다”라는 글을 벽에 써 붙여놓고, 머리맡 테이블에는 빨간 장미 한 송이를 꽂아놓았다. 올 가을은 이렇게 보내고있다.

욕심 버려야 자유로운 사랑할 수있어
끝으로 이해인 수녀의 ‘가을엔 바람도 하늘빛’이란 산문을 소개한다. “젊은날 사랑의 뜨거움이 불볕 더위에 여름과 같을까, 여름 속에 가만히 실눈 뜨고 나를 내려다보던 가을이 속삭인다. 불볕처럼 타오르던 사랑도 끝내는 서늘하고 담담한 바람이 되어야 한다고...눈먼 열정에서 풀려나야 무엇이든 제대로 볼 수 있고, 욕심을 버려야 참으로 맑고 자유로운 사랑을 할 수 있다고...어서 바람 부는 가을 숲으로 들어가자”
이 가을에 수녀님의 가르침을 명심해야겠다.

본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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