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모험 ‘이란 핵 협정’

이란 핵 합의안을 놓고,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가 숨가쁜 대결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오바마 대통령 임기 중 최대의 정치 생명을 건 대결이 될 것입니다. 오바마가 지금까지 역점을 두었던 오바마 케어나 이민법 개정보다도 더 어렵고 힘든 이 대결 첫 라운드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일단 무릎을 꿇었습니다.

의회가 30일 간 이란 핵 협정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수정 법안이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통과되고 상원 본 회의에 회부됐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 개입은 행정부의 외교권을 간섭하는 것으로 3권 분립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이란 핵 협정을 와해시킬 수 있기 때문에 완강히 반대했으나, 거부권을 지지해 줄 수 있는 34명의 상원의원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 확실해 지자 의회 법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미국이 영국, 독일,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국과 함께 이란 핵 협상에서 극적인 타결을 한 흥분과 기대가 마르기도 전에 의회의 제동에 걸렸습니다. 의회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익과 생존에 중대한 역할을 할 이란 핵 협상에 의회가 검토와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란과의 핵 협상을 시작한지 12년 만에 미국과 5개국은 지난 4월 2일 이란과 큰 테두리의 틀에 잠정적인 합의를 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6월 말에 마무리 짓기로 했습니다. 아직 손질을 거쳐야 할 것이 많지만, 가장 힘들고 중요한 난제들이 풀렸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합의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핵 협상의 골자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그 대가로 미국과 유럽 연합, 유엔이 이란에 대해 가한 경제 제재 조치를 해제시키는 것입니다. 이란은 우라늄을 추출하는 원심 분리기(centrifuge) 19,000개의 3분의 2를 폐기 처분하고, 향후 15년 간 우라늄을 3.67 퍼센트 이하로 농축하는데 합의, 핵 발전소 연료만으로 사용하고 핵폭탄을 제조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풀루토니엄을 생산할 수 있는 원자로를 해체시키고 국제 원자력기구(IAEA)의 철저한 사찰을 받도록 동의했습니다.

이 잠정적인 합의안은 이란 핵 협상에 비판적인 대부분의 사람들까지 뜻밖이라고 말할 만큼 구체적이고 이란으로부터 대폭적인 양보를 얻어냈습니다. 미국 여론도 이란을 믿기 어렵고,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지는 않는다면서도, 이 협상안을 긍정적으로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정면으로 반대하고, 여기에 미국 내 유태인 세력이 결집되고, 공화당의 보수 강경파가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이 협상안은 암초에 부딪쳤습니다. 거기에다 민주당의 친 이스라엘 세력이 공화당과 손을 잡고, 자기 당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면서 핵 협정이 무산될 상황으로 변했습니다. 유태인으로 민주당의 차기 원내 지도자가 될 것이 확실시 되는 척 슈머 상원의원도 반대 세력에 합류했습니다.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가 대통령의 외교권을 간섭하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했고,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을 번복시키기 위해 필요한 상원의원 3분의 2에 해당되는 67명의 상원의원 확보에 전력 투구를 했습니다. 민주당 반란표가 늘어나면서 반대 세력이 66명까지 올라가고 마지막 1표도 확보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오바마의 승산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반대 세력을 꺾으려면 대통령에게 34명의 상원의원이 필요하지만 오바마는 34명을 지킬 수가 없었습니다.
대통령이 외국과 핵 협상을 해서 협정(Agreement)을 맺는 것은 조약(Treaty)이 아니기 때문에 의회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고, 의회가 간섭할 수 없는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의회가 개입하는 것은 전례없는 일입니다. 전례없는 일을 전례로 만드는 데는 늘 뒷배경이 있게 마련입니다. 이 뒷배경은 미국 내 유태인의 힘과 이들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의 힘입니다.

미국의 중동정책을 바꾸려면 이들을 꺾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아무도 꺾을 사람이 없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중동정책 변화를 모색했고 팔레스타인 정책과 이란 정책에 큰 모험을 시작했습니다. 역사를 긴 눈으로 보고, 미국의 진정한 국가 이익을 위해서는 이란 정책은 물론 중동 정책에 큰 변화가 와야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 엄청난 모험을 하고 있습니다. 그가 선거 구호로 내걸었던 “Change”라는 함성이 이제는 낡고 공허하게 들리지만 지금 오바마가 시도하고 있는 이란 핵 협정은 거대한 “변화”입니다. 이란과 핵 협정을 체결해 세계인의 대열에 합류시키고 미국과의 오랜 적대관계를 푸는 것은 닉슨이 중공과 화해한 역사적 사건에 비견될 만큼 큰 변화입니다.

