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시스(ISIS)

아이시스(ISIS)가 미국의 가슴을 조용히 끓어오르게 하고 있습니다. 미국 기자의 머리를 삭발시키고 오렌지 점프슛을 입혀 무릎을 꿇게 한 다음 목을 베는 끔직한 야만성에 미국인들은 분노와 경악으로 할 말을 잃고 있습니다. 중동의 사막을 배경으로 무릎 꿀린 미국 기자 옆에 칼을 들고 선 복면의 테러리스트 모습은 증오와 광기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ISIS는 지난 8월 중순 제임스 폴리(James Foley)기자를 참수시킨데 이어 9월 초 다시 또 다른 기자 스티븐 소트로프(Steven Sotloff)의 목을 베는 비디오를 공개했습니다. 두 언론인 모두 시리아 내전을 취재하다가 인질로 잡혀있었습니다.

원시적인 야만성과 잔혹한 인간 범죄가 최첨단 문명의 미디어를 통해 선전용으로 활용되고 새로운 테러리스트를 끌어 모으는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물질 문명의 놀라운 진보와는 너무나 동떨어지게 역행하는 인간의 동물성이 첨단 미디어를 통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ISIS(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의 야만성과 광기의 원류는 종교와 이념입니다. 일반적으로 ‘아이시스’이라고 지칭되는 ISIS는 명칭이 자주 변해서 미국 정부에서는 ‘아이설’(ISIL; Islamic State of Iraq and Levant)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당사자들은 지난 6월에 이 조직을 국가로 선언하고 나라 이름을 IS(Islam State)라고 발표하고, 모하메드 창시자의 정통성을 잇는 ‘칼리프’(Caliph)를 최고 통치자로 하는 신정국가를 선언했습니다. ISIS의 복잡한 명칭은 이 테러 조직의 복잡한 출생과 성격을 말해주기도 합니다. 앞 글자 IS는 “이슬람 국가”라는 조직의 성격을 뜻하는 것이고, 뒷 글자 IS는 ‘이락’과 ‘시리아’에서 태어났다는 출생지를 말해줍니다.

이 테러 집단은 미국이 이락을 침공해서 사담 후세인을 제거한 뒤 저항의 그늘에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담 후세인 정권에서 몰락한 군인들이 세력을 규합해서 세를 불린 다음, 시리아에서 내전이 발발하자 반군의 일부로 참여해 더 큰 세력으로 커졌습니다. 알케이다(al Qaeda) 테러 그룹과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해 오다가 금년 초에 서로가 결별했습니다. 9.11 테러의 주역인 알케이다가 ISIS의 잔인성에 얼굴을 돌렸다고 할 만큼 ISIS의 야만성은 악랄합니다.

ISIS는 지금까지의 어떤 테러 단체보다도 훈련과 조직이 잘 되고 넉넉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사우디 아라비아, 카타르에서 돈이 흘러 들어왔고, 인질범 몸값, 점령지역 재산 강탈, 석유 원전 장악 등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수천 명의 테러리스트가 지금은 수만 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주된 세력은 이락과 시리아에서 충원되고 있으나 세계 도처에 있는 과격한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사회에서 낙오되고 소외된 젊은이들, 분노와 절망에 사는 젊은이들에게 소셜 미디어와 첨단 홍보물을 통해 서구 문명에 대한 증오심을 결집시키고 광기의 이념으로 무장시키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만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가담했고, 이번에 미국 기자를 처형한 검은 복면의 테러리스트도 영국 시민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은 깃발을 들고 점령지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처형하는 이들 테러리스트들은 게릴라전과 정규전에 상당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막대한 원조와 훈련을 통해 조성된 이락 군대가 계속 도주하면서 버린 미국 무기로 무장해 최신 전투력까지 갖추었습니다. 시리아의 3분의 1, 이락의 3분의 1 이상을 장악하고 이락의 수도 바그다드 목전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이락 정부가 위태로워지자, 이락에서 철군했던 미국이 대사관과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천 명 가량의 군인을 급파하고, 폭격을 통해 ISIS 공세를 일단 멈추게 했습니다. 미국이 지원하지 않으면 이락은 ISIS에 함락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ISIS의 가장 큰 무기는 잔인성, 야만성과 함께 극단성입니다. 가장 지탄을 받아야할 반문명적인 잔인성, 야만성, 극단성이 가장 큰 무기라는 것이 역설적이지만, 전쟁에서는 일시적으로 힘이 될 때가 있습니다.

