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출마 소동

시카고 다운타운 노른자 땅에 시카고 리버를 굽어 보면서 98층의 트럼프 타워가 있습니다. 시카고 선타임스 신문사 건물을 매입해서 수년 전에 오픈한 트럼프 타워는 콘도미니엄과 호텔을 겸하고 있습니다. 이 건물의 주인인 도널드 트럼프는 처음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짓겠다고 발표했었으나, 9.11이 발생한 뒤 생각을 바꾸어서 윌리스 타워(시어즈 타워) 보다 낮은 2번 째 높은 빌딩을 세웠습니다.

이 건물이 준공 된 뒤 도널드 트럼프는 본인의 이름 “TRUMP”라는 거대한 다섯 글자를 건물 한 가운데 부착했습니다. 람 임마뉴엘 시카고 시장은 건물 표지 글자가 너무 커서 시카고 강 경관과의 조화를 해친다며 글자 크기를 줄여 달라고 요청했으나, 트럼프는 일언지하에 거절하면서 자신이 이 부지를 매입하기 전에 있었던 선타임스는 시카고에서 가장 추한 표지판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하고, “내 표지판은 장엄하고 인기가 높다” 면서 “내 브랜드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있기 때문에” 이 표지판은 시카고를 위해 아주 큰 이득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건물 표지판 사건은 도널드 트럼프의 성격과 스타일을 상징적으로 말해 주는 해프닝입니다. 부동산 사업을 통해 큰 부자가 된 트럼프는 괴팍하고, 무례하고, 자기 도취가 심하고, 과대 망상증에 가까울 정도로 잘난척을 많이 하는 사람입니다. 무엇보다도 황금 지상주의 덫에 걸린 사람입니다. 트럼프 건물 표지판 글자를 무지막할 정도로 크게하는 것도 자기 이름에 도취된 나르시즘 증세와 무관치 않을 수 있지만, 이것이 문제가 되었을 때 말하는 방법 또한 자기 도취 증세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자기 이름 TRUMP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명품이라는 말도 그렇고, 이 이름 때문에 시카고가 자기 이름 덕을 볼 것이라는 것도 도취 증세입니다. 그리고 자기 간판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아무 관계가 없는 선 타임스 신문사를 걸고 넘어지면서 선 타임스 건물 표지판이 “시카고에서 가장 추했다”고 말하는 것도 남을 깎아 내리고 헐뜯기를 좋아하는 그의 성격입니다. 그가 남을 깎아 내릴 때 말하는 것을 들으면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부풀려지고, 그 표현이 아주 과격하고 인격 모독적인 것이 보통입니다.
트럼프의 험담 가운데 정치적 관심을 끌었던 것이 오바마 대통령이 하와이에서 태어나지 않고 켄야에서 태어 났다는 주장과, 오바마의 하바드 대학 성적이 “형편없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하바드 법대를 들어갔는지 모르겠다면서 성적 증명서를 제시하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이었습니다. 하와이 주정부에서 출생증명서를 제시했고, 오바마가 하바드 법대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법대 잡지 편집장까지 했는데도 믿으려 하질 않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삼으면서 오바마가 성적 증명서와 여권 신청서를 제시하면 5백만 달러를 기부하겠다는 원맨 쇼를 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가 다시 세간의 화제에 올랐습니다. 대통령 후보를 뽑는 공화당 예선전에 출마하면서 그가 뱉은 독설이 정치적 독소가 되어 미국 정치를 잠식시키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출마 선언을 하면서 이렇게 기염을 토했습니다. “멕시코가 자기 국민들을 미국으로 보낼 때는 최고 수준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문제가 많은 사람들을 보내고, 이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가지고 온다… 이들은 마약을 가져 오고, 범죄를 가져온다. 이들은 강간범들이다. 이 중에 일부는 좋은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막말을 해도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가 이번에는 풀섶을 지고 불길 속을 뛰어 들었습니다. 이 말을 한 뒤 비판이 빗발치는데도 꿈쩍않고 자신의 말을 정당화하고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 말을 되풀이 하면서 “어느 후보 보다도 내가 멕시칸 표를 많이 얻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서도 그의 과대망상증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로서는 사과를 하거나 발언을 취소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의 과대망상증과 나르시즘이 사과나 취소를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그가 자랑하는 트럼프라는 브랜드의 괴팍성과 가학성이 맛을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란 상표가 합리적이고 인격적이고 정상적이면 경쟁력이 떨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손익계산서에서 적자가 나면 생각을 달리할 것입니다.