변화에 대한 맞바람이 워낙 노도같아서 오바마가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자기 나라 대통령에게 알리지도 않고, 자기 나라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다른 나라 수반을 국회에 불러 연설을 시키는 전례가 미국 정치에서는 없었던 일이고, 이 외국 수반이 초청받은 나라의 의사당 연설에서 그 나라 외교 정책을 정면 공격하는 것은 상상키 어려운 전례없는 일입니다. 더욱이 이 외국 수반이 오바마 정부의 핵 협상을 “나쁜 협상(Bad Deal)”이라고 질타할 때 미국의 상하의원들이 열렬한 기립 박수를 보내는 것은 더더욱 상상하기 어려운 전례없는 일입니다.
자기 나라 대통령보다 자기 나라 대통령을 욕하는 이스라엘 수상을 더 열광적으로 칭송하고, 수십 차례 열광적인 기립박수를 하고, 이것을 생중계하는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미국의 지도자가 누구이고, 주인이 누구인가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초청해 연설시키면서 이스라엘 총리로 하여금 미국 정부의 이란 협상을 질타시킨 것은 미국 대통령을 모욕시키고, 국민을 모욕시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인들은 여기에 분노하지 않습니다.

전례없는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상원의원이 된지 몇 달 밖에 안 된 아칸소주 출신의 톰 코튼이라는 극우 공화당 상원의원에게 휘둘려 47명의 상원의원이 이란의 호메이니와 강경 세력에게 “그들과 협상하지 말고 의회 535명과 협상해야 한다”는 편지를 보낸 것은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을 방해하고,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외교권을 먹칠하는 전례없는 탈선, 어리석은 행동이었습니다. 이들의 행동을 국가에 대한 “반역”라고 공격한 것은 지나치게 격한 표현이지만 이들의 행동에는 반역성이 있습니다. 이 반역성 뒤에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미움이나, 인종 편견, 아니면 이스라엘에 대한 편애, 이란에 대한 증오가 있습니다.
이러한 전례없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5개국이 이란과 핵 협정을 잠정 타결하자 반대 세력이 총집결해서, 다시 전례없이 의회가 대통령의 외교권을 간섭하는 법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전례없는 일이 계속 반복 확대되는 것은 이란 문제가 얼마나 민감한 문제이고, 유태인과 이스라엘 힘이 얼마나 막강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정치의 맹목성이 얼마가 깊은지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기 당인 민주당 의원조차 등을 돌리는 현실의 벽을 뛰어 넘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은 아닙니다. 반기를 든 민주당 사람 가운데 이란 핵 협정은 찬성하지만, 의회가 대통령의 과다한 권한을 제한하고 일방적인 협상에 제동을 걸기 위해 의회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생각때문에 공화당 세력과 손잡은 의원이 있습니다. 물론 극소수이지만, 1표가 오바마의 핵 협정 운명을 바꿀 수가 있습니다.
공화당과 일부 민주당 반란 세력은 계속 이란 협정을 반대하겠지만, 의회가 검토 단계를 넘어서 핵 협정을 와해시키려는 법안을 제정할 때 오바마는 거부권을 발동할 것이고, 이 때 거부권을 지켜줄 34명 가운데 이들 극소수 1명, 2명이 합류한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협정을 성사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란 핵 협정을 계속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대안이 없습니다. 결국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협상은 상대가 있고, 협상국이 미국만이 아니고 다른 5개국이 있는데 이스라엘과 유태인 세력에게 백 퍼센트 만족시킬 수 있는 이른바 “좋은 협상”(Good Deal)은 가능치가 않습니다. 완벽하고 좋은 협상만 주장하다 보면 그 사이에 이란은 핵무기를 제조하게 될 것입니다. 이미 문턱에 와 있습니다.

이것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 주장대로 이란과 전쟁이라도 한다면, 미국의 젊은이들을 또 다시 전쟁터로 보내야 하고, 미국의 막대한 세금을 전쟁터에 뿌려야 합니다. 아직 이락 전쟁 후유증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은 다시 명분없는 대리전쟁을 할 여유가 없습니다. 맹목적인 정치인들이 무모한 정치 게임을 하고 있는 지금, 수만 명의 이락 전 부상자들과 가족들이 실의 속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란과 핵 협상은 성사시켜야 합니다.













Content on this page requires a newer version of Adobe Flash Player.

Get Adobe Flash player

Content on this page requires a newer version of Adobe Flash Player.

Get Adobe Flash play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