ISIS는 이슬람교에서 가장 극단적이고 근본적인 교리를 외치는 광신 집단입니다. ISIS는 이슬람교 수니(Sunni) 파에서 근본주의 교리에 입각해서 신정정치를 신봉하는 와하비즘(Wahhabism) 종파입니다. 수니파의 맏형이 되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ISIS를 뒤에서 지원했었지만 현재 거리를 두는 것은 와하비즘이라는 근본주의 극단성 때문입니다.

수니파인 ISIS 극단주의자들은 기독교나 다른 종교인들은 물론 같은 이슬람교라고 해도 경쟁 종파인 시아(Shia)파를 이슬람 교도라고 인정하질 않고 잔인하게 죽입니다. 중세의 이슬람 신정정치를 지향하는 ISIS는 이슬람교가 세속에 물들지 않고 순화하기 위해 서구문명과 다른 종교를 철저히 배격하고 처단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많은 미국 전문가들은 최근까지만 해도 ISIS를 심각한 테러집단으로 생각하질 않았고, ISIS가 이락의 많은 도시를 파죽지세로 공략하고 수도로 진격할 때가지만 해도 이 전쟁은 이슬람교의 수니파와 시아파의 집안 싸움이기 때문에 미국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고 평가했었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진단을 하루아침에 바꾼 것이 미국 기자를 참수한 사건이었습니다. 이때부터 ISIS는 9.11에 버금하는 테러 도전이고, 금세기 가장 악랄한 테러집단이라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ISIS가 무서운 테러 집단으로 등장했지만 ISIS를 완전히 궤멸시키는 것은 가능치 않습니다. 너무 늦었습니다. 2번째 참수 만행이 발생한 뒤 오바마 대통령은 단호한 응징을 선언했으나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가 않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 회견에서 “아직 전략이 없다(We don’t have a strategy yet.”고 말해 미디어와 정치인들의 집중 공략을 받고 있으나 미국의 솔직한 딜렘마이기도 합니다. 국민 여론으로 보면 당장 ISIS를 폭격해야겠지만 국민 감정을 일시적으로 만족시키려다 자칫하면 긴 전쟁의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과 이락 전쟁의 실패는 더 이상 미국이 전쟁에 개입하는 것을 허용치 않고 있습니다.

가장 곤혹스런 현실은 시리아에 2개의 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ISIS 핵심 세력이 진을 치고 있는 시리아는 미국의 적인 동시에 ISIS의 적입니다. 시리아의 알 아사드 대통령은 자기 국민 20만 명을 학살했고, 화학무기까지 사용한 범죄 정권으로 작년에 미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폭격을 하려다 마지막에 타협을 했었습니다. 미국이 ISIS 지도부를 응징하기 위해서는 시리아와 협조해야 합니다. 목전의 적을 공략하기 위해 또 다른 적과 공조하고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딜렘마입니다.

미국 정부는 ISIS를 막기 위해 터키를 비롯해 사우디 등 걸프 국가들과 연합 세력을 모색하고, 오랫동안 적대관계에 있는 이란과 협조 가능성도 열어 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란은 이슬람교 시아파의 종주국입니다. 세계의 이슬람 교도 90% 가량이 사우디, 이집트를 중심으로 한 수니파이고, 10% 정도가 이란 이락을 중심으로 한 시아파입니다. 시리아는 수니파 국민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으나 집권자인 알 아사드는 시아파에 속한 알라위트(Alawite) 종파입니다. 사우디가 시리아의 반군과 ISIS를 지원하고, 이란이 시리아와 이락을 지원하는 것은 종교적인 줄서기입니다.

ISIS와 싸움은 쉽게 끝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미디어나 강경 여론은 “아직 전략이 없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희화화 시키고 말꼬투리를 잡고 있지만 이 표현은 대통령의 신중성과 문제의 심각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오히려 덕목이 될 수 있습니다. 국민 감정에 편승해 ISIS를 폭격하는 것은 쉽지만 ISIS가 폭격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성급한 폭격은 수렁으로 들어가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ISIS 전쟁을 이슬람교의 수니파 시아파의 싸움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때 ISIS를 도왔고 수니파의 중심인 사우디를 연합체에 끌어 들여야 합니다. 미국의 국민 감정으로 이 싸움을 수니와 시아 간의 싸움으로 만들고, 미국이 어느 한 쪽 편을 드는 형국이 되면 미국은 치명타를 받게 될 것입니다.

지금 미국은 ISIS 만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전쟁, 러시아의 유크라인 침공 등 임박한 큰 잇슈를 비롯해 세계 도처에서 발발하는 심각한 분쟁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더 이상 분쟁의 소용돌이로 뛰어들 여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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