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야심에 “이메일” 먹구름

2016 년 대통령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 거의 확실시 되는 힐러리 클린턴이 논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힐러리가 국무장관 재직시 정부의 공식 시스템을 통해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고 개인 이메일 주소를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재직 기간 중에 사용했던 이메일을 정부에 반환하지 않고, 개인 이메일 관리 시스템에 그대로 방치했다는 것입니다. 모든 공직자가 공직에 봉직하는 동안 공무에 관해 의논한 서류는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공직을 그만둘 때 반드시 정부에 이관해야 합니다. 힐러리 클린턴은 이 공문서를 정부에 이전하지 않고 1년 이상 개인이 보관하다가 국무부의 요청을 받고 제출했습니다.

침묵을 지키던 힐러리 클린턴은 문제가 확대되자 열흘이 지나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기자 회견을 가진 시기와 장소, 방법도 적극적이 아니라 소극적으로 택해서 기자 회견으로 논쟁이 잠재워지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의문점을 불러 왔습니다. 유엔에서 세계 여성문제 연설을 하는 기회를 이용해 유엔 사무실에서 제한된 시간 동안 기자 회견을 가졌습니다.

유엔에서 기자 회견을 가질 경우, 유엔에서 발급한 기자증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의 쟁쟁한 기자들이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가 없고, 외국 기자들이 많습니다. 힐러리가 기자 회견을 하면서 제한된 질문자 가운데 첫 질문자로 지명한 것도 미국 기자가 아니라, 터키 기자였습니다. 이런 모습들은 힐러리 클린턴이 이메일 문제에 얼마나 민감하고,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위해 애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명쾌하고 거침없이 문제의 본질로 접근하지 않고 축소 외면하려 한다는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힐러리를 따라 다니는 불투명성의 이미지를 더욱 불투명하게 했습니다. 힐러리 남편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에게 오랫동안 따라 다니는 것 중에 하나가 뭔가 감추는 것이 있는 것 같은 비밀주의에 대한 의혹이었습니다.

힐러리가 기자 회견을 한 뒤 타임(TIME)지는 커버 스토리 표지에 “The Clinton Way”(클린턴의 방법)이란 제목 아래 클린턴 사람들은 자기네 식대로 규정을 정한다고 말하고 “이번에 그것이 통할까?”하는 질문과 함께 힐러리를 온통 검은 색깔로 칠하고 힐러리 머리 위에 흰 글자의 TIME 제호 가운데 M을 겹치게 해서 힐러리 머리위에 2개의 뿔이 난 것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힐러리를 “마귀의 뿔”(devil horns) 논란에 오르내리게 했습니다.
힐러리는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공식 이메일 대신에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것은 “편리”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공적인 이메일과 개인적인 이메일을 별도로 사용하는 것 보다 하나로 사용하는 것이 업무를 수행하는데 쉽다고 생각”했으나 “지나서 생각해 보니 처음부터 이메일 주소를 2개 사용하는 것이 더 현명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힐러리는 국무장관 재직시 작성되었던 이메일을 종이에 인쇄해서 국무부에 제출했다고 말하고 개인 이메일은 모두 지웠다고 밝혔습니다. 개인 이메일은 “첼시의 결혼, 어머니의 장례식, 친구들에게 보낸 조문 편지, 요가 일정, 가족 휴가”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고 말하고, 이러한 개인 이메일을 “보관하지 않기로 선택했다”고 설명하고, 이러한 내용들이 “개인적이고 공무와는 상관없기 때문에” 보관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메일 내용이 공적인 것인지 사적인 것인지는 변호사를 고용해서 분류했다고 말하고, 지운 이메일 가운데 공적인 것과 정치적, 개인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있는지를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을 위해 컴퓨터 “서버(server)”를 넘겨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서버는 개인 소유로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이 공무를 개인 이메일로 이용한 것이 법이나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닙니다. 힐러리가 물러난 뒤 현재의 규정은 모든 공직자는 공무에 관한 것을 공적인 이메일 통로를 이용토록 하고 있습니다. 힐러리가 국무장관 재직시는 현재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으나, 오바마 정부는 모든 공직자는 공무를 처리할 때 정부 이메일 주소를 사용해야 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힐러리가 수장인 국무부에서도 이 지침이 하달되었습니다. 힐러리는 자신에게는 이 방침을 적용치 않은 것입니다.
국무장관이 공적인 일에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것이 힐러리가 처음은 아닙니다. 그러나 공적인 이메일 시스템을 무시하고 사적인 이메일 주소만 유일하게 사용한 것은 힐러리가 유일합니다. 개인 이메일을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말한 것이 공무를 개인 이메일 시스템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힐러리가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확실하게 해주는 설명은 아니지만, 공직 생활을 조금이라도 한 사람은 이 규정을 모를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규정을 어기면서 개인 이메일을 사용했을까 하는 질문이 제기됩니다. 자신의 이메일 내용이 공문서에 기록되면 나중에 정치적 반대자들로 부터 꼬투리를 잡힐 수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선택했다는 해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클린턴 가족의 부정적인 이미지 가운데 하나인 비밀주의, 특권의식이나 기득권 의식의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공직자가 정부 이메일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보안 문제입니다. 사이버 테러리스트 정보를 훔치는 것이 심각한 문제로 등장한 가운데 나라의 안보를 담당하는 최고 공직자들의 이메일 정보 관리는 최우선에 속합니다. 힐러리 클린턴이 개인 이메일에 경호 장치가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정부의 최고 보안 장치에는 한참 뒤떨어진 시스템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힐러리는 이메일 내용이 유출되거나 해킹 당한 것이 없다고 하지만 그것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잇슈로 떠오르는 것은 “지워버린 이메일”입니다. 힐러리는 62,320개의 이메일 가운데 공무에 관계된 30,490개의 이메일만 제출하고 나머지는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에 지워버렸습니다. 여기서 석연찮은 의심이 제기되고, 앞으로 힐러리를 성가시게 하고, 그것이 악화되면 정치적 장래에 까지 영향을 줄 것입니다.

