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의 새로운 좌파 세력

수년 전 아이들과 동성애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했더니, 큰 아이는 제 얼굴을 쳐다보면서 “리얼리(Really)?”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이예요?” 하는 의미 속에는 지금 시대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데 아직도 반대하느냐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막내 아이는 한층 더 강하게 저를 비판하면서 “만약 제가 동성애자면 어떻게 하겠어요?” 하고 반문했습니다. 저는 그 말에 말문이 막혔습니다. 한인 부모들 가운데는 자녀가 게이(gay, 남자 동성애자)나 레스비안(lesbian, 여자 동성애자)일 경우에 모르고 있는 사람도 있고, 알고 있어도 주위 사람들에게 숨기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코리안 아메리칸 2세 가운데 단 최라고 있습니다. 동성애 운동에 앞장선 단 최는 동성애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육군 중위입니다.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고 이락 전쟁에도 참가했던 단 최 중위는 2009년도에 자신이 게이라고 공개 선언했습니다. 이른바, “Coming out of the closet”, 숨어있던 벽장에서 나온 것입니다. 한인 2세 단 최가 벽장에서 나왔을 때 상당히 큰 뉴스였고 단 최는 군복을 벗어야 했습니다.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Don’t Ask, Don’t Tell)”, 동성애자냐고 묻지도 말고, 동성애자라고 말하지도 말라는 군대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입니다.

군에서 제대한 후 동성애운동에 뛰어 들었던 단 최는 “우리 아버지는 게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큰 죄인일 뿐 아니라, 모두가 지옥에 갈 사람들이고, 에이즈 병균 소지자들”이라고 극력 반대했고, 이로 인해 부모와 3년 간 말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단 최 중위 당사자도 그렇고, 아버지도 그렇고 동성애 일로 말할 수 없는 마음 고생을 했을 것입니다.

한인 가정과는 크게 차이가 있지만 타인종 가정도 자녀가 동성애자가 될 경우 곤혹과 충격을 받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자녀 이기는 부모 없다고, 자녀가 동성애 선언을 하면 부모들은 자신의 가치관을 바꾸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보수주의자인 딕 체니 전 부통령도 딸이 동성애자가 되면서 결국 자신의 생각을 바꾸어 동성애 찬성으로 돌아섰고, 롭 포트맨 연방 상원의원도 아들이 동성애자란 것을 알고 공화당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동성애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지금 미국은 동성애 문화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거대한 가치관의 뱃머리가 방향을 틀고 있습니다. 아마 우리 시대만이 아니라 인류사에서 가장 중요한 의식 문화의 전환 가운데 하나로 꼽힐 것입니다. 단 최 중위가 벽장문을 열어서 군복을 벗었던 때가 불과 5년 전이었습니다. 5년 사이에 동성애 찬반 논쟁은 옛 것이 되고 지금은 동성애 결혼 이슈가 미국에 엄청난 문화 태풍을 몰아오고 있습니다. 동성애 찬반과 동성애 결혼 찬반은 뿌리는 같지만 의미와 여파가 차이가 있습니다. 게이들이 벽장에 숨어있던 시절에는 동성애가 죄악이냐 아니냐, 정신질환이냐 아니냐, 하는 것이 논쟁의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그 단계를 훌쩍 넘어서 동성애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해야하느냐 하는 논쟁이 중심에 있습니다. 이제는 아주 도덕적이고 보수적인 종교인들도 동성애가 죄악이고 정신질환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꺼려합니다. 그런 말을 하면 인권 차별주의자라고 매도되기 때문입니다.

동성애 결혼은 20년 전에는 미국인의 20% 정도, 10년 전에는 40% 가량 찬성 하던 것이 현재는 55%에 이르고 20대는 80%가 찬성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의 찬반 분포도 선거 주민의 성향에 따라 민주당은 아칸소, 웨스트 버지니아, 루이지아나주 등 보수 지역 출신 3명의 상원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동성애 결혼을 찬성하지만, 공화당은 일리노이, 오하이오, 알라스카, 메인주 등 중도 성향 지역 출신 4명의 상원의원만이 찬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 연방대법원 판결입니다. 2주 전 연방대법원은 다소 애매하고 뜻밖의 결정을 했습니다. 인디아나, 유타, 오클라호마, 버지니아, 위스컨슨 등 5개 주에서 동성애 결혼을 금지시킨 법이 위헌이냐를 결정해 달라는 요청을 아무런 설명 없이 고등법원으로 되돌려 보냈습니다. 연방대법원이 심사를 하지 않고 하급 법원으로 반송시키면서 동성애 결혼을 금지시킨 주법이 연방 헌법에 위배된다는 이 지역 연방고등법원 판결이 효력을 발효하게 되었습니다.

