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의 새로운 좌파 세력

해외 동포들에 대한 이슈가 있을 때 한국 인터넷 기사 댓글에 미국 동포들을 가리켜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조국을 버린 사람들” 혹은 “도망자들, 도피자들”이란 비하적인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한국 동포들이 미국 동포들을 경멸적으로 사용한 이 말이 듣기에 유쾌한 표현은 아니지만 아주 틀린 말도 아닙니다.

사실, “잘 먹고 잘 산다”는 말이 비하적인 말은 아닙니다. 인식이 그렇게 되었을 뿐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행복을 추구하는 본능을 가졌고, 이러한 심리의 직설적인 표현이 잘 먹고 잘 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잘 먹고 잘 산다는 인간의 본능이 도를 넘어서 자기만을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남에게 상처를 주고, 바른 방법을 택하지 않으면서 이 말은 이기적이고 부패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부정적인 함축성이 많아졌습니다. “도망자”는 아주 부정적이지만 “도피자”란 표현에는 긍정적인 역사가 있습니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외국으로 망명하거나, 정의를 외치다가 신변의 위협을 느낄 경우,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피신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미주 동포들 구성 분포를 보면 잘 살기 위해 이민 온 사람들이 압도적 주류를 이루고, 잘못을 하고 도주한 소수의 도망자들, 그리고 한국 사회의 부조리가 싫거나 한국에서 낙오된 상당수 현실 도피자들이 있습니다. 이들 두 그룹이 미국 와서 택하는 길은 출발부터 확연히 달라질 가능성이 크지만, 이민을 시작하면서 정하는 아메리칸 드림과 삶의 비전에 따라 운명이 달라집니다.

잘 살기 위해 온 사람들은 처음부터 목표가 분명하고 돈을 벌기 위해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미국에 빨리 적응하고, 생활 안정과 물질적 성공을 이루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의 한계는 이기적이고 물질적이기 쉽다는 것입니다. 자기 성공을 위해 이웃이나 사회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 가운데 큰 꿈과 비전을 설정한 사람들은 물질적 성공과 사회적 성취를 이루어 미국과 한국을 위해 크게 공헌하기도 합니다.

도피자들 경우, 한국에서 가지고 온 생각과 모국에서 있었던 일이나 경험이 크게 자리를 잡기 때문에 미국사회에서 성공하고 성취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한국의 독립 운동가들처럼 조국 독립을 위해 미국을 왔던 분들은 미국으로의 도피가 역사에 위대한 공헌을 하기 위한 기회였지만, 오늘의 도피자들은 대부분 불평 불만이 많고, 커뮤니티의 변두리 사람들로 남습니다. 과거를 숨기거나 정당화시키기 위해 명분 있는 일을 만들고, 단체를 만들어 세력을 규합하기도 하는 이들은 정신적인 것, 명분있는 일에 역점을 두고 집념과 열정이 강한 강점이 있습니다.

한인사회는 잘 살고 자기 성공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절대 다수이기 때문에 미국사회에서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는 이민자로 급부상했고, 코리안 커뮤니티는 성공한 소수민족, 모델 마이너리티로 각광 받기도 합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모습의 이면에 숨어있는 물질적, 이기적 성향 때문에 편법에 익숙하고 사회 봉사나 참여성이 결여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이민 1세가 봉착하는 성공의 한계성과 성취의 유리천장에 좌절하면서 커뮤니티 안에서의 분란과 분쟁이 그치질 않습니다. 이러한 한계와 좌절은 일부 사람들로 하여금 한국 정치나 이권에 기웃거리게 하고, 이것을 놓고 싸우게 합니다.

동포사회의 이러한 의식문화는 한국을 보는 시각도 다르게 만듭니다. 성취 욕구와 성공 동기가 강한 대다수 사람들은 한국을 잊고 미국에 적응하면서 삶을 성취하지만 도피자 낙오자 심리를 가진 사람들은 한국 이슈에 지나치도록 민감합니다. 미국에 살면서 모국의 문제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모국에 기여하기 보다는 미국 시민이 되는 길에 장애 요소가 됩니다.

모국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역할과 의미가 달라집니다.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을 당시는 미국 동포사회가 한국 독립운동의 중심적 역할을 했고, 한국이 억압 속에 숨을 쉴 수가 없었던 독재 시절에는 미국 동포들의 격려와 지원이 민주화 운동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북이 적대적인 상황에서 동포사회가 화해와 대화의 첫 교두보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이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한국과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의 당사자가 되면서 미주 동포들이 한국에 기여할 수 있는 명분과 사명의 시대는 종결되었습니다. 이러한 시대 변화는 이상이나 비전을 가진 사람들이 코리안 아메리칸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을 시대적 사명으로 인식하게 했습니다. 한인 2세들에게 코리아의 정신 유산을 전승시키고 미국의 주인으로 공헌할 수 있는 초석을 깔아주는 것이 이민 1세들의 사명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일부 한인들은 이러한 시대 변화를 거부하고 계속해서 한국의 민주화 운동과 통일운동에 잔류했습니다. 민주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남한 정치와 연계를 갖고 통일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북한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남한 정치와 연계한 사람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치 그룹과 흐름을 같이했고, 북한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은 김정일 김정은 사람들로 변했습니다. 한국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은 정치 현실이 그런 기회를 줄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대부분 코리안 아메리칸의 삶으로 돌아 왔습니다.

