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쉴 수가 없다”

인종 화약고의 불길이 곳곳에서 타오르고 있습니다. 미주리주 퍼거슨(Ferguson)에서 폭발된 인종 불길이 대배심 판결로 폭동화된 후 채 일주일도 못 되어 이번에는 뉴욕주 스태튼 아일랜드(Staten Island)에서 더 크게 치솟았습니다. 이 불길은 로스앤젤리스, 시카고, 워싱턴 등 미 전국의 수십 개 도시로 번지고 있습니다.

17세 흑인 소년 마이클 브라운(Michael Brown)이 경찰 총에 숨졌던 퍼거슨 사건은 총을 쏜 경찰의 기소 여부에 관심이 쏠려 있었습니다. 대배심원이 경찰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분노한 시민들이 항의시위를 하고, 일부는 방화 약탈을 하는 폭력 시위로 변질했습니다. 퍼거슨에 이어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 지역 대배심원도 역시 경찰을 기소치 않기로 하자 시민들의 분노와 좌절은 더욱 커졌습니다.

이 사건의 공통점은 피해자가 모두 흑인이고, 가해자가 백인 경찰이고, 경찰의 과잉 단속과 가혹 행위 가능성이 있고, 두 사건 모두 대배심원에서 백인 경찰을 기소치 않기로 결정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는 흑백 간의 인종 문제와, 범죄 문제, 경찰의 과잉 단속, 사법제도의 문제점, 계층 간의 갈등이 복합적으로 깔려있습니다.

퍼거슨 사건은 많은 논쟁을 야기했습니다. 경찰 측 주장은 흑인 소년이 경찰의 총을 뺏기 위해 폭력을 행사한 뒤 도주하다가 돌아서서 다시 경찰에게 가까이 접근하기 때문에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총을 발사했다는 것이었고, 피해자 측 주장은 흑인 소년이 경찰에 저항하다가 도주할 때 경찰이 총을 쐈기 때문에 더 이상 도망가지 않고 손을 들고 뒤로 돌아섰으나 경찰이 사살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나온 분노의 구호가 “Hands Up, Don’t Shoot”- “손을 들었으니 쏘지 말라”였습니다.

스태튼 아일랜드 사건은 길에서 담배를 낱개로 팔던 흑인 남성 에릭 가너(Eric Garner)를 경찰이 체포하는 과정에서 목을 졸라 죽인 것입니다. 담배를 팔던 가너는 경찰이 접근하자 담배 파는 것을 제지하지 말고 나를 괴롭히지 말라고 말했으나 한 명의 사복 경찰과 세 명의 정복 경찰이 가너를 체포하기 위해 달려들었습니다. 가너가 수갑을 채우려는 경찰에 순순히 응하지 않고 항의를 하자 사복 경찰이 등 뒤에서 목을 조르고 다른 경찰이 팔을 잡고 땅 바닥에 쓰러뜨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에릭 가너는 “I can’t breathe(숨을 쉴 수가 없다)”라는 신음 소리를 9번 연발했고 경찰이 가너를 땅바닥에 엎어 놓고 수갑을 채웠을 때 가너는 이미 질식사 상태였습니다.

퍼거슨 사건은 17세 흑인 소년이 편의점에서 담배를 훔친 뒤 도주하는 상황에서 체포하려는 백인 경찰에게 폭력적인 저항을 한 약점이 있지만, 스태튼 아일랜드 사건은 40대 흑인 남성이 순순히 체포에 응하지 않고 소극적인 항의를 하기는 했으나 경찰을 깍듯이 존중하는 태도를 취했기 때문에 보통 시민 누구나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생계를 위해 길에서 담배를 파는 가난한 저소득층이었고, 경찰이 집단적으로 숨지게 만들었다는데서 시민들의 동정과 호응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스태튼 아일랜드 사건은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버렸습니다. 경찰들이 집단적으로 흑인 시민의 목을 조르는 장면이 휴대 전화로 포착되었기 때문입니다. 스태튼 아일랜드 사건은 퍼거슨 사건에서 경찰 측 증언과 증거만 채택해서 경찰을 불기소한 대배심의 모순과 문제점을 확인시켜 주었고, 퍼거슨 사건에 침묵하거나 경찰을 두둔해 오던 시민들까지 생각을 바꾸게 했습니다.

미주리주 퍼거슨 사건과 뉴욕주 스태튼 아일랜드 사건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퍼거슨 사건은 사건 상황을 찍은 영상이 없기 때문에 진실에 대한 공방전이 있었으나, 스태튼 아일랜드 사건은 명확한 증거가 있다는 것입니다. 명확한 증거가 있음에도 법정에서 백인 경찰을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 인종주의자들과 경찰을 더욱 궁색하게 만들었습니다.