연방대법원이 판결을 내리지 않고 고등법원으로 되돌려 보낸 것은 기각과는 달리, 언젠가 필요할 때 판결을 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연방대법원이 판결을 내리지 않고 이렇게 되돌려 보냄으로서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동성애 결혼을 묵시적으로 승인하는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나중에 연방대법원이 이 케이스를 심의 하더라도 이 지역 고등법원 판결로 동성애 결혼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그것을 무효로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연방대법원이 이러한 선택을 하는 것이 시간을 기다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동성애 결혼이 워낙 중대하고 큰 이슈기 때문에 자칫하면 미국을 분열과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어 대세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1973년도에 연방대법원이 낙태를 합법화시킨 후 미국은 낙태 전쟁으로 엄청난 국력을 소모했기에 이런 전례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고 있습니다.

법정 소송으로 현재 동성애 결혼을 사실상 승인한 주가 29개에 이르고 있습니다. 연방고등법원이 내린 판결과 계류 중인 케이스를 종합하면 가까운 시일 안에 동성애 결혼을 허용하는 주가 35개 주에 이를 것으로 보이고 이것은 전체 주의 3분의 2가 되는 것입니다. 이 시점에 이르면 연방대법원이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시켜 최종 마무리를 지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의 가치관, 의식 문화가 분수령을 넘어서는 시점에서 저는 제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정리해야할 지에 오랫동안 고심해 왔고, 지금도 고심하고 있습니다. 제가 동성애를 반대하는 핵심은 동성애가 자연 질서와 순리에 반하는 것이고, 동성애 합법화는 미국의 정신과 문화를 쇠락케 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융성과 쇠퇴는 정신과 도덕, 가치관, 문화에 달려있습니다. 삶이 풍요해지고 물질이 풍성해지면 인간과 체제가 부패하고 타락하기 쉽습니다. 문명이 건강하고 오래 가려면 끊임없는 절제와 균형, 정신의 채찍이 요구됩니다. 동성애는 이러한 조류를 거스르는 실질성과 상징성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문명이 천륜과 순리를 역행하면 소멸의 길로 갑니다. 동성애는 단순히 섹스의 자유나 섹스 상대자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생명을 탄생시키는 자연 질서를 허무는 도전이자 이러한 질서를 바탕으로 이룩한 인간 문명의식을 교란시키는 것입니다.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의 결합이 ‘결혼’이냐 아니냐가 재판이나 여론조사로 결정해야하는 시대의식은 이미 건강성을 상실한 것입니다.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가 생명을 탄생시킬 수 없는 것은 물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거슬러 흐를 수 없는 것처럼 자연의 섭리이자 순리입니다. 인간의 영역이 아닙니다.

신체적 구조가 동성애로 태어나는 사람들이 부당하게 차별 받아서는 안 되고 이들의 존엄성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동성애자가 아닌 사람들과 평등하게 하기위해 동성애 가치관을 정상적인 것으로 인식케 하고, 순리와 섭리를 역행할 수는 없습니다. 동성애 인권을 지나치게 보호하려다 보면 동성애가 되지 않아도 될 사람을 동성애로 만들고, 문화의 핵심 가치관과 가족제도의 근간을 흔들게 됩니다. 동성애 결혼 합법화는 1부1처 가족 제도에 심각한 도전을 가져 올 것입니다. 가족 제도가 흔들릴 때, 섹스 문화나 의식세계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상상할 수 없는 부작용이 문명의 축을 흔들 것입니다.

이민의 나라 미국은 다문화 다인종의 끊임없는 유입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이질 문화와 가치관이 거대한 건국 정신에 융합 수렴되고, 아메리칸 스피릿(American Spirit)으로 승화되었습니다. 이질 문화를 배격하고 차별하는 과오와 진통의 과정을 통해 관용과 포용 문화의 꽃을 피웠습니다. 그러나 미국을 위대하게 했던 관용과 포용, 평등과 자유, 다양성, 다문화가 과용 오용되면서 미국의 쇠퇴를 재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 속에서 청교도적 정신과 건국 정신의 가치를 지켜왔던 미국이 갈수록 달라지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문화의 그레샴 법칙이 기세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거대한 문화의 격랑 속에서 저는 동성애와 동성애 결혼 문제를 어떻게 수용하고 정리할지에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시대의 거대한 물길을 거부할 수 없고, 시대의 조류와 끝까지 불화할 수는 없지 않느냐 하는 현실적 생각은 저로 하여금 동성애 결혼을 받아들이자는 생각으로 기울게 합니다.

그러나 곧바로 제 생각이 뒤집어 집니다. 아니, 그럴 수는 없지, 동성애는 순리의 역행이요, 문명의 쇠락을 가져올 것이 명약관화한데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다시 저를 제 자리로 되돌아오게 합니다. 동성애 결혼이 합법화 되면 미국의 가치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 올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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