북한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은 상황이 많이 달랐습니다. 북한은 미국 동포사회에 북한을 대변할 세력과 동포사회에 침투할 수 있는 교두보 세력이 필요했고, 통일 운동했던 사람들은 자신들을 인정해주는 권력이 필요했습니다. 이들 가운데는 사회주의 사상을 가졌거나 민족의 통일에 기여하고 싶다는 순수한 동기로 출발한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계산이 있거나 심리적 배경이 있었습니다.
북한에 살고 있는 가족을 돌보고 싶은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고, 북한과 사업을 하고 싶은 야심가도 있고, 남한에 대한 반감, 소외감, 탈락감을 저변에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의 다수는 남한 사회를 떠나온 도피 심리를 정당화시키는 명분을 얻고, 남한에서 성공할 수 없었던 좌절감, 열등감을 극복하고 싶은 사람들입니다. 통일에 기여한다는 주장은 이러한 포장을 위한 큰 명분이 될 수 있습니다.

북한 체제는 한번 인연을 맺으면 적극적으로 북한을 옹호하고 충성하기를 강요하고, 때로는 그런 함정을 만들기도 합니다. 환갑 잔칫상을 푸짐하게 차려 준다든지, 약점을 잡는다든지, 북한 가족에 특혜를 준다든지, 이산가족 사업의 이해권을 준다든지, 사업가 알선 브로커 역할을 하게하고, 북한을 방문하면 남한에서 받을 수 없는 극진한 대접을 합니다. 이들은 북한을 통해 그들의 새로운 ‘조국’을 갖게 됩니다.
이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한과의 인연도 맺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그동안 숨어있던 좌파 세력이 벽장에서 탈출 선언을 하고 급속도로 세를 증가하면서 이들은 남한 좌파 세력에게도 요긴한 북한 통로가 되었습니다.

동포사회로 부터 “친북 인사” “빨갱이”란 낙인을 받고 철저하게 외면당했던 이들은 70년대부터 1.5세들에게 학습을 시켰고 동포사회에 문화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1세 통일운동 세력은 모두 60대를 넘어 노령화했으나, 이들이 교육시킨 1.5들이 미국의 대학 교수, 목사, 사회 운동가가 되어 좌파 지식인의 대를 잇고, 한국의 좌파들과도 협조를 맺고 좌파 2세들 양성시키기도 합니다.

한국에 좌파 세력이 커지면서 미국 온 유학생, 새 이민자들 가운데 좌파적인 사람들이 급증했고, 이들이 통일 운동 1세대와 1.5세대와 연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합리적인 진보 세력과는 확연히 구별됩니다. 한국에서 미국에 온지 얼마 안 되는 젊은 세대는 한국에서 반미의식을 가지고 온데다가 아직 미국에 정착하지 못했기 때문에 소외감과 탈락감이 심합니다. 이미 안정된 이민 커뮤니티와도 문화의식이 다르고 이들로 부터 외면당한다는 심리가 자기들끼리 결속력을 강화시키고, 친북 좌파 세력과도 교분을 맺게 했습니다. 이들은 미국 사회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열정보다는 한국 정치 이슈와 통일 문제에 관심을 쏟습니다. 미국의 현실이 과거보다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들의 좌절은 자신들의 반미감정을 더욱 견고하게 가속화시킵니다.

최근 박근혜 한국 대통령이 유엔 연설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 여러 지역에서 있었던 시위의 중심 세력이 바로 이들 복합 집단입니다. 오래된 1세 통일 세력과 1.5세대, 한국에서 온 신참 좌파 세력이 규합되어 세월호 참사를 명분으로 거리에 나왔습니다. 이들을 결집시키는데 소셜 미디어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낙오자, 탈락자 심리가 강하기 때문에 투쟁적이고 맹목적, 감정적입니다. 한국과 미국에 대한 좌절이 이러한 성향을 더욱 극단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시위의 구호가 격하고 야하고 욕설 수준이었던 것은 이들의 심리 상태와 시민의식, 삶의 현주소이기도 합니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에 따라 이들은 코리안 아메리칸의 미래에 분란과 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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