지금 미국은 “Hands Up, Don’t Shoot(손을 들었으니 쏘지 말라)”는 퍼거슨 구호와 “I can’t breathe(숨을 쉴 수가 없다)”의 스태튼 아일랜드 구호가 많은 사람들 가슴에 전달되고 있습니다. 이 구호는 미국의 인종차별과 경찰의 가혹행위에 대한 질타이자 사법제도에 대한 도전의 불길이 되고 있습니다.
거구의 흑인이 경찰 손에 목을 졸리면서 되풀이했던 “I can’t breathe(숨을 쉴 수가 없다)”라는 신음의 절규가 많은 시민들 가슴을 분노케 하고 있습니다. 경찰 본연의 임무가 왜곡되고 탈선했기 때문입니다.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생계를 위해 담배를 팔던 무력한 시민의 신음 소리를 외면하고 죽음으로 내몰게 한 것은 고의적인 살인은 아니지만 용서할 수 없는 살인이 된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Hands Up, Don’t Shoot(손을 들었으니 쏘지 말라)”는 항의는 당사자의 목소리가 아니라 분노한 사람들의 구호지만, “I can’t breathe(숨을 쉴 수 없다)” 절규는 당사자의 육성이었다는 것입니다. 숨을 쉴 수 없다고 한 번도 아니고 9번씩이나 절규하는 시민을 목졸라 죽인 백인 경찰의 비정한 모습을 시민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것입니다.

여기에는 미국의 경찰 문화가 깔려 있습니다. 시민들의 비판에 대해 경찰 노조 간부가 담배를 팔던 흑인이 경찰의 단속에 순순히 응하고 수갑을 채우도록 했으면 죽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것 또한 시민들의 분노를 이해 못하는 경찰 문화의 반영입니다. 이것은 경찰 문화가 얼마나 오만한지를 재확인 시켜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서부 개척사 시대에 법치를 위해 보안관이 가졌던 거의 절대적 권한의 경찰 문화가 오늘의 미국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술 취한 시민이 파출소를 부수거나, 시위대가 경찰을 폭행하는 것을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경찰에 말대꾸나 항의를 하거나, 저항이나 반항을 하면 가차 없이 수갑을 채우고 총까지 쏩니다. 경찰 공권력이 지나칠 정도가 아니라 독재적인 수준입니다.

경찰이 자신들이 과오를 숨기고 은폐하기 때문에 공식 숫자가 축소되고 있지만, 1년에 경찰 총에 맞아 죽는 시민이 1천명에 이른다는 비공식 집계가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오하이오주에서 12세 흑인 소년이 공원에서 장난감 권총을 가지고 병정놀이를 하는 것을 주위 사람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장난감 권총을 진짜 총으로 오인하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사살했습니다.

뉴욕주 스태튼 아일랜드 사건이 나자 빌 디 블라시오 뉴욕 시장은 기자 회견에서 흑인 부인과 사이에 태어난 자신의 17세 된 아들에게 경찰을 만났을 때 절대 항의하거나 휴대 전화를 손에 들지 말라는 주의를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흑인 얼굴 빛깔의 아들이 백인 경찰에 불행한 일을 당할 수 있는 것을 염려해서 한 말이었습니다. 백인 시장이 백인 경찰의 표적 단속과 차별을 공개적으로 말한 이 지적은 시민들에게는 공감을, 경찰에게는 분노를 일으켰습니다.

흑인 운전자가 백인 운전자보다 불심 검문을 당하는 확률은 5배가 넘고, 뉴욕에서 불심 검문 대상자 90%가 흑인이나 라티노이고, 이들의 90%가 무죄라고 합니다. 이러한 차별 단속이 흑인들 가슴에 축적되고 분노로 응축되면서 어떤 계기가 있으면 폭발하게 됩니다.

이러한 비극이 더 큰 분노를 유발시키는 것은 이것을 수습하는 사법제도의 맹점에 있습니다. 평소에 범법자를 체포하는 것이 경찰이고 이들을 기소하는 것이 검찰이기 때문에 인종차별은 더 많은 흑인과 라티노를 감옥으로 보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퍼거슨이나 스태튼 아일랜드 사건처럼 경찰이 가해자나 범법자가 되고 흑인이나 라티노가 피해자가 됐을 때 검찰은 경찰을 제대로 기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대배심원과 유죄 여부를 결정하는 배심원 구성에서 백인이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백인 경찰이 기소되어 유죄를 평결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경찰 문화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모든 경찰이 “바디 카메라(body camera)”를 부착해서 경찰의 과잉 차별 단속을 방지해야한다고 강조하고, 뉴욕의 디 블라시오 시장은 경찰의 재훈련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경찰의 고압적인 문화에 변화가 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강압적인 경찰 문화가 인종주의와 결합되면서 미국의 흑백 문제를 더욱 분열적이고 극단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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