트럼프는 돈과 재능을 비정상적, 돌출적으로 낭비하는 사람입니다. 뱃심도 있고, 순발력과 능력도 있으나 가장 기본적인 인격과 상식이 결여되었습니다. 내 돈 가지고 내 마음대로 하는데 누가 참견이냐 하는 태도로 마음껏 사치하고, 마음껏 돈의 위력을 과시하고, 젊은 미인과 결혼하고 이혼하면서 마음껏 즐기고, 비판하는 사람이나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면 사정없이 독설을 퍼붓고, 그러면서도 자기 비위를 맞추거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사람은 강간범이라도 가깝게 지내는 사람입니다.
돈이란 권력을 최대한 휘두르면서 군림하는 것을 만끽하는 트럼프는 돈의 위력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탓인지, 이번에 대통령 출마를 하면서 자기 재산을 90억달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금융 전문가들은 이 숫자는 크게 부풀린 것으로 실제로 40억달러 수준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자기 이름값만 30억 달러가 나간다고 계산했습니다.
이런 류의 사람은 정치를 할 사람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부시 행정부의 핵심 참모였고, 공화당의 전략가인 칼 로브는 트럼프가 대통령 경선에 출마하는 것을 “조크(joke)”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그러나 부인이 멕시칸인 제프 부시 후보만이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했을 뿐 대부분의 공화당 후보들은 트럼프를 비판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트럼프의 독설 반격으로 함께 흙탕물 속에 뒹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돼지와 레스링을 하면 돼지처럼 더러워진다”는 미국 격언을 상기시킨 어느 전략가는 트럼프는 누구든지 자기에게 덤벼들기를 원하고 함께 돼지처럼 싸우기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공화당 후보들이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하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는 트럼프 같은 사람을 지지하는 극우 지지 세력의 영향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들 극우 세력은 공화당의 주류가 될 수는 없지만 공화당을 분열시키고 공화당의 대통령 선거판을 뒤흔들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막말 회오리는 공화당 선거 전략을 일순에 흔들어 버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공화당이 더욱 강하게 트럼프를 비판하고 트럼프의 무지한 인종주의와 지성과 양식의 결여를 질타하지 않으면 히스패닉이 등을 돌릴수 있고, 공화당 이미지가 치명타를 입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손해볼 것이 크게 없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번 발언으로 트럼프는 오히려 자기 지지 기반을 더 탄탄히 재확인 했습니다. 트럼프의 인기가 올라가서 공화당 후보들 가운데 제프 부시 다음으로 2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50대 이상의 백인 보수층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트럼프 현상은 백인 내면 의식을 반영해 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막말은 백인 보수층에 숨어있는 인종주의 감정을 배설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주 적극적으로 트럼프 발언을 지지하면서, 트럼프가 용기있고 솔직한 정치인이라고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공화당 후보가 되는 기적이 발생해도 이런 기형적인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이길 가능성은 더더욱 없습니다. 트럼프 지지 세력이 만만치 않고, 미국 국민 전체로 보면 30%에서 40%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트럼프같은 사람이 이렇게 높은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미국을 위해 불행한 일입니다. 미국의 선진의식과 시민정신이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지지 세력에 힙입어 도널드 트럼프는 “침묵하는 다수”가 자기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일 수가 있습니다. 그만큼 불법체류자 문제는 미국이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짐입니다. 1천2백만명의 불법체류자를 어떻게 할 것이고, 지금도 멕시코 국경선을 통해 계속 불법체류자가 넘어오고 있는 불법체류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명쾌한 답이 없습니다.
트럼프의 망언은 많은 백인들의 이러한 불안 심리, 정치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긁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트럼프 말대로 침묵하는 다수가 트럼프 망언을 수긍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도 미국의 양식과 상식은 이들 침묵하는 다수를 모두 트럼프 지지세력으로 만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미국이 아직 이 수준 까지로 하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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