힐러리가 개인적인 이메일을 지우는 것은 그의 선택이고 자유입니다. 실제로 개인 이메일 기록을 모두 지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3만개에 달하는 개인 이메일을 깡그리 지운 것은 설득력을 상실시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관했던 이메일을 왜 하필 지금 시점에서 서둘러 지웠을까, 하는 의심을 들게합니다. 회고록도 써야하고 기록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인식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이 개인의 중요한 삶의 흔적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갑자기 없애 버렸을까하는 의문은 정치적 공세가 아니라 상식적인 질문이 됩니다.

공문서를 제출하기 위해 6만여개 이메일을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구별한 방법은 석연치않은 의문을 더욱 크게 해 줍니다. 이메일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변호사를 기용해서 컴퓨터에서 도매 처리를 한 것입니다. 6만개 이메일에다 “.gov”이라는 정부 이메일 주소를 입력시켜서 27,500개를 공적 이메일로 선택한 뒤, 100명에 달하는 미국 관리들 이름을 입력시켜 공적 이메일을 추가 시키고, 최종적으로는 “리비아(Libya)”, “벤가지(Benghazi)” 같은 특별한 단어의 키워드를 입력해서 공적인 이메일을 골라냈습니다.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것은 개인 이메일로 간주해서 모두 지워버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이메일이 지워지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게됩니다. 변호사를 몇 명 더 추가해서 시간을 조금 더 사용하면 이메일 내용을 하나씩 모두 점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서둘러서 졸속으로 도매처리를 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오래전 클린턴의 르윈스키 섹스 스캔들이 불거졌을 때 힐러리의 첫 반응은 “우파의 음모”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파의 음모가 아니라 “클린턴의 거짓말”로 밝혀졌고, 이번 잇슈도 클린턴 사람들은 “우파의 정치적 음모”, “정치적 공격”이라고 하지만,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은 우파가 아니라 ‘뉴욕 타임즈’입니다.

힐러리 이메일이 어떻게 진전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힐러리의 대선 야망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확실치 않지만, 이번 사건이 클린턴 지지자들의 지지 열기를 바꾸지 않을 것은 확실합니다. 관건은 중도적인 독립 유권자들의 표심입니다. 힐러리가 이메일을 지운 것에 대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고, 이메일을 지웠으나 아직 컴퓨터 서버에는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에 서버를 소환하는 문제가 정치적 잇슈로 등장할 가능성도 큽니다. 어쩌면 힐러리의 대통령 야심에 검은 구름이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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